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스페셜] 2015 농어촌 희망 프로젝트 '농비어촌가' : 농작물 재해 이제는 예방이다

[YTN 스페셜] 2015 농어촌 희망 프로젝트 '농비어촌가' : 농작물 재해 이제는 예방이다

2015.11.07.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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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곡식이 풍성하게 익어가는 가을.

그러나 수확의 기쁨보다 지금 우리 농촌에는 농민들의 시름만 깊어가고 있다.

올여름 극심한 가뭄으로 논밭은 메말랐고 농작물은 제대로 크지 못한 채 시들어 갔다.

가뭄, 홍수, 폭설, 병충해- 인간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재해!

해마다 반복되는 이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천수만 간척지는 1980년대부터 바닷물을 막아 드넓은 땅을 개간한 곳으로 이곳 천수만 A, B 지구는 충청지역 벼농사의 중심이 되었다.

10월에 찾아간 천수만 농경지에선 다른 지역보다 앞서 벼를 베고 있었는데, 수확 시기를 앞당긴 사정이 있다.

[김완태, 태안군청 농정과 농산팀장]
"지금 90% 정도 (벼) 수확을 완료했는데 가뭄으로 인한 잎마름으로 볏짚이 사그라들어 피해를 최소한 줄이기 위해서 조기에 (벼 수확을) 완료하였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의 비가 내린 탓에 쌀알이 제대로 영글지 못하고 벼 잎이 하얗게 마르는 벼 잎마름 현상이, 전체 농사 면적의 30%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종선, 서산 AB 지구 경작자연합회장]
"지금 이런 상태라면 수확을 하더라도 쌀 상품가치가 떨어져서 팔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농업재해를 살펴보면 5~6월엔 가뭄, 7~8월엔 장마로 인한 집중호우, 8~9월 태풍과 1~2월의 폭설 피해로 나뉜다.

특히 올여름엔, 사상 유례없는 가뭄으로 충청 지역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강원도에서도 농작물 피해가 극심했다.

[정병석, 농림축산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사무관]
"봄철 강화지역에서는 이앙을 못 한 농가가 91 헥타르(ha) 발생했고요. 서산 태안지역의 간척지를 중심으로 6천 헥타르(ha) 수준의 가뭄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가을까지 이어진 가뭄 피해는 벼농사뿐만 아니라 밭작물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창 알이 굵어가야 할 마늘 농가에서는 임시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밭에 물을 대고 있는 형편이다.

[김하현, 태안군 남면 원청리]
"현재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물을 밭에 주고 있으나 스프링클러를 사용해도 (마늘에) 골고루 물이 닿지 않아서 (물이) 잘 닿은 곳에는 마늘이 어느 정도 성장을 했는데 (물이) 덜 닿은 것은 지금 (싹이) 나는 것도 있고 작아서 비닐을 씌워도 효과를 못 볼 것 같습니다."

현재 태안군에서는 밭작물 농가 80%에 스프링클러를 동원해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지만, 이미 가뭄 피해로 일 년 농사를 허무하게 실패한 농가에서는 벌써 내년 농사 걱정에 시름만 깊어진다.

[김중원, 태안군 근흥면 정죽2리 이장]
"피해를 본 농가들은 현재 비가 워낙 내리지 않아 지하수에 모터를 돌리고 하다 보니까 전기료가 굉장히 많이 나오고, 그뿐만 아니라 우리 마을은 상수시설이 안 돼 있어요.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상수도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폭염과 가뭄에 대비한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지자체에선 기반 시설 구축에 나섰다.

현재 시설 용량이 20만 톤에 달하는 죽림저수지는 태안군의 중요한 용수처.

현재 진행 중인 준설 공사가 끝나면 앞으로 약 30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이종연, 태안군청 건설교통과 농촌개발팀]
"지금 보시는 바와 같이 약 퇴적된 토사가 2.5m 정도 되는데요. 이 전량을 준설 할 경우에 농업용수를 그만큼 확보할 수 있고 내년 농사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저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최경환, 대진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물 문제의 경우) 관배수 시설, 관수 즉 물을 대는 시설과 물을 빼내는 배수시설을 철저히 갖추어 물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하고 가뭄의 경우에는 저수지나 댐이나 이런 (시설) 또 작게는 보를 설치해서 농업용수가 부족하지 않게 적기에 용수를 공급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입니다."

기후 변화를 인간이 제어할 수는 없지만, 계절에 따른 농업재해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

저수지나 농경지 옆 수로를 정비하고 기반 시설 마련하는 사업에 지자체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가뭄으로 인한 특용작물을 피해도 속출했다.

콩이 한창 영글 시기에 빈 쭉정이만 가득하고 들깨의 경우에도 시커멓게 말라 죽는 게 더 많았다.

