헛걸음하는 상황을 왜 '바람 맞는다'고 할까?

헛걸음하는 상황을 왜 '바람 맞는다'고 할까?

2018.01.16. 오전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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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경]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여자와 드디어 데이트하기로 한 날입니다.

형: 이걸로 맛있는 거 먹고 재미있게 놀다 와.
남동생: 알았어, 형. 다녀올게.
형수: 여보, 나는 왠지 느낌이 안 좋다.
삼촌: 아.. 나 바람맞은 건가..

[정재환]
형수님 촉이 맞았네요. 그래도 기대했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조윤경]
네.

[정재환]
저도 연애할 때 바람 많이 맞아 봐서 저 기분 잘 압니다.

[조윤경]
자, 이렇게 다른 사람이 약속을 어겨 헛걸음하는 상황을 가리켜 '바람맞다'라고 표현합니다. 

[정재환]
아니, 그런데 이상하네요. 왜 '바람맞다'라고얘기 하는 거죠?

[조윤경]
원래는 '중풍에 걸렸다'라는 의미로 쓰였습니다.

중풍(中風)은 맞힐 중(中), 바람 풍(風) 자를 쓰는데요. 글자 그대로 '바람맞다'는 뜻입니다.

[정재환]
더 이상하네요. 중풍에 걸리는 것과 약속에 허탕을 치는 것. 도무지 연결고리가 없는 것 같은데요.

[조윤경]
중풍에 걸리면 사람의 육신이 마비되면서 비참한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요.

약속 장소에나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기로 한 사람이 오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세요. 버림받은느낌과 허탈감이 느껴지겠죠?

바로 비참한 상황을 중풍에 걸렸을 때의 감정과 연결시켜 표현하면서 그 의미가 확장된 것입니다.  

[정재환]
네. 오늘 배운 재미있는 낱말, '바람맞다'입니다.
    
[조윤경]
상대방이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헛걸음하는 상황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중풍에 걸려 육신이 마비되는 비참한 심정을 약속한 사람에게 버림받은 상황과 연결시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윤경]
요즘에는 핸드폰 덕분에 늦으면 바로 연락해서  양해를 구하잖아요. 그래서 바람맞을 일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정재환]
그렇죠.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바람맞히면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 이것만은 꼭!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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