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교과서] 홀로코스트 70주년, '치유'는 계속된다

[세상교과서] 홀로코스트 70주년, '치유'는 계속된다

2015.06.13. 오전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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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참사 이후 생존자와 구조자들의 트라우마 치료에 대한 중요성이 한층 높아졌는데요.

유대인 대학살의 아픔을 갖고 있는 이스라엘은 70년이 흐른 지금도 생존자뿐 아니라 2,3세까지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강하나 리포터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흰머리 지긋한 노인들이 휠체어나 보조기구에 의지해 한 곳에 모였습니다.

오늘은 문화센터에서 꽃꽂이 수업이 있는 날인데요.

알록달록 싱그러운 꽃을 보자 환하게 미소를 짓는 노인들.

저마다 왕년의 손재주를 발휘해 멋진 꽃꽂이 작품을 완성합니다.

[드보라 가드(86세), 홀로코스트 생존자]
"제 죽은 남편 무덤에 가져다 놓으려고 꽃꽂이를 했어요. 제 남편도 홀로코스트 생존자였거든요."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수용소에 끌려갔다 목숨을 건진 유대인 생존자들을 위한 문화 교실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생존자들은 이곳에서 그림도 그리고, 도자기도 빚으며 잠시나마 마음을 달랩니다.

미술을 통해 심리 치료를 하겠다는 이스라엘 정부의 지원 덕분입니다.

[에티, 꽃꽂이 강사]
"정말 좋은 치료법입니다. 이 활동을 하면서 대화도 하는데요. 서로 이야기를 하며 특별한 시간이 되는 것이죠."

올해 82살 제니 아이제고비치 씨의 집을 찾았습니다.

제니 씨와 남편은 1941년 우크라이나 인근 트란스니스트리아 강제 수용소에 끌려갔는데요.

유대인 대학살 당시의 기억은 수용소 해방 70년이 흐른 지금도 생생합니다.

[제니 아이제고비치(82세), 홀로코스트 생존자]
"그들(나치)은 저희 아버지를 데리고 가 묶었고 엄청나게 때렸어요. 지금도 그 절규가 들려요."

정부에서 지원해 준 간병인이 수시로 집에 찾아와 아프거나 불편한 곳을 점검해 주는데요.

시간이 흘러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일주일에 3번 따로 찾는 곳이 있습니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상담 치료 센터인데요.

이곳에서 아픈 과거사를 진솔하게 털어놓습니다.

[심리 치료사]
"당신들은 역사의 살아 있는 증인들이에요."

심리 치료사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의 고통을 표현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가는 것입니다.

[칠라, 심리 치료사]
"살아 있는 내내 힘든 기억입니다. 절대 완치가 될 수 없어요. 다른 좋은 기억들로 안 좋은 기억을 대신하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무료 심리 치료 지원은 생존자뿐 아니라 그들의 자녀까지도 받습니다.

생생한 과거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제2의 트라우마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에서입니다.

[아비가일, 케세트 아비브 센터장]
"'암하'라는 단체는 2, 3세를 집중 치료하는 기관입니다. 생존자뿐 아니라 가족도 치료의 대상인 것이죠."

미술 활동과 상담 등을 통해 홀로코스트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전문 센터는 이스라엘 전역에 15곳에 이릅니다.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마음의 상처 치유는 계속 돼야 한다는 사실을 이스라엘은 적극적인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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