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속 이색풍경...형제 대장간

서울 속 이색풍경...형제 대장간

2009.04.11. 오전 09: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멘트]

흔히 대장간하면 시골 풍경이나 동화 속 이야기를 떠올리시는 분들 많을텐데요, 서울 도심 속에 형제가 함께 운영하는 대장간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헬로TV 김태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벌겋게 달아오른 쇠붙이에 매질을 가하고, 담금질도 수차례.

쇠는 단단해짐과 동시에 각기 제 모양을 찾아갑니다.

기억 저편에 머물러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대장간이 서울에 있는 곳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뜨거운 열과 색을 발산하며 건재를 과시합니다.

류상준, 류상남 형제가 함께 운영하는 형제대장간.

어린 시절 이웃집 대장장이 아저씨의 어깨너머로 배운 일이 형 류상준 씨에게는 평생의 일이 됐습니다.

[인터뷰:류상준, 대장장이(형)]
"그 아저씨가 불에다 쇠만 달궈가지고 망치로 투닥투닥하면 호미도 만들고 칼도 만들고 도끼도 만들고 하니까 너무 신기해가지고, 그래서 배우게 된 동기가 됐죠. 나도 좀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어서..."

형을 따라 동생 류상남 씨가 함께 일하게 된 것은 12년 전.

두들기고 달구는 것을 반복하며 형제는 수많은 갈등도 뛰어 넘었습니다.

[인터뷰:류상남, 대장장이(동생)]
"트러블 해소하는 것은 별것 없어요. 서로 나나 형이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자기 주장을 하는 것이니까...그냥 잠시 뭐 한 두 시간 얘기 안 하고 이러다 보면 다 풀어지고 그래요."

형제가 평소 만들어내는 도구들은 하루 100여 개가 훌쩍 넘습니다.

괭이, 호미, 낫과 같은 농기구는 물론 엿장수 가위와 문고리, 쇠스랑 등 종류도 모양도 가지각색입니다.

[인터뷰:류상준, 대장장이(형)]
"옛날 갑옷 같은 것 재현할 때는 진짜 갑옷 하나 만드는 데 열흘이면, 열흘 동안 해가지고 투구까지 만들어서...그런 거는 진짜 죽을 때까지 잊을 수가 없죠."

형제에게는 최근 들어 얘기치 않은 고민이 생겼습니다.

대장간이 위치한 수색역 일대가 개발된다는 소식에 정든 대장간 자리를 떠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류상남, 대장장이(동생)]
"다른 지방 같은 데는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박물관도 지어주고, 가게도 지어주고 그런다는데 여기는 나가라니까...어떻게 해요, 우리 힘 없는 사람들은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데 갈 만한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인터뷰:류상준, 대장장이(형)]
"수색이 고향이고 하다 보니까 떠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비워달라고 하니까 마음이 아프죠. 진짜 죽을 때까지는 해야죠."

체온을 넘나드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떠나야 한다는 안타까움도 잠시, 두들기고 달구는 것을 반복하며 평생지기 형제의 우애는 더욱 단단해집니다.

헬로TV 뉴스 김태형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