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쏙] '흥분에서 좌절로'…테마주의 역습

[쏙쏙] '흥분에서 좌절로'…테마주의 역습

2016.06.22. 오후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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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혜원 / 경제부 기자

[앵커]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영남권 신공항, 사회적 관심을 모았었는데 증시에서도 이번 신공항 발표를 앞두고 밀양 테마주, 가덕도 테마주, 이렇게 주식들이 소문 따라 들썩였는데요.

과연 이 테마주들은 어떻게 됐을지, 조심할 점은 없는지 경제부 염혜원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소문에 따라 움직이던 주가, 결국 어떻게 됐나요?

[기자]
어느 정도 예상하실 수 있겠죠? 이른바 밀양 테마주로 불리던 종목들은 모조리 급락했습니다. 세우글로벌과 두올산업 모두 하한가를 찍었습니다. 반대로 어제는 하락 마감했던 가덕도 테마주 부산산업과 영화금속 등은 20% 안팎으로 올랐습니다.

가덕도에 공항을 짓진 않지만, 김해공항 확장의 수혜를 볼 수 있을 거란 기대 탓입니다. 밀양과 가덕도 테마주 모두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주가가 지금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각 회사의 실적 등에는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순전히 기대감으로 주가가 고공행진을 했던 겁니다.

[밀양테마주 투자자 :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막판에 오후 2시쯤에 들어갔는데 30분 남겨놓고 등락이 너무 심하길래 좀 위험하다는 생각은 했는데…지금 하한가에도 팔려고 걸어놨는데도 천만 주가 대기하고 있어서 저는 아예 기대도 안 하고 (있어요.)]

[앵커]
신공항 테마주뿐만 아니라 각종 테마주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요. 어떤 주식을 테마주라고 하는 겁니까?

[기자]
사실 테마주가 다 나쁜 건 아닙니다. 사전적 정의를 보면, 주식시장에 어떤 새로운 이슈가 발생했을 때 비슷한 종목끼리 묶어 놓은 걸 지칭하는 건데요.

문제는 근거 없는 소문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서 주가를 조종하는 세력이 배후에 있는 테마주입니다. 이런 테마주의 경우 작전 세력이 루머를 SNS나 주식카페, 모바일 메신저 등에 퍼뜨리고, 이걸 본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주가를 끌어 올리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값이 오르면 작전세력은 주식을 팔아 차익을 보고 떠나기 때문에 주가는 다시 폭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앵커]
얼마 전 총선도 치르고, 또 대선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요새는 정치 테마주 얘기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도 역시 작전 세력에 의한 것이 많다고 봐야 하나요?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 대선 직전인 2012년 6월부터 1년 반 동안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 147개 종목을 분석해봤는데요. 셋 중 한 종목에서 불공정거래 혐의를 발견했습니다. 대선이 끝난 뒤 가격을 살펴보니 평균적으로 최고가 대비 48% 하락했습니다. 반토막이 난겁니다.

그런데도 정치 테마주는 오히려 점점 더 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유력 정치인과 옷깃만 스쳐도 테마주가 됩니다. 요즘 가장 주목을 끄는 건 반기문 테마주입니다. 반 총장의 동생이 부회장이라는 이 회사의 주식은 반 총장의 방한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16일 상한가를 쳤습니다. 하지만 약발은 이틀도 못 갔습니다. 이게 실적에 기반하지 않은 테마주의 문제입니다.

[이승우 / 금융감독원 테마기획조사팀장 : 테마주는 실체가 없는 경우가 없는 경우가 많고 막연한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시세 조종 세력이 개입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과거 사례를 볼 때 일반 투자자가 큰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보니까 멋모르고 투자했다가는 소위 '물린다'고 하죠. 손해 봐서 팔지도 못하기 십상인 것 같은데요. 그런데 궁금한 것이 언제부터 이런 테마주가 나타난 겁니까? 언제부터 이런 테마주가 나타난 겁니까?

[기자]
증시 기록을 보면,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 풍문에 의해 주가가 흔들리기 시작한 걸로 나와 있습니다. '만리장성 4인방' 이라는 테마주였는데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중국과 외교를 시작할 무렵 중국이 만리장성에 바람막이를 세운다는 소문이 주식시장에 돌았습니다.

그러자, 알루미늄을 공급한다는 회사, 우리 인부들이 신을 고무신을 제작한다는 회사, 간식으로 먹을 빵을 공급한다는 회사, 여기에 빵 먹고 체하면 먹일 소화제 회사까지 주가가 뛰어올랐습니다.

황당무계한 소문으로 주가는 단기적으로 뻥튀기됐지만 결국 이 가운데 두 회사는 상장 폐지됐습니다.

[앵커]
그럴싸한 소문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누군가는 이익을 본다는 거군요. 이렇게 되면 소문의 진상을 모르는 개미 투자자들은 자칫 개미지옥에 빠질 가능성이 큰 건데. 그럼에도 자꾸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근거가 희박한 줄 알면서도 돈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아마 다른 사람보다 빠른 정보를 가지고 움직여서 이익을 얻고 빠져나올 수 있다고 판단할 텐데, 전문가들은 착각이라고 말합니다. 개인이 주식을 팔 타이밍을 잡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 작전주가 아니더라도 지난해 정보유출 논란까지 빚었던 면세점처럼 당장은 주가가 급등하겠지만 업황에 따라 곧 추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도 대선을 앞두고 요즘 테마주가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인맥과 학연으로 듬성듬성 엮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정책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따진다고 하죠. 투자에서 중요한 건 소문보다 실체입니다. 지금까지 경제 줌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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