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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가정의 달인만큼, 극장가에는 가족을 다룬 영화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한국영화는 우리의 가족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흥미롭게도, 화목하고 평화로운 가족보다는 서로 싸우고 으르렁대는 가족들이 더 많다고 합니다.
최광희 영화 평론가와 함께 한국영화 속의 가족의 풍경 만나 봅니다.
[질문]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되새기는 가정의 달인데요, 영화 속의 가족 풍경은 그다지 살갑지 않은 게 사실이죠, 이유가 뭘까요?
[답변]
영화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비춤으로써 우리의 삶을 반추하게 만드는 매체죠.
그런 면에서 행복한 가족이 등장한다면, 정말 재미가 없을 겁니다.
사실 우리네 가족이라는 것도 그렇죠.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들이 가족인데, 오히려 식구들끼리 낯을 붉히고 서로 상처를 내기 일쑤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많은 한국영화 속의 가족은, 물론 영화라서 조금 극단적인 묘사가 있긴 해도, 우리 현실 속의 가족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문제 의식을 드러내는 경향을 갖습니다.
그게 더 현실에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 가족들을 통해서 가족의 소중함을 더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겠죠.
[질문]
행복하지 않은 가족의 풍경을 담아낸 한국영화, 대표적으로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요?
[답변]
지난 2007년에 개봉한 정윤철 감독의 '좋지 아니한가'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한 콩가루 가족이 서로 옥신각신 티격태격하는 상황을 전시하고 있었죠.
가족애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집안에서 아버지는 위신을 잃었고 아이들은 막 나갑니다.
하지만, 그래도 끝내 중요한 순간에는 한편이 되는데요, 학교 선생님인 아버지가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오해를 받으면서 이 집안은 모처럼 하나로 뭉치게 됩니다.
이 하나로 뭉치는 과정을 영화는 마치 축제와 유희의 한 장면처럼 묘사하는데요.
평소에는 남보다 더 소원하고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결국 한편일 수밖에 없는 것, 그리고 함께 유희의 순간을 나누는 것, 그것이 바로 가족애의 본질이라는 것을 영화 '좋지 아니한가'는 설파했었죠.
개봉 당시 평단에서 상당한 호평을 이끌었던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의 설정은 더욱 극단적입니다.
대책 없는 남동생이 누나 집에 떡 하니 연상녀를 애인이라고 데려오면서 이 세 사람의 불편한 동거기가 펼쳐지죠.
여기에 툭 하면 유부남 아저씨와 사귀는 로맨티스트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를 한심해하는 냉소적인 딸의 사연 역시 담아내고 있습니다.
영화 '가족의 탄생'은 처음에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각 다른 설정의 다른 사연을 펼쳐 놓다가 나중에는 그게 한 물줄기로 만나는 독특한 방식의 구성을 보여줬었는데요.
그런 형식을 통해 역설적이게도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이들이 더 살가운 가족애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풀어냈습니다.
혈연이 오히려 가족을 가족답지 않게 만드는 우리의 현실과 대비 효과를 만들어내면서 거꾸로 가족애의 정체를 탐문한, 그런 작품입니다.
[질문]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 속의 가족들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인가요?
[답변]
2주 전에 개봉했죠, '고령화 가족'이라는 작품입니다.
천명관 작가의 소설을 송해성 감독이 영화로 옮긴 작품인데요.
영화 '고령화 가족'은 제목 그대로 평균 연령 47세의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 커서 시집 장가 가서 분가해야 할 나이에 환갑이 넘은 노모의 집에 얹혀 사는 삼남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첫째는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평생을 사고뭉치 백수로 사는 한모라는 인물이고요, 둘째는 흥행에 실패해 월세방에서 쫓겨난 영화 감독 인모입니다.
그리고 막내 여동생 미애는 두 번째 이혼을 한 뒤 중학생 딸을 데리고 무작정 어머니 집으로 오게 됩니다.
이렇게 세 남매가 한 집에 모이지만, 이들의 관계는 그야말로 남보다 더 차갑습니다.
