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산불부터 1년…끝나지 않는 피해

호주 산불부터 1년…끝나지 않는 피해

2020.10.11. 오전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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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연기로 오렌지 색으로 변한 캘리포니아의 하늘.

캘리포니아 최악의 산불로 발생한 연기와 재가 대기를 덮으면서 햇빛을 차단해 벌어진 현상입니다.

올여름 미국 캘리포니아는 모하비사막 데스밸리 기온이 54.4도까지 치솟는 등 역대급 폭염에 시달렸는데요.

캘리포니아 초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꼽힙니다.

산불은 건기에 주로 발생하는데 지구 온난화로 불이 붙기 쉬운 나무와 식물들이 많아지고, 한번 불이 붙으면 더 강렬하게 타기 때문에 산불 진화가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호주 전역을 덮쳤던 호주 산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다는 비난 여론에도 모리슨 총리는 과거와 비슷한 재해라며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을 부정하다가 지지율이 급락 후에야 관련성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호주 산불은 결국 올 2월까지 계속됐고 기후 변화가 키운 산불은 결국 폭우라는 날씨 덕에 사그라들었습니다.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시드니 블루 마운틴 인근.

평소 울창한 유칼리 숲을 자랑하던 곳이지만 새 소리조차 들리지 않은 적막한 황무지로 변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여섯 달 동안 계속된 산불은 한반도 절반 이상의 면적을 불태웠고, 코알라나 캥거루 등 야생동물 10억 마리 이상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롭 브루먼스 / 산불피해 지역 주민 : 우리 집으로는 직접 불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지만, 일 때문에 시드니에서 캔버라로 갔을 때는 길거리에서 다친 캥거루들을 많이 봤어요.]

구조되고 치료를 받았던 코알라들은 이제 조금씩 숲으로 돌아가고 있는데요.

이미 코알라 서식지의 약 4분의 1이 파괴된 상황에서, 긴급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2050년이 되기 전에 일부 지역 코알라가 완전히 멸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사라 프리스 / 멜버른 동물원 수의사 : (치료받는) 동물들은 (원래 있던 곳에서) 옮기거나 다시 숲에 돌아가게 하거나, 아니면 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떤 미래가 올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몇 년이나 걸릴 것입니다.]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참담한 피해를 입힌 호주 산불.

호주 산불의 원인이 된 이상 고온과 가뭄은 인도양 동부와 서부의 수온에 큰 차이가 생기는 이른바 '인도양 쌍극화'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인도양 쌍극화'는 온난화 등으로 인도양 서쪽 수온은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동쪽은 수온이 낮아지는 현상입니다.

이로 인해 수온이 떨어진 인도양 동쪽은 강수량이 적어져 호주에 폭염과 가뭄 등을 촉발하게 되고 고수온인 인도양 서쪽의 동아프리카에서는 폭우나 홍수가 발생하게 됩니다.

케냐나 에티오피아 등 동아프리카에서 올해 초 사막 메뚜기 떼가 대량 발생한 것도 바로 '인도양 쌍극화'가 만든 기록적 폭우로 인해 메뚜기 떼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김기종 / 농촌진흥청 코피아 케냐센터 소장 : 케냐 지역에서는 예년에 비해 11월과 12월, 그리고 올해 1월에 굉장히 많은 비와 함께 높은 온도가 유지되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많은 메뚜기떼가 발생하였었고….]

이처럼 호주 산불이 기후변화에 따른 심상치 않은 징후라는 분석에도 호주 정부가 석탄산업 등을 옹호하면서 미온적인 대처를 하자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습니다.

[조린 필라 / 호주 기후변화 집회 주최자 : 지금이야말로 재생 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기후 변화와 싸우고 지구를 파괴할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할 때입니다.]

호주 산불이 진정된 지 반년도 안 돼 미국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대형 산불이 호주,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가 나서야 하는 기후 재해임을 보여줍니다.

[마크 호우든 / 호주국립대학교 교수 : 우리는 기후변화와 같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문제와, 그 결과를 주시해야 합니다. 호주는 지난 산불을 잊지 않았습니다. 단지 언론의 주목을 안 받고 있을 뿐, 재건 작업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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