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스트리트를 아시나요?"

"가평 스트리트를 아시나요?"

2006.02.16. 오후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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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서울 역삼동에는 '테헤란로'가 있습니다.

'테헤란로'는 1977년 1차 석유파동 당시 경제가 휘청이자 중동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구축 차원에서, 이름 지어졌다고 하는데요.

이런 식으로, 세계 곳곳에 우리 말로 된 거리와 건물이 있다고 합니다.

거리 이름도 저마다 사연이 있게 마련인데요.

호주 시드니에는 어떤 사연의 우리 이름 거리가 있는지 권기정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인터뷰:김지영,시드니 동포]
"글쎄요…시드니에 한국지명으로 된 길이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는데요?"

[인터뷰:에이브 성, 시드니 동포]
"어딘가 있다고는 하는데 아직 가본적은 없어요."

시드니 북부 중산층이 모여사는 벨로스 지역입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나무도 많고 조용한 주택가 한켠에 눈에 익은 도로 이름이 눈에 띕니다.

영어로 쓰여진 안내판을 읽으면 '가평 스트리트'로 한국의 경기도 가평군의 영어식 표기와 같습니다.

가평 스트리트는 한국전이 한창이던 지난 1951년 호주보병 제3대대가 중공군을 상대로 격전을 벌인 가평 전투를 기려 이름지어졌습니다.

수도 수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가평 전투에선 호주군인 32명이 전사하고 53명이 부상당했습니다.

호밧 등 호주 일부 도시에선 4월 24일을 '가평의 날'로 지정해 해마다 전투에 참여했던 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있습니다.

[인터뷰:티나 그람, 와링가 카운슬 도서관 사서]
"가평 스트리트와 부산 플레이스 두 곳의 이름을 누가 언제 지명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1975년 가평과 우리 지역내 벨로스 시티가 자매결연을 맺을 당시, 이 두 거리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한국전에 참가했던 호주군인과 관련 있는 것이다."

[기자]
가평 스트리트 바로 옆에는 한국 제2의 도시 부산에서 이름을 딴 '부산 플레이스'가 이어집니다.

이곳에는 '부산 리저브'라고 이름 지어진 작은 공원도 있습니다.

호주 참전 용사들의 유해가 가장 많이 묻힌 부산은 생존하는 참전 용사들에겐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티나 그람, 와링가 카운슬 도서관 사서]
"주목할 부분은 호주인과 한국인은 자매 도시인 가평군과 벨로스 시의 관계를 통해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기자]
주택가 옆에 수줍은 듯 펼쳐져 있는 '가평 스트리트'와 '부산 플레이스'는 세대가 더해가면 잊혀져 가는 한-호주간 혈맹의 우의를 조용히 상기시켜 주는 듯합니다.

시드니에서 YTN 인터내셔널 권기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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