툭 하면 서로 싸우고 비아냥 거리고, 으르렁거리죠.
시쳇말로 콩가루 가족인데요.
영화는 이런 콩가루 가족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면서 영화 막판에 이 집안을 둘러싼 거대한 비밀의 베일을 벗기기 시작합니다.
어쨌든, 이 영화 '고령화 가족'에는 유난히 삼겹살을 구워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윤여정 씨가 맡은 이 영화 속의 어머니는 그저 밥을 같이 나눠 먹는 것만으로도 식구로서의 행복감을 확인하려고 하는데요, 어쩌면 바로 그 장면이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말하자면, 한 밥상에 둘러 앉아 맛있는 것을 나눠 먹는 사이, 그러니까 식구라는 것 자체가 다른 모든 것을 떠나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죠.
평소에는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일지라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함께 밥을 먹는 사이, 그게 가족의 본질이 아니겠냐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질문]
같이 밥을 먹어서 식구이고 가족이다, 어떻게 들으면 다정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네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도 있다면서요?
[답변]
지난 주 개봉한 작품입니다.
최강희 씨가 주연한 '미나 문방구'라는 작품인데요.
지방 소도시의 초등학교 앞에서 평생 허름한 문방구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집니다.
때마침 정직 처분을 당한 그의 공무원 딸인 미나가 아버지를 대신해 임시로 이 문방구를 떠안게 되는데요.
어릴 적에 문방구집 딸이라는 이유로 "방구"라고 늘 놀림을 당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미나는 처음부터 문방구 운영이 썩 탐탁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의사와 상관 없이 문방구를 팔아 치울 생각에 골몰하죠.
영화는 그러나, 미나가 문방구를 운영하면서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아버지를 서서히 이해하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막 대하다가 나중엔 아주 좋은 문방구 집 주인이 되죠.
영화 '미나 문방구'는 문방구라는 작은 공간을 통해 어릴 적의 추억을 소환하는 가운데, 아버지와 딸 간의 화해의 이야기를 소박한 호흡으로 풀어 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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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인만큼, 극장가에는 가족을 다룬 영화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한국영화는 우리의 가족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흥미롭게도, 화목하고 평화로운 가족보다는 서로 싸우고 으르렁대는 가족들이 더 많다고 합니다.
최광희 영화 평론가와 함께 한국영화 속의 가족의 풍경 만나 봅니다.
[질문]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되새기는 가정의 달인데요, 영화 속의 가족 풍경은 그다지 살갑지 않은 게 사실이죠, 이유가 뭘까요?
[답변]
영화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비춤으로써 우리의 삶을 반추하게 만드는 매체죠.
그런 면에서 행복한 가족이 등장한다면, 정말 재미가 없을 겁니다.
사실 우리네 가족이라는 것도 그렇죠.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들이 가족인데, 오히려 식구들끼리 낯을 붉히고 서로 상처를 내기 일쑤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많은 한국영화 속의 가족은, 물론 영화라서 조금 극단적인 묘사가 있긴 해도, 우리 현실 속의 가족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문제 의식을 드러내는 경향을 갖습니다.
그게 더 현실에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 가족들을 통해서 가족의 소중함을 더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겠죠.
[질문]
행복하지 않은 가족의 풍경을 담아낸 한국영화, 대표적으로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요?
[답변]
지난 2007년에 개봉한 정윤철 감독의 '좋지 아니한가'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한 콩가루 가족이 서로 옥신각신 티격태격하는 상황을 전시하고 있었죠.
가족애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집안에서 아버지는 위신을 잃었고 아이들은 막 나갑니다.
하지만, 그래도 끝내 중요한 순간에는 한편이 되는데요, 학교 선생님인 아버지가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오해를 받으면서 이 집안은 모처럼 하나로 뭉치게 됩니다.
이 하나로 뭉치는 과정을 영화는 마치 축제와 유희의 한 장면처럼 묘사하는데요.
평소에는 남보다 더 소원하고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결국 한편일 수밖에 없는 것, 그리고 함께 유희의 순간을 나누는 것, 그것이 바로 가족애의 본질이라는 것을 영화 '좋지 아니한가'는 설파했었죠.
