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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호주 퀸즐랜드주 선샤인코스트.
연중 따스한 기온을 자랑하는 이곳은 한국과 달리 더운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호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호주에 사는 탈북민과 한국 동포의 교류를 돕고 있는 탈북민 최금영입니다.
저는 오늘 호주는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좀처럼 접하기 힘든 음식을 만들 계획입니다.
여럿이 둘러앉아 먹으면 더욱 맛있는 제 고향 음식을 말이죠.
[최금영 / 탈북민 : 쌀을 아껴뒀다가 엄마가 그걸 설 전날에 불려서 절구에 쪄서 가루를 내 송편을 만드는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는 만두인데 북한엔 고기나 채소가 없어요. 김치 같은 거 아니면 시래기 같은 거 넣어서 해 먹었거든요. 그러니까 배고프고 가난한 시절 먹던 음식이죠.]
어린 시절의 기억보다 더욱 푸짐한 만두소를 만들기 위해 고기와 채소도 넉넉히 담아 봅니다.
제 이야기는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한 번쯤 들어봤을 '아오지 탄광'이 있는 함경북도 은덕군에서 시작됐습니다.
[최금영 / 탈북민 : 저는 1997년 2월에 아오지 탄광을 탈출했어요. 아마 저희 가족이 아오지 탄광 마을에서 최초로 탈출했을 겁니다. 중국에서 지내다가 2001년 9월에 대한민국으로 들어왔죠.]
한국 대학에서 남편을 만나 이곳 호주에 정착하기까지,
제 삶은 끝없는 이주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고단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탈북민의 호주 정착을 돕는 일에는 언제나 빠지지 않았죠.
지금은 북한에서 온 일곱 가구가 한 동네에 오손도손 모여 살고 있는데요.
"만두는요. (남한보다) 북한 게 훨씬 커요. 왕만두예요."
쌀가루로 만든 반죽, 고향 땅에서 '콩고물'이라고 부르던 으깬 콩, 채소와 고기를 아낌없이 버무린 만두소까지.
다 함께 둘러앉아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오밀조밀 송편과 만두를 빚어냅니다.
이제 잠깐의 기다림이 필요한 시간.
더위를 식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갓 쪄낸 만두를 크게 베어 뭅니다.
조카와 아이들이 고향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흐뭇한 마음이 듭니다.
[최금영 / 탈북민 : 제가 (아이들한테) 북한 음식을 해주고 이러잖아요. 그러면 엄청 좋아해요. 엄마 이런 거 먹고 살았어, 엄마 이런 것도 없어서 배고팠어 이러면 저희 아들이랑 딸 같은 경우에는 막 눈물이 고이고 마음 아파하더라고요. 저희 애들 같은 경우에는 남쪽에서 산 것도 아니고 북쪽에서 산 것도 아니고 제3의 나라에서 살면서 (한반도를) 바라보잖아요. 양쪽을 더 이해할 수 있겠구나. 그래서 아이들한테 북한 음식이나 한국 음식을 많이 가르쳐요.]
북에서 남으로의 이주, 또 이제는 호주에 건너와 살고 있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아이들과 한 약속이 있습니다.
집에서만큼은 꼭 우리 말로 소통하기.
[최금영 / 탈북민 : 책을 진짜 상자로 이렇게 싸서 가져왔어요. 한국에서 배로. 애들 가르치겠다고 가져와서 애들이 (한국말을) 잘하죠.]
다사다난했던 제 삶을 공유한다는 것은 마냥 편치만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이웃의 따뜻한 응원 덕분에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됐습니다.
호주에 정착한 동포들이 남과 북을 나누지 않고 화합을 이뤄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최금영 / 탈북민 : 제 자신(출신)을 부끄러워하고 숨기면 제가 똑바로 서질 못하더라고요. 제가 북에서 태어난 게 제 잘못이 아니잖아요. 우리 민족의 아픔이잖아요. 그래서 '아, 나는 그냥 당당해져야 하겠다.' 경상도에서 태어난 사람처럼 나도 북한에서 태어났어. 다만 나는 갈라졌는데 넘어왔어.]
[임성민 / 최금영 씨 남편 : (북한 출신이라는 게) 콤플렉스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런 거 하나도 없이 더 자신감 있게 대외 활동도 활발하게 하면서 아이들도 잘 키우면서 삶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되게 멋있다고 생각해요.]
[김현재 / 최금영 씨 지인 : 고향을 떠나서 한 곳에 정착하기 쉽지 않은데 대단하신 것 같아요. 앞으로도 넘치는 에너지를 많이 방출해 주시면 저 같은 사람들은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아요.]
언젠가는 한민족이 한 식탁에 모여 앉아 고향의 맛을 온전히 나누는 날이 오겠죠?
