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국가대표입니다"

"당신이 국가대표입니다"

2014.09.14. 오전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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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천 아시안 게임 개막을 앞두고 아주 특별한 패션쇼가 열렸습니다.

아시안게임 자원 봉사자들의 발대식을 겸해 이들이 입을 유니폼이 첫 선을 보였는데요.

막상 유니폼을 입고 보니 성큼 다가온 대회가 실감납니다.

[인터뷰:장승문, 자원봉사자]
"살면서 한 번 쯤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해서 지원했습니다."

[인터뷰:경윤자, 자원봉사자]
"여기서 정말 적극적으로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들을 돕게 될 자원 봉사자들!

막바지 손님 맞을 채비에 바쁜 그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91살인 이연수 할아버지.

점심시간인데도 할아버지는 식사도 거르고 어디론가 외출준비에 바쁩니다.

[인터뷰:이연수, 일본어 통역 자원봉사자]
"뭐 걱정될 건 없어요. 근데 내 몸이 말을 잘 듣느냐 이게 문제에요."

할아버지가 가는 곳은 아시안 게임 자원봉사 교육 훈련장입니다.

오늘은 마지막 예행연습이 있는 날인데요.

집에서 교육 훈련장까지는 1시간 반이 걸립니다.

버스 두 번에 지하철 한 번 갈아타야 하는 만만찮은 거립니다.

[인터뷰:이연수, 일본어 통역 자원봉사자]
"여기서 타고 부평에서 전철타는 거죠. 올라갔다 내려갔다 걷는다 이것이 운동입니다."

할아버지가 도착한 곳은 '아시아드 선수촌'.

신축 아파트 22개동을 활용한 이곳은 만 5천 명 선수들의 숙소로 쓰입니다.

한 번에 3천 5백 명이 식사를 할 수 있고 메뉴도 5백가지가 넘는다니 놀랍습니다.

선수촌 시설을 둘러보기는 할아버지도 오늘이 처음입니다.

[인터뷰:이연수, 일본어 통역 자원봉사자]
"오늘 그저 얼떨떨 합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할 지 처음이기 때문에 어떠한 역할을 하고 어떻게 해야 될 일 인지 오늘 좀 공부를 해야 겠어요."

인천 아시안게임 자원 봉사자들은 만 3천여 명.

이연수 할아버지는 자원봉사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교육 받았던 할아버지는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편입니다.

자원 봉사자에 지원하게 된 것도 할아버지의 일본어 실력을 알고 있던 구청 직원의 권유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는 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습니다.

처음에는 젊은이들과 어울리는게 많이 어색했지만 지금은 친구도 많이 늘었습니다.

[인터뷰:오수민, 통역 자원 봉사자]
"제 나이 또래의 학생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나이에 상관없이 연령대가 많은 것에 굉장히 놀랬고요. 다 같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도 정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할아버지가 교육을 받는 동안 세탁 자원 봉사자들의 교육도 한창입니다.

선수촌에는 만여 대의 세탁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오늘은 가전사 직원이 직접 나와 세탁기 작동 방법을 꼼꼼히 설명해 주고 있는데요.

세탁 자원 봉사자는 220여명.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 남자들입니다.

자원 봉사자들은 휴대용 전화기로 촬영하는 등 귀를 쫑긋 세우고 교육에 열중하고 있는데요.

[인터뷰:장승문, 세탁장 자원 봉사자]
"오는 사람들이 우리가 조금 더 해서 좋은 옷 입어서 깨끗하게 하고 좋은 메달 따고 좋은 성적 거두고 가는 게 좋잖아요. 그게 보람이죠."

교육이 끝났는데도 이 분은 혼자 남아 담당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고 있네요.

자원봉사자들의 뜨거운 열정이 느껴집니다.

외국인 자원봉사자도 있습니다.

8년 전 한국에 동원 씨는 자원봉사자가 된 뒤로 한국어 공부에 더욱 열심입니다.

국적은 다르지만 이웃나라 한국이 아시아인의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치는데 조금이나마 돕고 싶은 마음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인터뷰:동원, 중국어 통역 자원 봉사자]
"한국어를 잘 못하지만 다른 친구랑 같이 하니까요. 아마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 온 이연수 할아버지가 다시 일본어 책을 펴 들었습니다.

고단하지만 의지만큼은 젊은 사람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방 한켠에 곱게 걸어둔 자원봉사단복은 할아버지의 자랑이자 각별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인터뷰:이연수, 일본어 통역 자원봉사자]
"인천 아시안 게임은 나의 최후의 참 고마운 게임이에요. 왜냐하면 내가 최후에 이렇게 봉사할 수 있다는 기회를 주었다는 것 참 고맙다고 생각해요. 이왕 발 들여 놨으니까 끝장 봐야죠."

아시안게임이 새로운 출발이자 최후의 기회라고 말하는 사람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작은 일부터 가장 궂은 일이 내 일이라 말하는 사람들.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은 그들이 쏟은 열정과 노력으로 만들어 졌기에 그들이야 말로 숨은 국가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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