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 원작 영화 잇따른다 [최광희, 영화 저널리스트]

일본 소설 원작 영화 잇따른다 [최광희, 영화 저널리스트]

2012.02.16.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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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얼마전 큰 인기를 모은 영화 '도가니'나 '완득이'처럼 소설이나 만화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국내 소설 뿐 아니라 일본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와 함께 최근 한국영화의 트렌드,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국내에도 소설이 많은데 굳이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삼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답변]

한국은 순수 문학이 강세를 보이는 반면에 일본 같은 경우에는 추리나 미스터리 같은 장르 문학이 상당히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영화의 특성상, 이야기의 흡인력이 필요한데, 일본 장르 소설이 그런 점에서 영화인들에겐 이야기 자체의 힘을 가진, 굉장히 매력적인 영화의 소재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일본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경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질문]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유행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답변]

한 4~5년 전에 유행처럼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들이 잇따랐던 적이 있죠.

대표적인 경우가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같은 영화입니다.

일본의 추리 작가 덴도 신이 쓴 '대유괴'라는 소설을 각색해서 나문희 씨 주연의 작품으로 탄생이 됐습니다.

지난 2009년 말에 개봉했던 '백야행-하얀 어둠속을 걷다'라는 작품도 일본 추리 소설이 원작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동명의 소설을 손예진, 고수, 한석규 씨 주연의 스릴러 영화로 각색을 했죠.

앞서 2007년에 개봉했던 '검은 집'이라는 공포 영화 역시 일본 작가 기시 유스케의 소설을 바탕으로 황정민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습니다.

이렇게 일본 장르 소설이 꾸준히 영화로 만들어지긴 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흥행하고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일본 장르 소설이 일단 이야기 자체의 흡인력이 있긴 하지만, 이것을 우리의 정서에 맞게 각색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석입니다.

[질문]

그렇게 흥행이 잘 안되는데 일본 소설을 영화화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답변]

일단 중요한 건 소재의 고갈이죠.

흥미로운 영화가 만들어지려면 일단 독창성 있는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많이 나와줘야 하는데, 시나리오 작가들에 대한 대우가 워낙 안좋다 보니까 재능 있는 인재들이 방송 쪽으로 많이 빠져나갔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좋은 시나리오가 눈에 잘 안띄고, 또 그러다 보니까 일본에서 원작을 사오는, 그런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죠. 아무튼 일본 소설이라고는 해도, 잘만 만들면, 충분히 흥행 승산이 있다는 계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제작자들이 일본 소설의 영화화에 도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질문]

당장 이번주에도 일본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 개봉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작품인가요.

[답변]

유하 감독의 신작이죠, 송강호 씨, 이나영 씨가 강력반 형사로 호흡을 맞춘 '하울링'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노나미 아사의 일본 소설 '얼어붙은 송곳니'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특이하게도 늑대개 연쇄 살인 사건이라는 소재를 풀어 놓고 있는 범죄 스릴러 영화인데요.

늑대개가 출몰해 일련의 사람들을 물어 죽이고, 피해자들 간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송강호 씨와 이나영 씨가 그 배후의 사연을 파헤쳐 들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각색이 좀 엉성한데다, 송강호 이나영이라는 조합도 썩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스타 배우에 스타 감독이 붙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드라마의 몰입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 작품 역시 일본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가 실패하는 징크스에선 예외가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질문]

일본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그밖에 어떤 영화들이 있을까요.

[답변]

다음 달 개봉을 앞두고 있는 '화차'라는 영화 역시 일본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미아베 미유키의 소설이 원작이고요, '밀애' '발레 교습소' 등을 연출한 여성 감독 변영주 감독이 연출을 맡고, 이선균, 김민희 씨가 주연으로 캐스팅됐습니다.

이 작품 '화차'는 결혼을 한 달 앞두고 갑자기 사라진 자신의 약혼녀를 한 남자가 찾아나서는 과정을 통해 그녀에게 숨겨진 비밀이 벗겨지는 과정을 담고 있는 미스터리물입니다.

약혼녀를 찾기 위해 강력계 형사에게 의뢰를 하는데, 알고 봤더니, 그녀의 이름부터 나이, 가족까지 모든 것이 다 가짜였다는 사실이 드러나죠.

영화는 이런 상황에서 이 여성이 진짜 정체는 무엇이고 어떤 숨겨진 사연이 있는지를 차근 차근 파헤쳐 들어갑니다.

아직 시사를 하지 않았습니다만, 미스터리의 틀을 통해 황금만능주의 시대의 이면을 들추는 원작의 주제 의식을 어떻게 담아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밖에 현재 류승범 주연으로 촬영 중인 '완전한 사랑'이라는 작품도 있는데요, 여배우 출신의 방은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작품을 영화화하는 건데요, 일본에서 지난 2008년에 한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바가 있죠.

일본 작품과 방은진 감독의 작품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습니다.

[질문]

한국에도 영화로 만들만한 장르 소설이 좀 많이 나와주면 좋겠네요.

[답변]

요즘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장유정 작가의 미스터리 소설인 '7년의 밤'과 '내 심장을 쏴라'가 영화화 진행중이구요, '소수 의견'이라는 법정 스릴러 소설도 영화화 판권이 팔린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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