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피플] '왕이 된 남자' 여진구는 어떻게 월화극 왕좌에 올랐나

환한 미소 뒤 처절한 눈물로 희노애락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왕이 된 남자' 속 여진구의 호연에 빠져든다.

지난 12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극본 김선덕, 연출 김희원) 11회에서는 중전 소운(이세영)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하선(여진구)의 처절한 사투가 그려졌다.

하선이 진짜 임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챈 소운은 하선의 곁을 떠났다. 하선은 소운에게 상처를 준 사실을 자책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도승지 이규(김상경)는 소운을 찾아가 죄를 고백했다. 이 가운데 이헌(여진구)이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게 된 소운의 심경은 한층 더 참담해졌다.

하선은 "애초에 다가가지 말 걸, 감히 마음에 품지 말 걸"이라며 뒤늦은 후회와 자책의 눈물을 흘렸다. 특히 신료들이 모인 상참 자리에서 소운과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오열했다.

소운은 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하선이 그 앞을 막아섰지만 "다시는 너를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대비(장영님)는 내명부의 법도를 어긴 죄로 중전을 폐하고 사약을 내릴 것을 어명하라 일렀지만 하선은 "중전은 내명부의 수장이기 전에 저의 사람"이라며 끝까지 소운을 감쌌다.

그런 가운데 하선과 소운의 비극적 로맨스는 더욱 깊어져 갔다. 궁을 떠나온 소운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유호준(이윤건)의 유배지였다. 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리려고 한 것. 절벽 낭떠러지에 위태롭게 선 소운을 발견한 하선은 그를 붙잡고 "저를 위해 살아주시면 아니 되겠습니까?"라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 순간 두 사람을 향해 화살이 날아왔다. 하선은 소운 대신 등에 화살을 맞았고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소운이 힘없이 늘어진 하선을 안고 주저앉고 오열하는 모습이 엔딩을 장식하며 다음 전개를 기대케했다.

이 과정에서 극적 몰입도를 높인 건 여진구의 표현력이었다. 그는 혼란스러운 궁에 위태롭게 자리를 지켜가면서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몸을 던지는 하선의 내면과 고뇌를 세밀하게 그려냈다.

앞서 여진구는 극 전반부에서 이헌과 하선의 1인 2역을 실감나게 연기해 호평 받았다. 같은 외모, 의상, 말투라는 설정에도 상황에 맞게 눈빛과 행동을 다르게 해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서다. 후반부에선 이헌의 죽음과 궁중 암투의 상황에서 겪는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눈을 사로잡았다.

탄탄한 연기력이 바탕이 된 덕분이다. 2005년 데뷔 후 13년간 갈고 닦은 결과인 셈이다. 드라마 첫 주연, 1인 2역이라는 도전을 무난히 소화할 수 있던 건 아역시절부터 쌓아온 사극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표현은 한층 대담하고 깊어졌다. 같은 사극 장르라도 자신만의 변주로 지루함을 더는 영리함이 있다. 유독 사극과 인연이 깊었던 그다. 그의 이름을 알린 '해를 품은 달' '뿌리깊은 나무' '무사 백동수' '대립군' 등 유수의 작품을 거쳤다. 캐릭터, 성격적으로 조금씩 다르게 변주하며 그만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 노력이 마침내 '왕이 된 남자'에서 빛을 발했다.

'왕이 된 남자'는 16회 중 11회를 마무리하며 반환점을 돌았다. 지상파 경쟁작의 도전에도 지난 11회 방송에서 9.3%(닐슨 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보이며 굳건히 동시간대 1위를 지키고 있다. 몰아치는 전개 만큼이나 앞으로 여진구가 선보일 다채로운 활약에 기대가 쏠린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