천혜의 배산임수 지형으로 인삼 재배가 유명한 증평군에서도 올여름, 폭염과 가뭄으로 인삼 재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행히 제철을 맞아 캐낸 인삼의 품질은 우수한 상태.

증평군의 인삼 농가에서는 본격적인 출하를 앞두고 겨울 재해에서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재배 시설 정비로 일손이 분주하다.

[연인욱, 증평군청 농정과장]
"인삼에 대해서는 자연재해 특히 폭설에 대비해서 그전에 목재로 되어있던 해가림 시설을 철재로 현대화하고 있고 또 도난 방지를 위해서 도난방지 시스템인 CCTV를 설치하고 동물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전기 펜스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김장철에 판매할 배추도 지금이 한창 속이 꽉 차게 들어서야 할 시기!

11월에는 배추를 수확해 절임배추 판매를 시작해야 하지만 현재 작황이 좋지 않아 농가의 근심이 크다.

[김용호, 증평군 증평읍 송산리 이장]
"올해 굉장히 가물어서 작년보다 배추가 속이 안 차서 아주 형편도 없어요. (문제는) 이게 관정(우물)에서 지하수를 펌프질(끌어올리는 작업)을 하는데도 지하수 자체가 부족하다 보니까 원활하게 작물이 크지 못하네요. 매우 걱정입니다."

농산물 판매 수익은커녕 농사에 투자한 원금 상환도 어려운 상황!

이런 농가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이미 피해를 본 농작물은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법.

농작물 재해를 입은 농가에 실손 수준의 자금이 지원돼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농작물 재해 보험이 대안이 되고 있다.

[정병석, 농림축산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사무관]
"전체 보험료의 80% 수준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고 있고 농업인은 20% 수준만 부담하면 됩니다. 그런데 일단 재해가 발생하면 피해 금액의 실손 수준으로 보상하기 때문에 농가 경영안정에 큰 도움이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2001년부터 시행된 농작물 재해보험은 벼, 사과, 배, 감자, 콩 등 46개 품목에 해당하며, 갑작스럽게 피해를 본 농가에 힘이 되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경우, 농작물 재해 보험은 어떻게 시행되고 있을까?

[최경환, 대진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일본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농가 수준에서 재해를 대비해 사전에 대비도 하고 사후에 대책을 세우는데 미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는 사후적인 부분에 있어 농작물 재해보험이 60~70년 전부터 (시행) 해오고 발달해 온 상태입니다. 재해가 발생해서 피해가 나면 상당 부분을 보험으로 보장하고 복구하는 이런 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계절적 요인에 의한 자연재해 외에도 병충해로 인한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나뭇잎에 곰팡이가 핀 것처럼 보이는 이것은 갈색날개매미충으로 잎의 양분을 빨아먹어 그을음병을 유발하고, 과일나무에 기생하는 선녀벌레는 열매를 썩게 한다.

이런 농작물 병해충이 발생했을 때는 약제를 살포하는 방제로 예방해야 한다.

그러나! 방제도 소용없는 병충해도 존재하는데 아삭한 무로 유명한 강원도에서는 현재, 무 시들음병과 치열한 전쟁 중이다.

무 시들음병이란 무 속이 썩는 병으로, 토양을 통해 병균이 전염되며 현재 강원도 지역의 약 40%에 해당하는 무 농가에 피해가 발생했다.

[박한용, 세종대 생명시스템학부 교수]
"상품으로써 전혀 가치가 없습니다. 그래서 시장에 출하할 수 없으므로 농민들이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김장철 대목을 앞두고 수확한 무의 절반 이상을 버려야 하는 무 농가의 고충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종자를 개발하는 육종연구소에서 찾을 수 있다.

[박한용, 세종대 생명시스템학부 교수]
"무에 생기는 다른 병들은 농약으로 방제할 수 있는데 무 시들음병 같은 경우는 농약으로 방제할 수 없어서 강한 품종을 개발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한용 교수 연구팀은 저항성이 강한 종자를 생산하고 특수한 재배법까지 개발해 우수한 무 종자를 보급하고 있다.

품종 개발은 농가의 안정적인 생산과 소득을 보장하고, 더 나아가서는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일이다.

[최경환, 대진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기본적으로 농사는 품종을 파종하는 것부터 시작되지 않습니까? 품종이 재해에 강하냐 안 강하냐에 따라서 농사는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연재해 여건에 맞는 품종을 선택하고 그러려면 품종들도 개발해서 재해에 강한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알차게 영근 곡식으로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시기에 매해 반복되는 농작물 재해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을 살리는 길은 자연재해를 예측해 생산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병충해에 강한 종자 연구를 통한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다.

농작물 재해! 기본에 충실한 예방법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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