그날이 빨리 오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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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퀸즐랜드주 선샤인코스트.
연중 따스한 기온을 자랑하는 이곳은 한국과 달리 더운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호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호주에 사는 탈북민과 한국 동포의 교류를 돕고 있는 탈북민 최금영입니다.
저는 오늘 호주는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좀처럼 접하기 힘든 음식을 만들 계획입니다.
여럿이 둘러앉아 먹으면 더욱 맛있는 제 고향 음식을 말이죠.
[최금영 / 탈북민 : 쌀을 아껴뒀다가 엄마가 그걸 설 전날에 불려서 절구에 쪄서 가루를 내 송편을 만드는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는 만두인데 북한엔 고기나 채소가 없어요. 김치 같은 거 아니면 시래기 같은 거 넣어서 해 먹었거든요. 그러니까 배고프고 가난한 시절 먹던 음식이죠.]
어린 시절의 기억보다 더욱 푸짐한 만두소를 만들기 위해 고기와 채소도 넉넉히 담아 봅니다.
제 이야기는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한 번쯤 들어봤을 '아오지 탄광'이 있는 함경북도 은덕군에서 시작됐습니다.
[최금영 / 탈북민 : 저는 1997년 2월에 아오지 탄광을 탈출했어요. 아마 저희 가족이 아오지 탄광 마을에서 최초로 탈출했을 겁니다. 중국에서 지내다가 2001년 9월에 대한민국으로 들어왔죠.]
한국 대학에서 남편을 만나 이곳 호주에 정착하기까지,
제 삶은 끝없는 이주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고단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탈북민의 호주 정착을 돕는 일에는 언제나 빠지지 않았죠.
지금은 북한에서 온 일곱 가구가 한 동네에 오손도손 모여 살고 있는데요.
"만두는요. (남한보다) 북한 게 훨씬 커요. 왕만두예요."
쌀가루로 만든 반죽, 고향 땅에서 '콩고물'이라고 부르던 으깬 콩, 채소와 고기를 아낌없이 버무린 만두소까지.
다 함께 둘러앉아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오밀조밀 송편과 만두를 빚어냅니다.
이제 잠깐의 기다림이 필요한 시간.
더위를 식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갓 쪄낸 만두를 크게 베어 뭅니다.
조카와 아이들이 고향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흐뭇한 마음이 듭니다.
[최금영 / 탈북민 : 제가 (아이들한테) 북한 음식을 해주고 이러잖아요. 그러면 엄청 좋아해요. 엄마 이런 거 먹고 살았어, 엄마 이런 것도 없어서 배고팠어 이러면 저희 아들이랑 딸 같은 경우에는 막 눈물이 고이고 마음 아파하더라고요. 저희 애들 같은 경우에는 남쪽에서 산 것도 아니고 북쪽에서 산 것도 아니고 제3의 나라에서 살면서 (한반도를) 바라보잖아요. 양쪽을 더 이해할 수 있겠구나. 그래서 아이들한테 북한 음식이나 한국 음식을 많이 가르쳐요.]
북에서 남으로의 이주, 또 이제는 호주에 건너와 살고 있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아이들과 한 약속이 있습니다.
집에서만큼은 꼭 우리 말로 소통하기.
[최금영 / 탈북민 : 책을 진짜 상자로 이렇게 싸서 가져왔어요. 한국에서 배로. 애들 가르치겠다고 가져와서 애들이 (한국말을) 잘하죠.]
다사다난했던 제 삶을 공유한다는 것은 마냥 편치만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이웃의 따뜻한 응원 덕분에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됐습니다.
호주에 정착한 동포들이 남과 북을 나누지 않고 화합을 이뤄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최금영 / 탈북민 : 제 자신(출신)을 부끄러워하고 숨기면 제가 똑바로 서질 못하더라고요. 제가 북에서 태어난 게 제 잘못이 아니잖아요. 우리 민족의 아픔이잖아요. 그래서 '아, 나는 그냥 당당해져야 하겠다.' 경상도에서 태어난 사람처럼 나도 북한에서 태어났어. 다만 나는 갈라졌는데 넘어왔어.]
[임성민 / 최금영 씨 남편 : (북한 출신이라는 게) 콤플렉스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런 거 하나도 없이 더 자신감 있게 대외 활동도 활발하게 하면서 아이들도 잘 키우면서 삶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되게 멋있다고 생각해요.]
[김현재 / 최금영 씨 지인 : 고향을 떠나서 한 곳에 정착하기 쉽지 않은데 대단하신 것 같아요. 앞으로도 넘치는 에너지를 많이 방출해 주시면 저 같은 사람들은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아요.]
언젠가는 한민족이 한 식탁에 모여 앉아 고향의 맛을 온전히 나누는 날이 오겠죠?
그날이 빨리 오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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