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안보, 물

또 하나의 안보, 물

2016.05.13. 오후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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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마르고 타들어 갔다.

농사도 지을 수 없고 식수확보마저 위험해질 정도의 지독한 가뭄,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타들어 갔다.

21세기에 하늘에 올리는 기우제가 치러졌다.

가뭄이 낳은 진풍경이었다.

[김종순 / 충청남도 보령시 미산면 풍계리 : 말할 것도 없어. 밭에 곡식이 다 타죽었어요. 사람이 타죽게 생겼더라니까]

[권영희 / 충청남도 보령시 미산면 풍계리 : 자식들이 와도 밥해주기도 어렵고 자식들 오지 말라고 할 정도로 동네가 그 정도로 힘들었어요.]

비가 여름에 집중되어 있고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는 1인당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이 OECD가입국 중 최저치에 속하는 129위.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미 물 부족 국가다.

지금,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첨단 기술이 총동원되고 있다.

산간 도서 지역을 위한 이동식 급수시설에서부터 강변의 물을 여과시켜 사용하는 강변여과수 개발, 그리고 지하에 건설되는 대규모 저수지까지 우리가 물 관리 기술에 이처럼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물, 그것은 나라를 지키는 또 하나의 안보이기 때문이다.

충남 보령의 한 농촌 마을.

봄과 여름 사이, 밭농사를 주로 짓는 이 마을 주민들은 요즘 여러모로 마음이 불안하다.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작년의 악몽이 되살아나서다.

[송춘규 / 충청남도 보령시 미산면 풍계리 : 물이 그렇게 귀한 건지는 생전 처음 알았지요. 물이 그렇게 중요한 건지는 모르고 살았지요.]

[김종순 / 충청남도 보령시 미산면 풍계리 : 생전 처음이에요. 이렇게 가물어 보기는 생전 처음이야, 나 시집와서 처음이에요. 물 때문에 이렇게 고통 받는 건.]

[이종일 / 충청남도 보령시 미산면 풍계리 : 그냥 답답하니까. 비는 안 오고 해서 동네에서 돈 조금씩 걷어서‘옛날 어른들처럼 우리 기우제나 한번 지내보자’해서 집집마다 돈 조금씩 걷어서 음식 장만해서 산에 가서 (기우)제 지낸 거예요.]

작년, 이 마을에는 엄청난 가뭄이 몰아닥쳤다.

보령댐 방류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고, 나중에는 그마저도 중단됐다.

논과 밭에 심어놓은 작물들은 햇볕에 타들어 가고 있고 일부 지역은 먹는 물조차 급수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물 걱정 없이 살아오던 마을 사람들에게 이것은 하나의 충격, 물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조차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변종만 / K-water 보령권 관리단장 : (작년 가뭄 때) 충남 서부지역 여덟 개 시군은 제한급수가 불가피했고 또한 산하의 네 개 화력발전소는 절수나 대체 수원 개발 그리고 수영장 등의 물 다량소비업체에게는 휴업을 유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일부 산간지역이나 도서 지역에서는 먹는 물조차 부족했고 농작물이 타들어 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는 그런 아찔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총 저수량이 1억 1,700만 톤인 보령 댐은 작년 가뭄 때 그 저수량이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큰 피해는 흉작이었다.

작년, 이 마을 사람들은 봄부터 여름까지 이어진 가뭄으로 한 해 농사를 망쳤다.

이것은 단순히 농사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었다.

물이 부족해 농사를 망치게 되면 한 해 살림살이에 큰 타격이 왔다.

물 부족은 곧 농촌 문제로, 경제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물을 공급할 길을 찾다 못해 작년 주민들은 직접 나서 저수지를 만들자는 의견까지 나왔었다.

그만큼 급박했던 것이다.

[이종일 / 충청남도 보령시 미산면 풍계리 : 저 위에 고랑을 막아 (저수지) 만드는 것을 한참 얘기했었어요. 근데 거기가 땅 밑 자리가 너무 허술해서 막아도 물이 샐 것 같다고 그래서 못한 거예요. 애초에 계획까지 했었어요.]

문제는 식수였다.

급한 대로 식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탱크를 만들었다.

이 물탱크는 인근에서 지하수를 연결해 우선 급한 식수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권영희 / 충청남도 보령시 미산면 풍계리 : 이게 우리 마을 주민들이 다 먹을 수 있는 (물)탱크예요.]

이 급수탱크는 주민들이 직접 관리하는데 수도꼭지를 여닫으며 급수량을 제한한다.

