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서 '유'를 창조한다!...할리우드 특수효과 3인방 [박정욱·이승훈·션 리]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할리우드 특수효과 3인방 [박정욱·이승훈·션 리]

2013.02.24. 오전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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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박정욱, 픽사 기술감독]
"이전까지는 메리다와 같은 심한 곱슬머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전무했거든요."

[녹취:이승훈, ILM 수석 아티스트]
"빌딩이 부서지고 우주선 로봇들이 부서지고 하는 그런 효과에 대한 디스트럭션 시뮬레이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녹취:숀 리, 리듬 앤 휴즈 수석 아티스트]
"이 회사는 25년 정도 됐고 우리가 가장 잘하는 분야는 동물 쪽입니다"

적어도 영화 속에서 불가능이란 없다.

인간의 모든 상상을 스크린 위에 살아 숨쉬게 하는 특수 효과의 세계.

할리우드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치열한 경쟁의 현장에서 최전선을 달리고 있는 한국인이 있다.

올해 골든 글로브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거머쥔 '메리다와 마법의 숲'.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의 이 작품은 내용 뿐 아니라 기술력으로 할리우드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메리다의 물결치는 붉은 머리를 실제보다 더 사실적으로 표현해 낸 것이다.

픽사의 기술 감독 박정욱 씨가 만들어 낸 신기술을 통해서였다.

[인터뷰:박정욱, 픽사 기술 감독]
"자연현상을 시뮬레이션 하는 것은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구요. 그런 의미에서 불가능한 것을 시도한다 이런 측면에 있어서 소프트웨어의 개발,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죠. 이런 것들을 눈속임 없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것은 픽사가 최초인 것 같습니다."

박 씨는 어린 시절에는 바이올린을, 대학에서는 미술을, 또 대학원에서는 컴퓨터 공학을 공부했다.

남다른 이력은 예술적인 영감을 기술을 통해 구현하는데 큰 자산이 됐다.

열역학을 응용해 대규모 군중 장면을 보다 빨리 만들어내는 프로그램 등 박 씨는 현재 기술 특허 7개를 갖고 있다.

[인터뷰:박정욱, 픽사 테크니컬 디렉터]
"좋은 영화를 본다든가 명상을 한다든가 또는 음악을 듣는다든가 이런 것을 통해서도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거든요. 기술적인 것 이외에 익혔던 인문학적, 예술적 소양들이 지금 현재 개발하고 있는 것에 아주 좋은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픽사에는 박 씨를 포함해 한국인 2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세계의 인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 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인터뷰:박정욱, 픽사 테크니컬 디렉터]
"기술적인 것도 굉장히 뛰어나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창의력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든 특수효과 전문회사 ILM.

할리우드 특수 효과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곳에서 이승훈 씨는 10년째 일하고 있다.

90년대 초 한국에서 컴퓨터 그래픽에 입문한 이후 이 씨는 자신의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해 왔다.

[인터뷰:이승훈, ILM 수석 아티스트]
"제가 어렸을 때 꿈이 '스타워즈'를 만드는게 꿈이었고 그 '스타워즈'를 만드는 곳이 전 세계에서 오직 한 곳(ILM)밖에 없더라고요. 32살에 '아 지금 여기서는 아무것도 안되겠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그래서 다니던 회사를 과감히 그만둬 버렸습니다. 그리고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게 됐죠."

이 씨는 '캐러비안의 해적', '아바타', '해리 포터' 등 세계적인 흥행 대작 20여 편의 특수 효과에 참여했다.

단 1초의 영상을 위해 수 개월을 매달려야 하는 고된 작업.

이 씨와 함께 일한 동료들은 늘 그의 낙천적인 성격에서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인터뷰:델리엇 터먼토지, ILM 행정 슈퍼바이저]
"(승훈과 일할 때) 정말 많은 작업이 필요했는데, 소수의 인원으로 일을 해야 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항상 늘 웃으면서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갖고 일했어요. 그는 정말 같이 일하면 즐거운 사람이에요."

할리우드 진출 1세대로 꼽히는 이 씨 주변에는 언제나 한국 후배들이 모인다.

미래의 주역들에게 이 씨는 먼저 지금 있는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얻으라고 조언한다.

[인터뷰:이승훈, ILM 수석 아티스트]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여기서 일하게 되면 한 분야에만 집중해서 작업하게 되기 때문에 많은 것을 한꺼번에 습득할 수 있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잃게 되요. 그런데 공부를 하고 2~3년 안에 가장 많은 집중력을 보이면서 배우고 싶다고 하면 오히려 한국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라이프 오브 파이'

삶과 죽음, 인생에 대한 성찰이 담긴 이 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올해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의 유력한 후보다.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인 호랑이 리처드 파커는 100%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만들어졌다.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인물은 한국계 숀 리 씨다.

[인터뷰:숀 리, 리듬 앤 휴즈 수석 아티스트]
"학교(UCLA)에서 작업한 것을 중심으로 데모릴 (시범 작품)들을 만들어서 영화 특수효과 회사에 이력서를 내기 시작했어요. 그때 당시 300명 정도 규모의 작은 프로덕션에서 스크린 그래픽을 시작했어요."

숀 리 씨의 일터인 '리듬 앤 휴즈'는 동물 특수 효과 분야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애완 동물을 늘 곁에 두고 동물의 움직임을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사풍은 아카데미상을 두 차례 받을 수 있도록 이끈 원동력이다.

[인터뷰:숀 리, 리듬 앤 휴즈 수석 아티스트]
"방에 보시면 칸막이가 돼 있어서 강아지들을 데리고 올 수가 있어요. 같이 출근하고 같이 산책도 하고 심지어는 엘리베이터에 강아지들이 쓸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습니다."

15년간 특수 효과 분야에서 활약해 온 숀 리 씨는 50여 작품에 이름을 남겼다.

'타이타닉'부터 '헐크','나니아 연대기'까지 내로라하는 대작에 참여하는 동안 영화 현장에는 한국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언어와 문화의 벽이 높지만 극복 못할 이유가 없다고 숀 리 씨는 생각한다.

기회는 열려있고, 중요한 것은 얼마나 치열하게 부딪치느냐다.

[인터뷰:숀 리, 리듬 앤 휴즈 수석 아티스트]
"한국인들이 재주가 참 많으세요. (작업을) 굉장히 빨리 하고 성실하고...(머지않아 한국 특수효과 전문가들이) 두 배 이상 더 늘 것 같구요.재능있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이 있어요. 제일 중요한 것은 열정과 실력인 것 같아요. 그 두 가지가 되고 기본적인 영어 실력만 된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할리우드 특수 효과의 미래를 이끄는 한국인들.

이들이 선보일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를 영화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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