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라성' 같은 대감독들을 제치고 기생충이 상을 타다

'기라성' 같은 대감독들을 제치고 기생충이 상을 타다

2020.04.01. 오전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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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YTN WORLD, YTN KOREAN
■ 진행 : 개그맨 김경식

얼마 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오르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죠.

언론에서 "기생충이 기라성처럼 반짝이는 대감독들을 제치고 작품상으로 호명됐다" 이런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기라성 같은 배우들~',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같은 표현을 많이 쓰는데요.

기라성이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 한자로 '비단 기', '벌이다 라', '별 성'. 풀이하면 비단에 수놓아진 별들?

신분이 높거나 권력, 명예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별들이 모여 있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 데서 온 표현이죠.

그런데 사실 기라성은 우리말이 아닙니다.

일본어로 반짝반짝이라는 표현을 '키라키라'라고 하거든요.

여기서 '별'을 뜻하는 '호시'를 붙여서 '키라보시'가 한국식으로 '기라성'이 된 거죠.

일본어 음을 빌려서 우리말을 표기하는 것을 '음차'라고 하는데, '기라성'이 그런 단어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도토리 키 재기'도 사실 일본어 속담 '돈그리 노 세이쿠라베',

'도토리의 키 대보기'를 한글로 그대로 옮긴 거죠.

도토리 키 재기를 우리말로 하면 도긴개긴이 있습니다.

윷놀이에서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거리를 '긴'이라고 하는데,

'도'로 잡을 수 있는 거리나, '개'로 잡을 수 있는 거리나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서 '도긴개긴'이라고 하는 거죠.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비슷비슷해서 견주어 볼 필요가 없을 때 쓰는 표현이에요.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일본어에서 비롯된 단어를 쓸 필요가 있을까요?

영화 기생충이 별처럼 반짝이는 대감독들을 물리치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얼마나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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