[권영희 / 충청남도 보령시 미산면 풍계리 : (물을) 여기서 틀어줘요 이 속에서 이걸 틀면 동네로 나가고요. 잠가 놓으면 동네에서 물을 하나도 못써요 그래서 이 안에서 연결이 되어있는 거죠.]

올해는 가뭄이 찾아오지 않았지만 주민들의 철저한 물 관리는 올해까지 이어졌다.

가뭄이 닥치고서야 각종 저수시설에 대한 필요를 절감했다.

이 관정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다음 가뭄이 닥쳐왔을 때 이 급수탱크와 관정만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권영희 / 충청남도 보령시 미산면 풍계리 : 전에는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나오니까 그것의 소중함을 몰랐죠. 근데 작년에 우리가 가뭄에 너무 많이 고생해서 ‘물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고) 물이 많이 나올 때에도 (물)절약을 하면서 살아야겠다. 물이 너무 소중하다는 걸 깨닫지 못하면 이해 못해요.]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가뭄은 전쟁과 맞먹을 정도의 큰 국가비상사태였다.

가뭄이 지속되면 나라에서 기우제를 지냈고 임금은 가뭄과 관련해 파종 시기와 수확 등 모든 일정을 직접 챙겼다.

또 물 관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세종은 측우기와 자격루 등을 만들어 가뭄에 대비하고자 했고 늘 물 부족에 대해 고민해왔다.

이상기후 현상, 물 사용량 급증으로 인해 세계에는 물 부족 위기에 처한 나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세계은행은 물 부족으로 인한 국가재정 지출이 GDP의 6%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나라 역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OECD 환경전망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2025년 물 기근 국가를 거쳐 2050년에는 물 부족 지수가 크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득모 / 서울 물연구원장 : 물 부족은 식량 위기, 식량 안보라든가 에너지 안보, 수력발전 이렇게 같이 연계 됩니다. 아시다시피 물이 부족하면 농업이 안 되니까 식량 위기가 오고 또 수력발전도 해야 하는데 물이 부족하면 (수력)에너지 (발전에도) 차질이 생깁니다. 이거(물 부족) 관련해서 올해 다보스포럼에서도 10년 이내에 물 위기가 가장 위험한 세계적 위기가 우리 지구 상에 올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물 부족 위기는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물 부족을 무엇보다 절실하게 체감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도서 지역이다.

대청도의 중심지인 선진동.

이 마을은 대청도의 주요 상가가 몰려있는데다가 여름이면 관광객이 몰려 늘 물 부족 현상에 시달려 오던 곳이다.

대청도에서 수십 년간 살아온 정재성 씨.

그 역시 작년 여름 살아오면서 가장 심한 가뭄을 경험해야 했다.

소일삼아 집 앞 텃밭에서 짓던 농사는 애시당초 포기해야 했다.

평소 물이 부족할 때는 지하수를 끌어다 썼는데 작년엔 지하수마저 고갈됐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식수였다.

수돗물이 끊기자 이 일대 주민들은 군청에서 나눠주는 정수된 물로 여름을 나야했다.

[정재성 /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대청2리 : 한 집에 여섯 개씩 받았나, 작년에 이렇게 받았어요. (작년에 그럼 이것 받아서 생활하신 거예요?) (작년) 여름에 이것을 받아서 먹었죠. 작년에 물이 모자라니까 저기 지하수 있는데 지하수가 안 올라왔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옹진군청에서) 이 물을 갖다 준거죠. (그럼 이렇게 급수를 받아본 적이 작년이 처음이었나요?) 네. 처음이었어요. 전에는 물 배급받아 먹었고 그러다가 지하수를 파면서부터 (물) 배급을 안 했어요. 그런데 작년부터 가무니까 갑자기 심해져서 (물 배급을 하고) 그랬죠.]

[정재성 /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대청2리 : 이게 옥상에 있던 건데요. 올해 물이 잘 나오니까 옥상에서 내려놨어요.]

여름이 다가오면서 정재성 씨는 걱정이 많다.

작년보다 사정이 낫다지만 그도 안심할 수 없다.

작년 옹진군에서 물 급수가 제한된 지역은 무려 열네 군데 마을이었다.

물이 제대로 공급이 안돼 피해를 본 주민만 3천 800여명에 달한다.

해마다 여름, 제한급수와 같은 임시방편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으로 이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바닷가에 자리한 한 연구시설, 담수는 물론 해수까지, 물이 필요한 지역으로 이동해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다중수원 이동식 모듈화 수처리 장치, 이 장치의 실제 상용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연구진이 개발해온 이 장치를 제일 먼저 사용하게 될 곳 중 하나가 대청도.

