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반대' 이포보 농성 장기화...충돌 우려

'4대강 반대' 이포보 농성 장기화...충돌 우려

2010.08.07.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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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환경운동가들이 남한강 '이포보'의 다리 위에 올라가 시위를 벌인 지 보름이 넘었습니다.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경찰이 강제 해산에 나설 기미를 보이고 있어 충돌이 우려됩니다.

고한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한강 이포보 3공구 현장.

삼엄한 분위기 속에 외부인들의 공사장 출입은 일절 차단돼 있습니다.

환경운동가들이 이포보 다리 위로 올라간건 지난달 21일.

경찰 병력이 상주하고, 용역업체 직원들까지 동원되면서 남한강변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인터뷰:이포보, 농성 환경운동가]
"아마 경찰특공대 같은데, 현장 아주 가까이 와서 답사까지 하고 갔습니다. 20명 정도 올라 온 것 같습니다."

인근에 자리잡은 환경단체의 천막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최전방이자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응원하는 일반 시민들도 지금까지 2,000명 넘게 다녀갔습니다.

[인터뷰:박창재, 이포보 현장 상황실장]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대화하고 검증기구를 만들라는 요구를 하면서 올라간 것입니다. 계속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내려올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천막에서 불과 몇 걸음 떼지 않은 곳에는 정반대의 목소리가 가득합니다.

낙후된 지역경제가 남한강 정비 사업으로 살아날 거라는 기대감.

지역민들은 '4대강 반대 구호'가 달갑지 않습니다.

[인터뷰:임태진, 경기도 여주군 공인중개사]
"(4대강) 반대하는 것 별로 안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 수영장에다 정비 다해서 여기도 위락시설 만들고..."

이포보 다리 상류 지역. 전체 면적의 80%가 4대강 사업에 수용된 양촌리 주민들의 속내는 조금 다릅니다.

평생을 일궜던 터전은 대부분 파헤쳐 졌고, 일손이 끊긴 논밭에는 잡초만 자라고 있는데, 지금에 와서 반대하는게 무슨 소용이냐는 겁니다.

지난해 국회까지 찾아가 양촌리를 지켜 달라고 탄원했지만, 이제는 하루빨리 공사가 끝나 예전의 평온함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인터뷰:경추호, 경기도 여주군 양촌리]
"국회의원이 와서 어떻게 할 겁니까? 보상비를 더 줄겁니까? 아니면 아니면 땅을 원래대로 환원시켜 놓을수 있습니까? 어차피 엎질러 진 물이니까 빨리 공사를 끝내서..."

공사는 매일 순조롭게 진행돼 2012년 준공을 목표로 공정률 35%를 넘었지만, 27미터 다리 위에서 농성하고 있는 환경운동가들과 정부는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을 두고 가치관과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히면서 갈등과 상처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YTN 고한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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