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병제' 전환 3년…독일의 변화는?

'모병제' 전환 3년…독일의 변화는?

2014.11.08. 오전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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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들어 군 내부의 가혹행위와 성범죄가 잇따라 드러나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죠?

이런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군 개혁 방안의 하나로 '모병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아직은 우세한데요.

3년 전 모병제로 전환한 독일의 사례를 통해 제도 도입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강주일 리포터!

독일도 얼마 전까지는 젊은이들이 의무 입대해야 했는데요.

독일군의 변천과정부터 좀 살펴볼까요?

[기자]

독일은 지난 1956년 7월 징병제를 도입했습니다.

만 18세 이상인 남성들은 병역법에 따라 군대 생활을 해야 했는데요.

1990년 10월 통일 이후 군 복무 기간이 점차 줄게 됩니다.

최초 징병제 도입 당시 12개월이였던 의무 복무 기간은 냉전 기간 18개월까지 늘었는데요.

통일 이후 복무 기간이 점차 줄어 6개월로 단축됐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1년 7월, 독일 정부는 55년간 유지해오던 징병제를 중단하기로 결정합니다.

전쟁 등 긴급 상황이 생길 경우를 제외하면 원하는 사람만 군대에 가는 '모병제'로 전환하게 된 것이죠.

[앵커]

독일은 통일 이후에도 20년 가까이 징병제를 유지해 온 셈인데요.

제도를 폐지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뭔가요?

[기자]

일단 가장 큰 이유는 통일로 전쟁 위협이 줄었기 때문이겠죠.

병역제도의 전환점이 된 것은 유럽 재정위기였습니다.

지난 2010년 독일 정부는 향후 4년간 정부 예산을 대대적으로 줄이기로 결정하는데요.

이 기간 국방 예산이 88억 유로, 즉 11조 원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25만 명에 이르던 군 병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고 징병제는 폐지됩니다.

결국 직업 군인과 기간제 군인, 자원 입대자를 포함해 독일 군은 18만 5천 명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지난 2011년 1월 의무 복무자 만 2천여 명 입대를 끝으로 징병제는 사라지게 됐습니다.

[인터뷰:문장렬, 국방대 교수]
"예산 감축 필요성도 생기고 남녀 간의 형평성과 사회적 통합을 고려했을 때 모병제로 점차 이행중이었는데 전면적으로 모병제를 실시해도 될 만하다 하는 일종의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앵커]

병력을 줄인다면 처우는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요?

모병제 전환 이후 군인들의 생활은 나아졌습니까?

[기자]

먼저 사병들의 임금이 크게 올랐습니다.

징병제 시절 독일 이등병 월급은 평균 300유로, 우리 돈으로 약 40만 원 정도였는데요.

모병제 도입 이후 기본급과 복무 수당을 포함해 종전의 세 배 가까운 110만 원을 받게 됐습니다.

이 뿐 아니라 자녀 한 명당 우리 돈 15만 원씩 '가족 수당'을 따로 받고, 연말 수당과 전역 수당도 받게 됐습니다.

부대에서는 입대자들이 전역 이후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직업 훈련도 시켜준다고 합니다.

[앵커]

모병제로 전환한 뒤 3년 정도 지났는데요.

현재까지 어떤 장단점이 나타나고 있는지요?

[기자]

일단 독일 국민들은 모병제의 취지 자체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웃과 국가에 봉사하는 자세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마르틴 인디크스, 베를린 시민]
"모병제로 바뀌고 난 후 국가를 위해 일할 동기부여가 생긴다는 점에서 좋습니다. 강제적으로 할 경우 군대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원 입대자 수는 지난 3년간 계속 줄고 있습니다.

첫 모집 당시 3천 4백여 명이 지원했지만 지난해 2분기의 경우 615명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자원 입대한 사람 가운데도 시범 복무 기간인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30%에 이릅니다.

독일 정부는 자원병을 모집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홍보 활동을 펴고 있는데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에게 군대는 인기없는 직종으로 인식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터뷰:파울 오스빈트, 독일 대학생]
"군인 월급이 너무 적은 것 같아요. 물론 12년 동안 일자리를 잃지는 않겠지만 힘들게 일하기 때문에 월급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야콥 데니쉬, 독일 대학생]
"군인이 되는 것을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어요.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군인이나 전쟁에 대해 관심이 없어요. 저는 다른 일을 하고 싶어요."

[앵커]

한국에서는 모병제 전환을 둘러싼 논의가 이제 시작 단계인데요.

이런 제도가 군 내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기자]

독일에서도 지난 2004년 군대에서 일어난 가혹행위가 큰 논란이 됐습니다.

선임병들은 인질로 잡혀갔을 때에 대비한 훈련이라며 신병들의 손발을 묶고 마구 구타했는데요.

이 사건 이후 독일 사회에서는 모병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습니다.

하지만 군 내부의 문제들이 병역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사병의 인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존중하는 병영 문화를 만드는 일이 급선무고요.

대체복무제를 활성화 하는 등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쪽으로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뷰:문장렬, 국방대 교수]
"단순히 병역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서 내가 봉사한다, 공동체의 안보나 발전을 위해서 내 인생의 일부를 기꺼이 자랑스럽게 투자한다 이런 정신적·사회적인 성숙이 있으면 병역 제도나 문화가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앵커]

가까운 일본에서는 징병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타이완은 모병제 전환을 앞두고 있습니다.

각 나라가 처한 현실에 따라 어떤 선택을 할 지 결과는 달라질텐데요.

우리 군대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사회 구성원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강주일 리포터! 수고하셨습니다.

[기자]

지금까지 독일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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