대청도야 말로 이동식 급수장치가 필요한 곳이다.

[신성훈 / 스마트 워터 그리드 책임 연구원 : 대청도(같은) 도서 지역은 계절에 따른 지하수의 유량 변동이 심할 뿐만 아니라 관광객 유입 등으로 인해서 물의 사용 패턴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대청도의 경우 휴가철에 사람들이 몰리고 갑자기 비가 오지 않으면 물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다른 시기에는 물이 부족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마을 상수도를 증설하는 것은 정부에서도 어렵습니다. 이럴 때 다중수원 이동식 모듈화 수처리 장치를 활용하면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같은 대청도 내에서도 물 공급 상황은 제각각.

특정 지역, 특정시기에만 겪는 물 부족, 그걸 대비해 이 장치가 개발됐다.

다중수원 모듈화 수처리 장치.

이것은 다중수원 즉, 바닷물이나 지하수 , 빗물 등 다양한 수자원을 가정에 공급할 수 있는 물로 바꾸는 장치인데 이동이 가능해진 것은 모듈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모듈화 되었다는 건 기능별로 장치가 나뉘어져 있다는 뜻이다.

[신성훈 스마트 워터 그리드 책임 연구원 : 이게 하나의 컨테이너로 되어있는데요. 이런 부분들이 단순하게 각각 공정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지역, 예를 들면 지금 대청도에 설치되어 있지만 소청도든 내륙지역이든 필요한 지역에 ‘물이 부족하다’ 그러면 필요한 지역에 맞게끔 이 공정을 따로 하나씩 떼어 가지고 가서 붙여 놓기만 하면 바로 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장치에 필요한 모듈을 보면 제일먼저, 정전시를 대비해 전원을 공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발전기로부터 시작해 바닷물, 빗물, 지하수 등을 한군데 모으고 섞기 위한 혼화조인 블랜딩조.

미세한 구멍을 가진 섬유막을 물속에 넣어 병원균등 이물질을 걸러주는 과정을 통해 오염물질을 여과시키는 UF.

바닷물 속에 있는 염분을 제거해 마실 수 있는 물로 바꾸는 공정인 SWRO, 이 과정에선 역삼투 기법이 활용된다.

바닷물보다는 염분이 적지만 역시 염분을 포함하고 있는 기수를 마실 수 있는 물로 바꾸는 BWRO 공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독설비가 있는데 이 소독설비에서는 소금물 대신 SWRO의 농축수를 이용해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주입한다.

이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음료수나 채소 과일 식기 등에 살균제로 사용되는 것이다.

각 모듈별로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먹을 수 없던 물이 먹을 수 있는 물로 바뀐다.

이렇게 여과되고 소독 처리된 물은 마을 사람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물탱크로 옮겨진다.

그리고 상수 시설을 통해 각 가정으로 공급된다.

이 장치는 대청도 뿐만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도 유용할 수 있다.

해마다 물 부족을 겪게 되는 여름, 그리고 유난히 가뭄이 심한 지역으로 컨테이너들을 옮겨 다시 조립하면 된다.

그 자리에서 물을 생산할 수 있는 이동식 급수 장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중수원 모듈화 이동 수처리 장치를 통해 처음 마을에 물 공급을 하게 된 날,

[신성훈 / 스마트 워터 그리드 책임 연구원 : 안녕하세요. 물 잘 나오나요? ]

[손경필 /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대청2리 : 글쎄요. 한번 열어볼까요?]

[신성훈 / 스마트 워터 그리드 책임 연구원 : 네. 한번 확인해주시겠어요? ]

[손경필 /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대청2리 : 잘 나오네요]

[신성훈 스마트 워터 그리드 책임 연구원 : (물) 잘 나오도록 저희가 조치해놨습니다]

[손경필 /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대청2리 : 네. 고맙습니다]

[손경필 /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대청2리 : (이제) 가물어도 괜찮겠죠. 많이 보탬이 되겠죠.]

내가 필요할 때 물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를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복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달식 스마트 워터 그리드 연구 책임자 : 물이 부족한 (상황을) 제한급수를 통해서 해결한다든지 병물(생수) 공급을 통해서 해결한다든지 이렇게 해결을 했는데 이것 또한 크게 보면 ‘물 복지 차원에서 매우 큰 문제다’ ‘그래서 언제든지 물이 부족(한 상황은) 있어서는 안 된다’ 하는 그런 차원에서 저희가 (이동식 급수설비를) 시도한 겁니다. 더 발전하게 되면 물 부족 지역뿐만 아니라 일부 마을 상수도를 대체할 수 있는 그런 기능까지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각 하천의 물을 좀 더 효과적으로 개발해 물 부족을 해결하고자 하는 연구 역시 진행 중이다.

