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사회인이 되기까지…호주 학교의 '존중하는 관계' 교육

올바른 사회인이 되기까지…호주 학교의 '존중하는 관계' 교육

2025.07.20. 오후 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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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0여 년 전 끔찍한 가정폭력 사건으로 충격에 빠진 호주는 뿌리 깊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교육을 손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올바른 성인지 감수성을 키워주기 위해 '존중하는 관계'를 중시하는 젠더 교육을 도입한 건데요.

윤영철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 2014년, 호주에서 열한 살 된 아들이 아버지에게 크리켓 방망이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벌어져 호주 전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빅토리아주는 이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대대적인 가정 폭력 실태 조사에 나섰습니다.

이후 비뚤어진 성 역할 고정관념을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지난 2016년부터 교육 현장에 젠더 교육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른바 '존중하는 관계 교육'으로 불리는 지침은 빅토리아주에 있는 모든 학교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교육 제도입니다.

호주 학생들은 입학 나이인 만 5세부터 졸업을 앞둔 만 17세까지, 올바른 성인지 감수성 함양을 위해 다양한 교육 과정을 거칩니다.

세부적인 지침 없이 교사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토니 렁 / 호주 고등학교 교사·코디네이터 : 7학년부터 8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주로 동의에 관한 것입니다. 9학년과 10학년 수준에서는 성별에 기반한 폭력에 대해 더 깊이 배우고, 특히 남성이 여성을 부당하게 대하거나 때로는 그 반대 경우의 상황들을 배웁니다.]

빅토리아주뿐 아니라 해당 교육을 채택한 주는 점차 확산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점진적인 교육 과정을 경험해온 학생들은 다양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케이트 멘디스 / 호주 고등학교 10학년 : 수업에서 임금 격차와 직장과 학교 내에서의 다양한 방식의 차별, 그리고 그것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배웠습니다.]

[엠마 첸 / 호주 고등학교 8학년 : 성별과 성적 지향은 우리가 직장에 가고 학교에 가고 무엇을 하든 우리의 미래에 매우 중요합니다.]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교육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있지만,

대다수 학부모는 자녀가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나 멘디스 / 호주 고등학교 학부모 : 어릴 때부터 다른 성별을 존중하는 대화를 연습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성 평등 측면에서 호주를 더 나은 나라로 만드는 미래의 일부가 제 딸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정말 흥미롭습니다.]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가정의 조기 교육과 문화적 포용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조혜인 / 모나쉬대학교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미리 가정에서부터 (성 평등) 인식을 가지고 교육이 시작되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호주가)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너무 다른 구성원들이 거주하고 있는 나라다 보니 우리가 좀 더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더 넓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교육 차원에서 학생들이 올바른 성인지 감수성을 가진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교육 체계를 마련한 호주.

가정 폭력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으로 시작된 움직임이 호주 사회 전반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됩니다.

호주 멜버른에서 YTN 월드 윤영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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