개봉 당시 평단에서 상당한 호평을 이끌었던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의 설정은 더욱 극단적입니다.
대책 없는 남동생이 누나 집에 떡 하니 연상녀를 애인이라고 데려오면서 이 세 사람의 불편한 동거기가 펼쳐지죠.
여기에 툭 하면 유부남 아저씨와 사귀는 로맨티스트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를 한심해하는 냉소적인 딸의 사연 역시 담아내고 있습니다.
영화 '가족의 탄생'은 처음에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각 다른 설정의 다른 사연을 펼쳐 놓다가 나중에는 그게 한 물줄기로 만나는 독특한 방식의 구성을 보여줬었는데요.
그런 형식을 통해 역설적이게도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이들이 더 살가운 가족애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풀어냈습니다.
혈연이 오히려 가족을 가족답지 않게 만드는 우리의 현실과 대비 효과를 만들어내면서 거꾸로 가족애의 정체를 탐문한, 그런 작품입니다.
[질문]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 속의 가족들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인가요?
[답변]
2주 전에 개봉했죠, '고령화 가족'이라는 작품입니다.
천명관 작가의 소설을 송해성 감독이 영화로 옮긴 작품인데요.
영화 '고령화 가족'은 제목 그대로 평균 연령 47세의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 커서 시집 장가 가서 분가해야 할 나이에 환갑이 넘은 노모의 집에 얹혀 사는 삼남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첫째는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평생을 사고뭉치 백수로 사는 한모라는 인물이고요, 둘째는 흥행에 실패해 월세방에서 쫓겨난 영화 감독 인모입니다.
그리고 막내 여동생 미애는 두 번째 이혼을 한 뒤 중학생 딸을 데리고 무작정 어머니 집으로 오게 됩니다.
이렇게 세 남매가 한 집에 모이지만, 이들의 관계는 그야말로 남보다 더 차갑습니다.
툭 하면 서로 싸우고 비아냥 거리고, 으르렁거리죠.
시쳇말로 콩가루 가족인데요.
영화는 이런 콩가루 가족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면서 영화 막판에 이 집안을 둘러싼 거대한 비밀의 베일을 벗기기 시작합니다.
어쨌든, 이 영화 '고령화 가족'에는 유난히 삼겹살을 구워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윤여정 씨가 맡은 이 영화 속의 어머니는 그저 밥을 같이 나눠 먹는 것만으로도 식구로서의 행복감을 확인하려고 하는데요, 어쩌면 바로 그 장면이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말하자면, 한 밥상에 둘러 앉아 맛있는 것을 나눠 먹는 사이, 그러니까 식구라는 것 자체가 다른 모든 것을 떠나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죠.
평소에는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일지라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함께 밥을 먹는 사이, 그게 가족의 본질이 아니겠냐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질문]
같이 밥을 먹어서 식구이고 가족이다, 어떻게 들으면 다정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네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도 있다면서요?
[답변]
지난 주 개봉한 작품입니다.
최강희 씨가 주연한 '미나 문방구'라는 작품인데요.
지방 소도시의 초등학교 앞에서 평생 허름한 문방구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집니다.
때마침 정직 처분을 당한 그의 공무원 딸인 미나가 아버지를 대신해 임시로 이 문방구를 떠안게 되는데요.
어릴 적에 문방구집 딸이라는 이유로 "방구"라고 늘 놀림을 당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미나는 처음부터 문방구 운영이 썩 탐탁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의사와 상관 없이 문방구를 팔아 치울 생각에 골몰하죠.
영화는 그러나, 미나가 문방구를 운영하면서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아버지를 서서히 이해하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막 대하다가 나중엔 아주 좋은 문방구 집 주인이 되죠.
영화 '미나 문방구'는 문방구라는 작은 공간을 통해 어릴 적의 추억을 소환하는 가운데, 아버지와 딸 간의 화해의 이야기를 소박한 호흡으로 풀어 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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