안성시에서 발원해 평택시를 지나 아산만으로 흘러드는 안성천.

길이 76킬로미터, 유역면적이 1,722킬로미터나 되는 이 안성천 주변에는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시설 하나가 들어서 있다.

하천에 흐르는 물이 아니라 하천 주변부의 물을 취수하기 위한 시설이다.

이 시설에는 취수에 대한 각종 첨단 기술이 구현되어 있는데 하천 주변의 자연 여과된 물을 대용량으로 또 간접으로 취수할 수 있게 한 것이 이 시설의 특징이다.

[이치형 / 수변 지하수 활용 고도화 연구 책임자 : 이 시설이 강변여과수 취수시설 중에 가장 대표적인 방식인 방사형 집수정 시설이라는 취수시설입니다. 방사형 집수시설은 보시는 것처럼 지름 약 6미터의 우물통 시설이 지하로 15미터 정도 들어가고요. 수평 집수관을 평균 여덟 개 정도 시공을 하는 방식입니다.]

방사형 집수정은 땅 속으로 집수관이 방사형으로 뻗어있어 한 번에 대용량의 취수가 가능하다.

가운데 큰 우물통을 두고 수평 집수관이 방사형으로 뻗어 강변여과수를 취수한다.

우물통의 지름은 약 6미터, 깊이는 15미터다.

수평 집수관의 길이는 30에서 70미터로 지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일곱 개의 집수관을 통해 하루 취수하는 양만 7천 톤 이상이다.

하천에 흐르는 물이 아니라 굳이 하천 주변 땅속에 스며있는 물, 강변여과수를 취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물은 안전한 것일까?

하천에 흐르는 물은 일정량 그 아래 강변충적층으로 스며들게 된다.

이 때 이 물은 강변충적층, 즉 자갈층을 통과하며 자연스럽게 불순물이 자연 여과된다.

별다른 여과장치나 살균 소독장치 없이 친환경적으로 얻을 수 있는 물이 바로 강변여과수인 것이다.

또 자갈크기가 일정치 않은 국내 강변충적층의 특성을 고려해 집수정을 넣기 전 땅속 대수층의 시료를 채취해 조사한다.

이를 통해 집수관의 스크린 간격을 차등으로 설계해 흙이나 자갈이 스크린을 막는 현상을 최소화했다.

강변여과수의 양과 수질은 주변 통합 운영 센터를 통해 관리된다.

최근 갑작스런 기온상승이나 녹조류 발생으로 돌발적인 하천오염사고가 늘고 있다.

강변여과수의 장점은 이런 사고에도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치형 . 수변 지하수 활용 고도화 연구 책임자 : 강변여과수는 강변축적층의 자연 여과 기능을 이용하기 때문에 수질 오염 사고에도 안전하고 깨끗한 (수질을 유지할 수 있는) 물로써 정수공정이 단순하여 경제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강변여과수는) 독일 등 유럽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취수원으로서 현재는 미국 등에도 널리 퍼져있고요. 선진국 같은 경우에는 20% 가까운 16% 정도의 취수원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사용이) 매우 미비한 실정입니다.]

경제적인 장점과 환경적인 이점을 동시에 갖고 있는 강변여과수,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강변여과수 활용이 미비한 실정이다.

강변여과수 개발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연구단에 따르면 강변여과수 취수를 할 경우 안성천의 상수원보호구역이 4킬로미터에서 2킬로미터로 줄어든다.

그만큼의 개발면적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치형 / 수변 지하수 활용 고도화 연구 책임자 : 강변여과수 활용에 따라 수변 지역에 (대한) 규제가 축소되고 친수공간(親水空間 - 휴식장소 등을 제공하는 수변 여유 공간)의 활용 등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상 기온, 기후변화, 가뭄이 지속되리라고 판단되는 이 시기에는 현재 취수하고 있는 직접 취수 방식에 비해서 깨끗한 물과 안정적인 수질을 공급할 수 있는 간접 취수 방식의 강변여과수가 미래의 대체 수자원이라고 판단(됩니다)]

물 부족과 더불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또 다른 문제 하나는 식수원의 오염이다.

