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베니스에서 수상할까? [최광희, 영화 저널리스트]

'피에타' 베니스에서 수상할까? [최광희, 영화 저널리스트]

2012.09.06.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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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김기덕 감독의 열 여덟 번 째 영화 '피에타'가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돼 있는데요, 현지에서 조심스럽게 수상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영화 '피에타'의 수상 전망, 그리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세계를 최광희 영화 저널리스트와 알아 봅니다.

[질문]

베니스 국제영화제, 지난 29일 개막했죠, 어떤 영화제인지부터 소개를 해주시죠.

[답변]

베니스 영화제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옆에 길게 붙어 있는 섬, 리도라는 곳에서 매년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열리는데요.

권위 면에서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칸영화제, 그리고 독일의 베를린 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또 역사 면에선 3대 영화제 가운데 가장 오래 됐습니다.

칸영화제가 올해 65회째를 맞이한 데 비해, 베니스 영화제는 올해로 벌써 69회째를 맞이했습니다.

[질문]

베니스 영화제, 한국영화와도 인연이 깊죠, 그렇습니다.

베니스 영화제는 지금까지 꾸준히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줬는데요, 지난 1987년에 강수연 씨가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라는 영화로, 이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가 있죠, 2000년대 들어선 한국영화가 꾸준히 이 영화제에 초청돼 왔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로 문소리 씨가 신인 연기상을 받은 바 있구요, 또 이번에 '피에타'를 경쟁 부문에 올려 놓은 김기덕 감독도 지난 2004년에 이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질문]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유일한 한국영화인데, 현지 반응이 괜찮다고요.

[답변]

'피에타'의 베니스 현지에서 우리 시각으로 지난 4일 밤에 공식 시사를 가졌는데요, 공식 시사에 앞서 열린 프레스 시사에서 10여분간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공식 시사에서의 기립 박수는 감독과 배우에 대한 예우라는 차원에서 다소 의례적이고 관행적인 것이긴 하지만, 프레스 시사에 기립 박수가 나오는 것은 상당이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걸 두고 영화에 출연한 배우 이정진은, 천 오백여 명의 관객들로부터 너무 큰 선물을 받았다, 가슴이 벅차다, 이렇게 자신의 트위터에 소감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공식 시사 이후에서는 현지 영화제 데일리에 평균 별점 4개 반을 받아서 어느 때보다 수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질문]

별점 4개 반이라면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요, 결과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수상을 하게 된다면 어느 분야가 유력할까요.

[답변]

앞서 말씀대로 김기덕 감독은 이미 베니스 영화제에서 한 차례 수상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04년 '빈집'이라는 영화로 감독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그에 앞서도 '섬'이나 '수취인 불명' 같은 영화가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면서 꾸준하게 베니스 영화제의 사랑을 받아온 한국 감독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는 최고상이라고 할 수 있는 황금 사자상을 한번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의 최고상을 받는 셈이 됩니다.

기대하고 있구요, 또 이 영화에서 이정진 씨와 함께 주연을 맡은 배우 조민수 씨에 대한 여자 연기상 수상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조민수 씨는 90년대 초반까지 청춘 스타로 맹활약을 했던 배우인데요.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해서 워낙 강렬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상을 받아도 무리는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역시 기대를 함께 해보죠.

영화 '피에타'는 어떤 영화인지 좀 소개를 해주시죠.

[답변]

영화 '피에타'의 주인공은 강도라는 이름의 청년인데요.

이 사람은 사채를 못갚는 사람들을 찾아가 폭력을 휘두르는 걸 넘어서 상해를 입히고 보험금으로 채무를 갚게 만드는, 굉장히 악마적인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강도라는 인물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나는데요, 조민수 씨가 맡은 이 여인은 자신이 30년 전에 병원에서 강도를 낳고 무서워서 도망친 친엄마라면서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말합니다.

강도는 처음엔 이 여인을 엄마로 인정하려 들지 않지만, 점차 여인의 헌신적인 모성애에 감화되면서 자신 안에 숨어 있던 인간성을 회복해 갑니다.

영화는 그러나, 막판에 아주 강력한 반전을 배치해 놓았는데요, 그 반전을 통해서 김기덕 감독은 폭력적인 세상에 내 던져진 극악하지만 가엾은, 양면적인 영혼에 대한 구원이라는 화두를 객석에 묵직하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질문]

김기덕 감독하면, 해외 영화제에서는 상당히 인정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그만큼의 관심을 못얻는 것 같거든요, 그 이유가 뭘까요.

[답변]

김기덕 감독은 꾸준히 한국 사회가 가진 폭력성의 문제를 화두로 삼아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영화가 다소 잔혹한 장면이나 정서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런 부분이 일반 관객들의 감수성과 광범위한 접점을 만들어내기가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고 봅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가장 이름이 널리 알려진 한국 감독 가운데 한 명인데요, 어떤 면에선 원조 한류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문법과 다른 차원의 새로운 영화적 탐험에 높은 점수를 주는 유럽 영화계에선, 김기덕 감독은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올라와 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국내에서도 김기덕 감독에 대한 관객들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좀 있었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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