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봉 "'그 사건' 극복 위해 30년 만에 다시 기타 잡아"

심수봉 "'그 사건' 극복 위해 30년 만에 다시 기타 잡아"

2011.09.22.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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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3년 동안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심수봉 씨가 YTN 이슈&피플에 출연해 데뷔 후 처음으로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을 준비하면서 느낌 감회를 털어놨습니다.

본인의 이름을 걸고 오케스트라·대합창단과 함께하는 이번 공연은 너무나 하고 싶었고 바라던 일이었지만 실제로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하는 심수봉.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줄 것"이라며 "예전의 나쁜 기억 때문에 내버려뒀던 기타도 30년 만에 처음 잡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어 앵커가 "그 나쁜 일이 어떤 일이냐"고 물어보자 "괜한 얘기를 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그 사건'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사건) 당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고 있었던 거냐"고 다시 물어보자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심수봉 씨는 이어 "나 스스로 음악인으로 정당하게 섰고 내 재능으로 공인이 됐는데, 주변에서 그 사건을 상업화하고 이용하는 게 나한테는 제일 큰 상처"라며 "정말 노력했지만 (그 사건 이후로) 내가 가진 음악적인 걸 펴보지도 못했다"고 회상했습니다.

또 "얼마 전 공연장인 전쟁기념관을 가봤는데 바로 맞은 편에 당시 재판을 받으러 다니던 육군 본부 건물이 있더라"며 "당시에는 그저 나약하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길 건너편에서 내 음악을 발표할 수 있게 됐다"며 남다른 감회를 내비쳤습니다.

특히 "많은 세월이 지나서 과거를 대면하게 됐는데 음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었던 그 아픔을 정면으로 대면하면서, 이번 공연이 과거를 청산할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30년 만에 기타를 다시 잡은 것도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증표가 될 것 같다"는 심수봉은 "아무래도 (기타를) 안 치다가 다시 치면 살이 아프겠지만 극복할 것"이라며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증조부 때부터 4대에 걸쳐 160개의 음반을 발매해 '민속학의 바흐 집안'이라고도 불리는 만큼 소리에 대한 남다른 소명 의식이 있다는 심수봉은 "음악에서 더는 '한'이라는 말은 안 썼으면 좋겠다"는 뜻도 나타냈습니다.

"'한'은 전통적인 유산이긴 하지만 결국 억울함이라서 그 속에 상처와 미움과 용서 못함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소리에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알게 됐다"는 겁니다.

"데뷔 33년 만에 내가 가진 걸 다 보여줄 수 있는 이번 공연이 나에 대한 하나의 평가가 될 것 같다"는 심수봉.

애잔한 슬픔으로 마음을 울리는 가수 심수봉의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얘기를 YTN 이슈&피플에서 직접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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