우리나라는 식수원을 대부분 지표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오염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낙동강 둔치에 펼쳐진 삼락공원은 잔디광장은 물론 자연학습장과 습지코스, 산책길까지 잘 갖춰져 있는 강변공원이다.

그런데 이 공원 지하에 지금 우리나라 저수지 공사의 획을 그을만한 새로운 시설이 현재 공사 중에 있다.

바로 저수지를 땅 위가 아닌 지하에 건설하는 대규모 지하저수지다.

이 지하저수지에 저장할 물은 바로 근처 낙동강에서 채취한다.

낙동강 물이 깨끗할 때 취수해 대용량으로 지하에 보관해놓겠다는 것이다.

[이창석 / 대규모 청정 지하 저수지 시험시설 건설 책임자 : 여기가 낙동강 원수를 채취하는 취수문입니다. 이 취수문을 통해서 낙동강 원수, 담수가 관로를 통해서 취수펌프장 쪽으로 유입돼서 거기(취수펌프장)서 펌프를 통해서 저희의 주입정으로 공급이 됩니다.]

기존의 지상 저수지와는 달리 댐이나 터널 등 대형 구조물 건설이 필요 없이 기존 저수지 50%의 수준으로 건설이 가능하다.

또 환경훼손등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지상 저수지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이번 기술 개발은 수질사고, 재난 등으로 인한 수질오염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락공원에 만들어지는 대규모 지하저수지는 100미터 아래 땅 깊숙이에서 집수관을 통해 물을 끌어올린다.

이때 취수되는 물은 이미 강하구의 모래층을 이용해 자연 정화된 깨끗한 물이다.

자연 그대로의 지질구조를 여과기로 이용하는 셈이다.

[이창석 / 대규모 청정 지하 저수지 시험시설 건설 책임자 : 전체적인 면적은 200미터 곱하기 200미터인데 실제로 담수체가 형성되는 건 100미터 곱하기 100미터 정도의 규모라고 생각하시면 되고 그게(담수체의 양이) 100만 톤 정도의 규모면 부산 시내에서 한 개의 구, 구민이 먹을 수 있는 그 정도 규모의 수량입니다 그러니까 아주 많은 수량이죠.]

기술이 개발되기까지 연구단이 가장 신경을 써온 부분 중 하나는 수질에 관한 것이었다.

강변 하구의 모래층을 통과해 온 낙동강 물의 수질을 담보하는 것과 바닷물과 강물의 경계에 있는 곳에서 바닷물이 섞여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술의 관건, 실제 지질구조와 똑같은 모형을 갖추고 관련 실험을 통해 끊임없이 검증한 결과 해수와 담수가 섞이지 않고 안정적 평형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전쟁을 대비해 피난처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질사고를 대비해 안전한 저장고가 필요하다.

청정 지하 저수지가 바로 그 역할을 할 것이다.

[박남식 / 대규모 청정 지하 저수지 연구단장 : 지금 현재 수자원들은 댐, 하천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그런 것들은 그대로 노출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혀 보호 장치가 없는 거죠. 그래서 혹시 대기 상에 오염물질이 온다든지 수질 사고가 생긴다든지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전혀 보호받을 수가 없고 그대로 취수가 중단 또는 용수 공급이 중단되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생길 수도 있죠. (그런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게 지하저수지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

물 부족을 해결하고 수질사고에 대비한 안정적 물 공급을 위한 기술, 이제 기술은 그것을 넘어 물 관리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천과 저수지에서 취수된 물이 가정으로 공급되기까지 그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물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 할 수 없다.

단순히 물 공급 확대가 아니라 전반적인 물 관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관련된 첨단기술들이 필수적이다.

인천 영종도, 물 정보 관리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원인 신병섭 씨.

그는 요즘 영종도 일대 주택가들의 수도계량기를 보러 다니느라 바쁘다.

검침원도 아닌 그가 계량기를 보러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이곳에 설치된 검침기는 단순히 물 사용량만을 알려주던 기존의 계량기와는 달리 물 관리 기술이 집약된 원격 검침기이기 때문이다.

[신병섭 / 스마트 워터 그리드 책임 연구원 : (이 장비는) 원격 검침기가 검침한 수도미터의 사용량을 원격 중계기로 전달하는 장비입니다. 그래서 원격 중계기는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네트워크 구성 안에 있는 최대 100가구의 수도계량기의 검침량을 검침해서 원격집중기로 전달하게 되고요. 원격집중기는 CDMA 이동통신을 이용해서 통합서버로 데이터를 전송하게 됩니다. ]

원격 검침기를 통해서 각 가정의 물 사용량과 물 사용빈도 등 여러 가지 정보들이 모여든다.

