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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지난 주말 천만 명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을 제치고 또 한편의 우리 영화 '신세계'가 새롭게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연초에 흥행한 '박수건달'처럼 이 영화도 조폭이 등장하는데요.
이렇게 한국영화에는 유난히 조폭이 나오는 작품이 많은 것 같습니다.
최광희 영화 저널리스트와 함께 조폭영화의 변화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질문]
돌이켜 보니까 한국영화에 조폭이 등장한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한때 조폭 코미디가 굉장히 인기였던 적도 있었죠.
[답변]
주로 2천년대 초중반에 조폭 코미디 열풍이 불었었죠.
건달이 고등학교 학생으로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두사부일체'가 2001년 말에 흥행에 성공했고요.
이듬해는 조폭이 검사와 결혼한다는 설정은 담은 '가문의 영광'이 500만 명이 넘는 빅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달마야 놀자'라든가 '조폭 마누라' 등이 흥행작 대열에 가세했었습니다.
당시의 조폭 코미디는 조폭을 주로 사회 풍자의 매개로 활용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요소를 조합해 웃음을 만들어내는 코미디 전략의 일환으로 자주 등장시켰는데요.
이를테면 '두사부일체'의 경우, 조폭의 시선을 통해 조폭의 세계보다 더 폭력적인 학교 현장을 고발하는 영화였고요.
'달마야 놀자'나 '가문의 영광' 같은 경우는 각각 조폭과 승려, 조폭과 검사라는 상이한 두 요소를 충돌시켜 놓고, 거기서 웃음을 뽑아내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어쨌든 한때 유행처럼 많이 만들어지던 조폭 코미디는 이후에 지나치게 많은 아류작을 양산하면서 지금은 한 물 간 장르가 되긴 했습니다만, 아직도 그 명맥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올초에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박수건달'이라는 작품도 조폭 코미디의 전통을 잇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건달이라는 요소와 무당이라는 요소를 충돌시켜 놓고 거기서 웃음을 끄집어 내고 있죠.
다만, 이 영화는 휴먼 드라마적인 요소를 강하게 집어 넣으면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조폭 코미디로 남지 않겠다는 야심을 보여주고 있고, 또 그것이 어느 정도는 흥행 성공으로 이어지는 밑바탕이 됐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그렇다고 모든 한국영화가 조폭을 반드시 코미디의 소재로만 삼았던 건 아니죠?
[답변]
사실 90년대 중반 이후의 한국영화 속에서 조폭은, 사회의 밑바닥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묘사됐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인 '초록물고기'죠.
한석규 씨가 연기한 막동이는, 군대를 제대하고 자신이 살던 고향이 개발 붐으로 해체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폭력 조직의 말단으로 들어가게 되죠.
그리고 거기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역시 한석규 씨가 주연했고, 당시 송강호 씨를 스타덤에 오르게 만들었던 송능한 감독의 '넘버 3'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 영화들은, 조폭의 비정한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의 치부를 건드리는 일종의 리얼리즘 영화 계열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바로 조폭성이라는 개념입니다.
이 조폭성이라는 것은, 겉으로는 우정과 의리를 생명처럼 여기는 듯 보이지만, 실은 자기 잇속을 챙기면서 폭력을 서슴지 않는, 그런 상태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러니까 앞서 언급한 작품들의 감독들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조폭성이라고 보고, 바로 그런 자신의 주제 의식을 조폭 캐릭터들을 끌어 들여서 펼쳐 보이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 연장선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800만 관객을 돌파했던 곽경택 감독의 '친구'도, 우정이 배신으로 뒤바뀌는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준 바 있고요.
또 유하 감독이 지난 2006년에 연출했던 '비열한 거리'라는 작품 역시 겉으로는 의리를 중시하면서도 실은 잇속을 챙기는 조폭성의 단면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질문]
설명을 듣고 보니까 최근에도 그런 영화들이 있었죠.
지난해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도 그랬고요.
[답변]
다만, 최근 나오는 조폭 영화들이 90년대 만들어졌던 조폭 영화들과 다른 점은, 조폭을 사회의 밑바닥 삶으로 바라본 리얼리즘적인 접근보다는, 조폭을 통해 사회와 인간성을 통찰하는 좀더 장르적인 접근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쉽게 말씀드려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와도 같은, 일종의 갱스터 누아르 영화에 가까운 방식의 설정과 인물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거죠.
말씀하신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그 전형인데요, 비리 세관 공무원에서 조폭 조직과 결탁하게 되는 최익현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한국 현대사의 급속한 근대화 이면에 놓인 기회주의적 속성을 통찰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지난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신세계'라는 작품도 그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을까요?
[답변]
박훈정 감독이 연출하고, 이정재, 황정민, 최민씩 등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죠.
영화 '신세계'는 폭력 조직을 기반으로 한 골드문이라는 기업체에 몰래 잠입한 경찰 스파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놓고 있는데요.
여기서 이자성이라는 이름의 그 경찰 스파이는 이정재 씨가 맡았고요, 그를 조직에 잠입시킨 경찰 간부는 최민식 씨, 그리고 이자성이 보좌하는 조직의 중간보스가 황정민 씨입니다.
이 영화는 이자성이라는 인물을 마치 도구처럼 활용하는 경찰조직과, 그를 인간적으로 대하는 폭력 조직의 모습을 대비시키면서, 이자성이 갖게 되는 딜레마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정의를 바로세우려는 경찰이 오히려 자신을 도구처럼 대하고, 자신이 수사해야 하는 폭력 조직이 자신을 더 인간적으로 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이자성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객석에 던지면서 영화 끝까지 극적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키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신세계'는 인간을 도구화하는 세상을 굽어보는, 감독의 주제 의식이 돋보이는 영화로 탄생이 됐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지난 주말 천만 명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을 제치고 또 한편의 우리 영화 '신세계'가 새롭게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연초에 흥행한 '박수건달'처럼 이 영화도 조폭이 등장하는데요.
