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사이드] "물방울 시작은 상흔"…김창열 창작 여정 따라간 대규모 회고전

[컬처인사이드] "물방울 시작은 상흔"…김창열 창작 여정 따라간 대규모 회고전

2025.09.13. 오후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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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예술가들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그만큼 특징적인 그들의 작품세계를 드러내기도 하죠?

우리에게 물방울 작가로 유명한 고 김창열 화백도 그런 아티스트 중 한 명인데요.

최근 그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려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물방울로 향해가는 작가의 예술 여정 함께 떠나보실까요?

김정아 기자입니다.

[기자]
찢기듯 캔버스 위를 긁고 지나간 상처!

김창열 물방울의 시작은 총알의 상흔입니다.

16살에 월남해 해방과 전쟁, 분단의 시기를 거친 젊은 김창열의 그림엔 그래서 시대의 아픔이 거칠게 담겨 있습니다.

전후 한국에서 앵포르멜 운동을 주도하던 김창열은 김환기의 권유로 뉴욕으로 건너갑니다.

스스로 암흑기라고 칭한 이 시기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 같은 시기인데,

팝아트와 추상표현주의 등이 주류를 이루던 미국에서 본인만의 예술 언어를 찾기 위한 고된 실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설원지 / 학예연구사 : 거친 화면의 작업은 뉴욕에서 전혀 환영받지 못하고 작가는 화가로 살아남기 위해서 굉장히 치열한 조형적인 변화를 맞이하거든요. 뉴욕시기의 실험이 없었다면 물방울이 맺힐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꿀렁꿀렁 흐르던 점액들이 구체화 되다

드디어 물방울이 캔버스를 비집고 나오는 순간,

외곽의 척박한 마구간에서 작업을 하던 파리 시기는 또 한 번의 전환점입니다.

[김성희 / 국립현대미술관장 : 시기별로 변해가는 물방울 작품들도 대거 등장하게 되지만 가장 의미 있었던 것은 그중 가장 처음 그린 물방울, 1971년 물방울 회화가 최초로 공개됩니다.]

우연히 캔버스에 맺힌 물방울에 큰 세계가 열리는 것 같았다는 김창열!

저마다 이야기를 품은 물방울의 무한 변주를 거치며,

평생을 물방울 작업에만 천착한 작가에게 도대체 물방울은 어떤 의미였을까?

[고 김창열 화백 / 생전 YTN 인터뷰(2010년) : 물방울은 가장 가볍고 아무것도 아니고 무에 가까운 사물이지만 나한테는 상흔과 맞먹는 또는 상흔 때문에 나온 눈물, 또는 그보다 더 진한 액체였을 거예요.]

초기작부터 말년까지 물방울의 여정을 따라가도록 구성한 이번 전시에는

미공개 작품 31점 공개와 함께 별책부록 같은 아카이브 공간도 마련됐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처음으로 공개되는 7.8m 대작과 함께,

청년 김창열과 노년 김창열 작품이 조우하는 연출은 한 시대와 작가의 상흔과 치유 과정을 고스란히 투영한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입니다.

YTN 김정아입니다.


영상기자 :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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