이 데이터를 통해 구역별로 제어 네트워크가 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개인 역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마디로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물이 쓰이는지를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들을 스마트 워터 그리드라 부르는데 상하수도 관리에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해 비용은 줄이고 생산성은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신병섭 / 스마트 워터 그리드 책임 연구원 : 우리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물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고 또 우리 집에 들어오는 물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들어오고 어느 정도의 수질을 갖춘 물인지를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집에서 물 관련 정보들을 알고 싶을 때는 가정에 보급되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다양한 정보들을 받아볼 수가 있습니다.]

스마트 워터 그리드의 혜택은 단순히 물 관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부에서 실시하는 취로사업에서 일하는 김두환 씨.

그는 거주가족이 따로 없는 독거노인이다.

취로사업으로 얻는 돈과 정부보조금이 수입의 전부이기 때문에 생활 역시 작은 것 하나까지 아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두환 /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대청2리 : 하루 일당 3만 5천 원 일주일에 두 번밖에 안 해요. 월요일, 화요일 그래서 그거 갖고는 (생활이) 안 돼요.]

젊은 사람들이 육지로 나가고 난 도서지역에는 그와 같은 독거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래된 집은 정부 지원으로 지금 공사가 한창이다.

혼자 사는 살림에 세간이라야 별 게 없다.

그러다보니 물 쓰는 일도 정해져 있다.

하루 한두 번 씻는 일과 간간히 음식을 해먹는 것이 물 쓰는 일의 전부, 그런데 스마트 워터 그리드 연구단은 김두환 씨와 같은 도서지역 독거노인 가정에 스마트 원격 검침기를 무상으로 달아줄 계획이다.

물 쓰는 일도 별로 없고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쓰는 물을 관리하는 것도 어려운 독거노인들에게 원격 검침기는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일까?

그것은 이 원격검침기를 통해 수집되는 물 사용 데이터가 이 같은 독거노인들을 돌보는 하나의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김원규 / 스마트 워터 그리드 주임 연구원 :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

[김두환 /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대청2리 : 네. 들어오세요]

[김원규 / 스마트 워터 그리드 주임 연구원 : 수도계량기 때문에 왔어요]

[김두환 /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대청2리 : 네]

[김원규 / 스마트 워터 그리드 주임 연구원 : 수도계량기를 교체하려고 하는데 하루에 물은 얼마나 사용하세요?]

[김두환 /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대청2리 : (내가) 하루에 얼마 사용하는지 아나? 모르지 남들은 (수도세가) 만 원, 2만 원 이렇게 나와도 우리는 한 달에 만 원 미만 6천 원, 7천 원 나와.]

[김원규 스마트 워터 그리드 주임 연구원 : 아, 그래요?]

[김두환 /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대청2리 : 그거 밖에 안 나와]

일정량 사용되던 물이 갑자기 줄게 되면 바로 면사무소로 연락이 가게 된다.

[김원규 스마트 워터 그리드 주임 연구원 : (수도계량기를) 바꾸면 할아버지 혼자 계실 때 만약 물 사용량이 없거나 그러면 면사무소에서 확인 차 한 번씩 들르고 그렇게 하려고 저희가 계량기를 교체하려고 사전에 들렀습니다.]

[김두환 /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대청2리 : 네. 그러니까 저 계량기를 다른 거로 교체하는 거예요?]

[김원규 스마트 워터 그리드 주임 연구원 : 네.]

혼자 지내는 노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물 사용 데이터를 통해 관리하고 챙기는 것이다.

연구단은 면사무소와 연계해 대상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김원규 / 스마트 워터 그리드 주임 연구원 : 지금 (시범지역에) 설치한 것은 원래 실시간으로 수도 사용량을 파악하기 위해서 설치를 한 것인데요. 대청도에는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아서 혼자 사시는 분들의 물 사용량이 갑자기 줄어들거나 그럴 때는 저희가 위급상황으로 보고 면사무소 직원이 방문한다거나 그런 방법으로 혼자 사시는 분들을 돌봐드리기 위해서 설치를 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물이 부족하다는 것이 뭔지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미 곳곳에서 물 부족의 징후는 나타나고 있다.

물 확보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식량안보가 무너지고 국민생활의 근간이 흔들린다.

그것이 바로 물이 소중한 이유, 또 하나의 안보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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