이렇게 한국영화에는 유난히 조폭이 나오는 작품이 많은 것 같습니다.
최광희 영화 저널리스트와 함께 조폭영화의 변화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질문]
돌이켜 보니까 한국영화에 조폭이 등장한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한때 조폭 코미디가 굉장히 인기였던 적도 있었죠.
[답변]
주로 2천년대 초중반에 조폭 코미디 열풍이 불었었죠.
건달이 고등학교 학생으로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두사부일체'가 2001년 말에 흥행에 성공했고요.
이듬해는 조폭이 검사와 결혼한다는 설정은 담은 '가문의 영광'이 500만 명이 넘는 빅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달마야 놀자'라든가 '조폭 마누라' 등이 흥행작 대열에 가세했었습니다.
당시의 조폭 코미디는 조폭을 주로 사회 풍자의 매개로 활용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요소를 조합해 웃음을 만들어내는 코미디 전략의 일환으로 자주 등장시켰는데요.
이를테면 '두사부일체'의 경우, 조폭의 시선을 통해 조폭의 세계보다 더 폭력적인 학교 현장을 고발하는 영화였고요.
'달마야 놀자'나 '가문의 영광' 같은 경우는 각각 조폭과 승려, 조폭과 검사라는 상이한 두 요소를 충돌시켜 놓고, 거기서 웃음을 뽑아내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어쨌든 한때 유행처럼 많이 만들어지던 조폭 코미디는 이후에 지나치게 많은 아류작을 양산하면서 지금은 한 물 간 장르가 되긴 했습니다만, 아직도 그 명맥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올초에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박수건달'이라는 작품도 조폭 코미디의 전통을 잇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건달이라는 요소와 무당이라는 요소를 충돌시켜 놓고 거기서 웃음을 끄집어 내고 있죠.
다만, 이 영화는 휴먼 드라마적인 요소를 강하게 집어 넣으면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조폭 코미디로 남지 않겠다는 야심을 보여주고 있고, 또 그것이 어느 정도는 흥행 성공으로 이어지는 밑바탕이 됐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그렇다고 모든 한국영화가 조폭을 반드시 코미디의 소재로만 삼았던 건 아니죠?
[답변]
사실 90년대 중반 이후의 한국영화 속에서 조폭은, 사회의 밑바닥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묘사됐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인 '초록물고기'죠.
한석규 씨가 연기한 막동이는, 군대를 제대하고 자신이 살던 고향이 개발 붐으로 해체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폭력 조직의 말단으로 들어가게 되죠.
그리고 거기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역시 한석규 씨가 주연했고, 당시 송강호 씨를 스타덤에 오르게 만들었던 송능한 감독의 '넘버 3'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 영화들은, 조폭의 비정한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의 치부를 건드리는 일종의 리얼리즘 영화 계열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바로 조폭성이라는 개념입니다.
이 조폭성이라는 것은, 겉으로는 우정과 의리를 생명처럼 여기는 듯 보이지만, 실은 자기 잇속을 챙기면서 폭력을 서슴지 않는, 그런 상태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러니까 앞서 언급한 작품들의 감독들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조폭성이라고 보고, 바로 그런 자신의 주제 의식을 조폭 캐릭터들을 끌어 들여서 펼쳐 보이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 연장선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800만 관객을 돌파했던 곽경택 감독의 '친구'도, 우정이 배신으로 뒤바뀌는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준 바 있고요.
또 유하 감독이 지난 2006년에 연출했던 '비열한 거리'라는 작품 역시 겉으로는 의리를 중시하면서도 실은 잇속을 챙기는 조폭성의 단면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질문]
설명을 듣고 보니까 최근에도 그런 영화들이 있었죠.
지난해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도 그랬고요.
[답변]
다만, 최근 나오는 조폭 영화들이 90년대 만들어졌던 조폭 영화들과 다른 점은, 조폭을 사회의 밑바닥 삶으로 바라본 리얼리즘적인 접근보다는, 조폭을 통해 사회와 인간성을 통찰하는 좀더 장르적인 접근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쉽게 말씀드려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와도 같은, 일종의 갱스터 누아르 영화에 가까운 방식의 설정과 인물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거죠.
말씀하신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그 전형인데요, 비리 세관 공무원에서 조폭 조직과 결탁하게 되는 최익현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한국 현대사의 급속한 근대화 이면에 놓인 기회주의적 속성을 통찰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지난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신세계'라는 작품도 그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을까요?
[답변]
박훈정 감독이 연출하고, 이정재, 황정민, 최민씩 등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죠.
영화 '신세계'는 폭력 조직을 기반으로 한 골드문이라는 기업체에 몰래 잠입한 경찰 스파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놓고 있는데요.
여기서 이자성이라는 이름의 그 경찰 스파이는 이정재 씨가 맡았고요, 그를 조직에 잠입시킨 경찰 간부는 최민식 씨, 그리고 이자성이 보좌하는 조직의 중간보스가 황정민 씨입니다.
이 영화는 이자성이라는 인물을 마치 도구처럼 활용하는 경찰조직과, 그를 인간적으로 대하는 폭력 조직의 모습을 대비시키면서, 이자성이 갖게 되는 딜레마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정의를 바로세우려는 경찰이 오히려 자신을 도구처럼 대하고, 자신이 수사해야 하는 폭력 조직이 자신을 더 인간적으로 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이자성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객석에 던지면서 영화 끝까지 극적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키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신세계'는 인간을 도구화하는 세상을 굽어보는, 감독의 주제 의식이 돋보이는 영화로 탄생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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