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어휘력? 고향말 어휘력은 내가 최고!

영어 어휘력? 고향말 어휘력은 내가 최고!

2012.02.11.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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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표준어에 가려 자꾸만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 고향말, 바로 '사투리'죠.

'사투리'는 과연 부정적이기만 한 걸까요.

정감 있고 아름다운 우리 고향말로 겨루는 경연대회에 황혜경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한 번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녹취:임성현·임성재·이준혁·이수정·박민재 팀]
"어. 느그들이 한숨 자는 고새당가 내가 언능 와버렸다. 아따 거북이가 겁나 늘락지같다고 험시 낮잠자부러 큰 코 다쳐버린 것이여"

동화 '토끼와 거북이'의 전라도말 버전입니다.

무슨 뜻인지는 알고 하는 건지...

이제 갓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의 입담에 어른들은 폭소를 터뜨립니다.

고부갈등은 이야기 마당의 감초!

누구네 집인지 물어서도, 말해서도 안 될 슬거운 시어머니와 속없는 며느리 얘기부터...

[녹취:김금순, 광주광역시 우산동]
"이제 시집 온 새색시가 달구 새끼가 울고 해가 중천에 떠도 통 일어날 생각을 안해. 시어머니가 환장하겠어 속이 터져서 '아가, 똥구녁에 해 떴다' 그러면 뽈딱 일어나면 될 것인데 거기다 대고 하늘어다 두꺼라우? 그러네..."

[녹취:김순의, 전남 목포]
"서방인가, 남방인가, 쌍판때기도 못 보고 시집 왔지요. 팔자가 사나우려고 했던가 눈도 징그랍게 퍼부어서 가메꾼들 발목이 푹푹 빠졌당께라"

'당초'보다 더 매웠던 시집살이 추억까지 한 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녹취:사회자]
"선무당이 뭔 장단에 춤을 춤니까, 무당이...너 ! 그래 8살! 뭐? 휘모리...진짜 환장하겠다, 휘모리..."

구수하고 살뜰한 고향말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전라도말 자랑대회'!

올해로 2회째지만 입소문과 인기를 더하며 접전이 벌어졌습니다.

어르신들도 갸우뚱하게 하는 옛말까지 총동원돼 고향말 어휘력을 뽐냈습니다.

[인터뷰:강현구, 광주광역시 문화재 전문위원]
"싸목싸목해라, 뭣이 그리 급하냐 이놈아! 이런 말들은 듣기에도 정감있고 좋은 뜻으로 다가가니까 썼으면 좋겠는데 표준말, 이런(서울) 말만 쓰다보니까 지역에 대한 정체성이 없어져요."

수백, 수천 년 동안 우리 삶의 면면을 담아온 정겨운 고향말.

[녹취:배태섭, 광주광역시 백운동]
"아따, 마음이 훈훈하고 얼마나 재미진가 모르겄소."

YTN 황혜경[whitepaper@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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