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채 문제 해결 방법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가계 부채 문제 해결 방법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2011.08.31.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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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두 달 전, 금융당국이 가계 부채 연착륙 종합 대책을 내놓았지만 가계 부채 증가세는 전혀 꺾이질 않고 있어 정말 우리 경제의 큰 골칫거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가계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처방전의 약발이 별로 안 먹히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왜 그런지, 또 가계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바람직한 해법은 무엇인지 YTN 포커스에서 자세히 짚어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안순권 박사 자리 함께 했습니다.

[질문]

가계 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 2분기에도 가계부채가 증가 규모가 사상 최대였다고요.

2분기 가계부채 동향과 7, 8월의 증가세는 어떤지 살펴볼까요?

[답변]

2분기에 가계 신용, 곧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의 가계 대출과 카드사의 판매 신용을 합한 가계 부채의 규모가 876조 3천억 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전분기보다 18조 9천억 원이 늘어났는데 1분기 증가폭 10조 4천억 원보다 훨씬 높은 규모입니다.

3분기 들어와서 7월에 4조 3천억 원 증가했고 이것은 6월 가계 부채 종합대책 나오기 이전의 통상 증가 수준인 3조 5천억 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입니다.

그리고 8월에는 첫 1, 2주 만에 벌써 2조 2천억 원 이상 증가해서 급기야 당국이 은행의 가계 대출을 중단시키는 긴급 처방을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질문]

지난 6월 29일에 가계 부채가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어서 정부가 연착륙 종합 대책을 내놓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가계부채 증가가 계속되고 있는 원인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답변]

무엇보다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서도 전셋값이 급등함에 따라 전세 자금 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7월 중에 약 8% 이상 늘어났습니다.

여기에다가 올 상반기 물가 상승이 아주 심각해서 이에 따라 생활비용이 늘어나서 생계형 대출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계의 급전 빌리는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다가 가계 부채 증가 속도 억제하는 데 가장 좋은 방안인 금리 상승 카드를 상당 기간 사용하기 힘든, 올 상반기 기준금리 많이 올렸지만 최근 여러 가지 글로벌 금융 불안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올리기가 매우 어려운 점에서 가계 부채 증가세 꺾기가 힘듭니다.

은행들은 대출 이자가 핵심 수입원인데 건전성만 유지되면 대출 규모는 별로 문제될 것 없다는 게 은행들의 생각이죠.

그래서 6월 종합 대책 나왔지만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억제에 나서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종합 대책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오히려 더 늘어나는 요인들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질문]

금융 당국과 금융 창구, 일선 은행들 입장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부 핵심 대책들이 겉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습니까?

[답변]

정부의 가계 부채 억제 대책이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른 정책 목표인 서민 생활 안정, 전월세 대책, 내수경기 활성화와 상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가계 대출을 너무 억제할 경우 한편에서는 전월세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 전월세 자금 대출 많이 해주라고 해야 하는데 은행들은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그리고 서민 생활 안정과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영업자와 가계 생계 자금이 어느 정도 나가게 해 줘야 합니다.

그런데 연 7% 이내 전월 대비 0.6% 이내 가이드라인으로 강력하게 막을 경우 목표 달성에 굉장히 차질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정부의 다양한 정책 목표를 어떻게 서로 조율하느냐, 각 부처가 정책 협의 잘 하느냐 하는 과제 안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무엇보다도 가계 부채 억제를 정부가 지난 몇 년간 안이하게 대응해서 대책의 시기를 놓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올 2분기 들어서 증가세가 급격히 높아지니까 대책을 내놓았는데 그것도 6월 29일에 발표했고요.

신용카드사의 과다한 외형 확대 경쟁을 차단하는 대책도 이미 작년 말부터 문제가 됐는데 올해 6월에야 나왔습니다.

금융당국이 기준금리 인상과 미세 조정 등의 선제적 대응으로써 가계 부채가 6, 700조 범위에 있을 때 강력하게 막았어야 하는데 이제는 가계 부채 문제를 잘못 건드릴 경우 전체 경제가 상당히 흔들리게 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뒤늦은 감이 있지만 아무튼 최근 여러 가지 글로벌 위기 가운데 우리 경제의 가장 심각한 불안 요인의 하나인 가계 부채 문제에 대해서 강력하게 대처해야 하고 정부가 적극 나서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가계 대출이 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은행에서 빌린 가계 대출 자금이 주로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까?

[답변]

우리나라의 가계 대출이 다른 미국이나 유럽보다도 그래도 조금 건전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주로 주택 마련을 위한 담보 대출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주택 구입 외에 생활비나 사업자금 용도로 주택담보 대출을 사용하는 가계의 비중이 42%로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4분기에는 36%에 불과했는데 이렇게 늘어난 것은 그만큼 서민 가계가 팍팍해져서 자영업자의 사업자금이나 대학 등록금, 사교육비를 대기 위해서 생활비 용도로 많이 쓰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적자 가구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렇게 되면 가계 부채가 구조적으로 더 악화될 수 있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심각성 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미국발 여러 가지 위기로 주가가 급락하니까 저가에서 주식을 사서 이익 남기려는 용도로 가계대출 자금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특히 시중 은행의 신용 대출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바로 주식 자금 용도로서 가계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뜻한다 볼 수 있겠습니다.

[질문]

그래서 얼마 전에 시중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정부 지침에 따라서 당분간 정면 중단하겠다고 밝혀서 돈이 필요한 서민 가계들이 큰 혼란에 빠졌는데요.

