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사각지대, 우토로 마을

인권 사각지대, 우토로 마을

2007.11.01. 오전 10:3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멘트]

지난 시간에는 우토로 마을의 아직 끝나지 않은 토지 매입 문제에 대해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우토로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행정적인 차별 속에 고립된 생활을 이어온 우토로 주민들의 애환을 박은미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경상남도 마산이 고향인 문광자 할머니는 26살 꽃다운 나이에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이끌고 우토로로 왔습니다.

조선인들을 향해 쏟아지는 돌팔매질을 피하기 위해 야마구치 현을 벗어나 동포들만 모여 살기 때문에 차별이 없다고 소문난 이곳으로 온 것입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문 할머니 부부는 이곳에 사는 동포들과 마찬가지로 바로 옆 군용 비행장 건설에 동원돼 고된 노역을 해야만 했습니다.

[인터뷰:문광자, 재일동포 1세]
"여기 와서 맨손으로 비행장을 건설 하는데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2차 대전에서 일본이 패한 후 우토로 마을을 점령한 미군은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하며 퇴거를 종용했습니다.

[인터뷰:문광자, 재일동포 1세]
"미군이 대포를 쏘면 우리는 돌을 던져 맞섰습니다.미군은 우리보러 나가라고 했지만, 우리들은 그들에게 미국으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죽기 살기로 우토로를 지킨 주민들을 찾아온 것은 어느날 갑자기 토지 소유권을 주장하며 나선 땅 주인들.

하루가 멀다 하고 퇴거 명령서를 들고 찾아오는 땅주인이나 폭력배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한편 재판소 출정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인터뷰:김교일, 우토로 주민회장]
"이미 나이드신 분들만 계신 우토로, 다른 곳엔 갈 곳도 갈 수도 없습니다."

지대가 낮아 비만 오면 물속에 잠기기 일쑤인 우토로 마을.

하수도 시설은 물론 아직 상수도 시설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아 현재 남은 65가구 가운데 절반 이상은 우물물로 생활해야 합니다.

반면 도랑 하나를 사이에 둔 바로 옆 일본인 거주 지역은 축대까지 세워져 있습니다.

[인터뷰:황순례, 우토로 주민]
"우토로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아직까지 이 우물물을 먹고삽니다. 50년 전부터 여태껏 수돗물이 아니라, 우물물..."

모든 세금은 똑같이 납부하고 있음에도 일본인이 사는 마을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토부 우지시 주거환경 정비사업에서도 제외된 우토로 주민들은 삶의 기본권인 생존권을 위해 일본 정부와 맞서고 있습니다.

[인터뷰:김교일, 우토로 주민회장]
"주변 일본인들 동네는 상하수도 시설이 완비돼 있는데 우토로만 안 해주는 것은 명백한 차별입니다.우지시가 모른 척 해온 것은 우토로가 재일 조선인 마을이기 때문입니다."

한일 양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 생존권뿐만 아니라 인간답게 살 기본권마저 위협을 받고 있는 우토로 주민들.

우토로 문제는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이라는 경제논리가 아니라, 역사적인 시각에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일본 교토 우토로 마을에서 YTN 인터내셔널 박은미 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