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 띄우는 편지] 미국 서승건 씨

[고국에 띄우는 편지] 미국 서승건 씨

2018.01.01. 오후 1:46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나의 벗 유탁아. 잘 지내고 있지.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그립고 보고 싶다는 말이다.

그다음에 하고 싶은 말은 고맙다는 말이다.

아직 우리가 서로를 위해 '잘 지내고 있지?' 이렇게 안부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맙다.

벌써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렀나 싶다.

너와 함께 했던 길지 않은 청춘의 열정적인 시간을, 명동 성당에서 보내며 개똥철학이라는 명제 아래 쏟아낸 무수한 단어들.

우리가 처한 시대상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큰소리로 외쳐도 보았던 그때.

문득 아련한 기억 속에 넣어 두었던 우리가 항상 불렀던 노래가 생각난다.

'비 오는 저녁 홀로 일어나 저 험한 세상 등불이 되리'

그때가 아련하고 마음이 시리다.

어느 곳에서든 작은 등불이 되겠다던 그때가 마냥 그립다.

한 기업의 경영인으로 성공한 나의 벗 유탁이가 자랑스럽고 네가 친구라서 좋다.

나도 호텔에서 근무하며 나의 삶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틈틈이 시간을 할애하여 한인사회 봉사 활동도 하고 있어.

'언제쯤 한국에 올 거야, 너 기다리다 죽겠다'며 글을 보내는 너

항상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그래 어느새 너와 나도 시간이 흘러 삶의 중심을 지나 아련한 세월의 반환점을 도는 시간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 시간의 끝에서 결실을 맺어 가고 있으며 그런 시점에 네가 문득문득 그리워진다.

이역만리 먼 곳에 있는 벗이지만 마치 곁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 허전하고 씁쓸한 가슴에 너의 따뜻한 숨결을 느낀다.

나의 벗 유탁아 건강 잘 챙겨라.

애틀랜타에서 벗 승건.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