그러다가 다시 금융당국에서 그렇게 하지 말라, 금융당국이 말 그대로 오락가락했는데 어떻게 되고 있는 겁니까?

[답변]

문제는 가계 부채가 우리나라 경제의 시한폭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대출을 틀어막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대출을 틀어막으면 대출 대란이 일어나는 것 지난번에 시중 은행들이 가계 대출 중단할 때 본 것이죠.

정부가 다시 입장을 후퇴했는데 한바탕 혼란을 겪은 다음 금융당국의 입장은 신규 대출은 엄격히 하면서 기존 대출의 상환을 독려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은행들도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는 이제 쓰지 않고 자금 용도 심사를 엄격히 해서 신규 대출을 하되, 기존의 대출을 가급적 해소해서 대출 증가율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또 내놓은 방안이 은행들 입장에서는 누구는 대출해 주고 누구는 대출 안 해주면 고객과의 신뢰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신심사를 강화하는 부담에서 벗어나서 대출의 가격을 높이는, 곧 대출 이자를 높여서 수요를 줄이는 방향을 정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 달부터 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올리는 쪽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당국은 이렇게 해서 8, 9월에도 가계 부채 증가 속도가 줄어들지 않으면 예대율 규제, 그리고 가계 부채 초과 증가분에 대해서는 준비금을 적립시켜서 은행들의 대출 여력을 약화시키는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서민들은 갈수록 은행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는데 가계 대출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시중 은행이 금리를 올릴 방침이라고 하는데 기준금리는 고정돼 있는데 서민 대출 이자를 또 올리면 이자 부담이 그만큼 가중되지 않겠습니까?

[답변]

대출 금리가 올라가면 가계 대출이 줄어드는 데 가장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는 것을 정부가 사실상 용인하고 있는 거죠.

이렇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실질 소득이 줄어서 생활이 어려운 가계가 상당한 이자 상환 부담을 안게 됩니다.

여기에다 시중 은행으로부터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경우 결국 제2금융권으로 가야 하는데 제2금융권의 이자가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서민들의 가계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서 서민 생활 안정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됩니다.

[질문]

이렇게 서민들은 빚도 늘어나고 이자 부담도 사상 최고라고 하는데 시중 은행들은 반대로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은행 이자 구조가 어떤 면에서는 불합리하게 책정돼 있는 게 아닌가, 은행 이익의 대부분이 대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대출 이자 구조는 어떻습니까?

[답변]

우리나라 은행의 대출 금리 구조는 대출을 받는 이들에게 불리한 구조입니다.

왜냐하면 은행들은 대출 금리 변동 주기는 짧게 하고, 예금 금리 변동 주기는 길게 잡아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때 대출 금리는 신속하게 곧바로 올리고 예금금리는 서서히 올려서 예대 마진폭을 넓혀서 큰 이익을 챙기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출받는 분들에게는 불리한 구조로 돼 있습니다. 그

래서 지난해 예대마진이 2.85%P였는데 올 5월에는 3.01%포인트로 크게 늘어나 있습니다.

은행들이 상반기에 사상 최고의 이익을 냈는데 그것은 은행들이 그만큼 금리 장사를 잘한 것이고, 금리 장사의 비결은 예대 마진폭을 늘린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은행들의 예대 마진이 과다하게 늘어날 경우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질문]

가계 부채를 줄이려면 아무래도 금리를 높이는 것이 가장 유력한 방법 중 하나이지만 국내외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쓰기가 쉽지 않은 형편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어떻게 보십니까?

[답변]

유럽 재정 위기와 미국의 신용 등급 강등 여파로 국내 시장이 굉장히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금융 시장이 불안해지면 실물 경제에도 찬바람이 불게 되고, 정부가 성장률을 4.5%로 잡았다가 다시 하향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연내 기준금리 인상은 사실상 힘들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만일 금융 시장이 계속 불안하고 성장률이 더 둔화하면 동결은커녕 오히려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질문]

요즘 서민 가계 형편을 보면 가계 대출을 줄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계 대출을 마냥 방치할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인데 끝으로 정부나 금융당국, 금융기관에서 가계 부채 해법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답변]

무엇보다도 서민들이 돈을 빌리기가 어려운 문제점은 있지만 정부가 9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에 더는 안이하게 대응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서 연 7% 이내 전월 대비 0.6% 증가율 이내로 한다는 가이드라인 제시한 것은 분명히 올바른 방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을 앞으로 계속 시행하되 문제는 실수요자들이 돈을 못 빌리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합니다.

또 취약계층의 부채가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고 제2금융권으로 가는 분들은 대개 신용이 낮은 서민층인데 제2금융권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면 위기가 발생할 경우 제2금융권은 건전성 관리가 취약하기 때문에 카드 대란,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서 제2금융권이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을 불안하게 하는 진원지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전체 가계 대출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취약 계층의 가계 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조기에 대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계 부채 문제는 이러한 금융 규제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수준 이른 것 같습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서민들의 생계 자금 부담을 덜도록 물가 관리를 잘해야겠죠.

그리고 가계의 실질 소득 증가를 유발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을 촉진할 수 있는 거시 운용 기본틀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제2금융권으로 가계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 효과가 점차 심화되면 금융권 전체에 대한, 지금은 은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중점적으로 하지만, 앞으로는 금융권 전체에 대해서 가계 부채의 총량을 억제하는 보다 강도 높은 대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우리나라 전국 가구 가운데 26%는 사실상 빚을 내서 생활하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가계 부채 문제를 잘못 건드리면 부작용이 워낙 클 수밖에 없는데요. 금융당국의 지혜와 빚을 줄이려는 가계의 노력이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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