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사회의 거울이다' [최광희, 영화 저널리스트]

'영화는 사회의 거울이다' [최광희, 영화 저널리스트]

2011.09.22.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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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영화는 사회의 거울이다, 이런 말이 있죠.

재미와 감동을 추구하지만, 시대상이나 사회상을 함께 담아내기 때문에 그런 얘기도 있는 거겠죠.

요즘 한국영화에 그렇게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아낸 영화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와 함께 어떤 영화들인지 알아봅니다.

[질문]

사회 비판을 담은 영화들, 하면 저는 지난해 개봉했던 <부당거래>라는 작품이 생각나는데요, 흥행도 꽤 잘됐었죠?

[답변]

25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들었었죠. 지난해 늦가을 전형적인 극장 비수기에 개봉한 작품이었는데,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흥행에도 성공한, 류승완 감독의 작품이었습니다.

<부당거래>는 검사와 형사의 대결이라는 구도를 통해 우리 사회 공권력의 이면을 액션 스릴러 영화적인 호흡으로 풍자했던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이 영화가 흥행에서 성공한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권력에 대한 일반 관객들의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겠죠. 영화는 물론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관객들이 가진 바로 그 불신과 일종의 광범위한 접점을 만들어낸 케이스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질문]

올 가을에도 그렇게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작품들인지 만나볼까요?

[답변]

우선 소개해드릴 영화는, 바로 이번주에 개봉하는 영?니다. 공유, 정유미 씨 주연의 영화 <도가니>라는 작품인데요.

한 청각 장애인 학교에서 실제로 있었던 청소년 성폭행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공지영 작가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옮겼는데요.

지난 주 유료 시사에서 9만 명을 모은데 이어 이번주 예매 점유율도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어서 이변이 없는 한 새로운 흥행 1위 자리를 꿰차게 될 것 같습니다.

[질문]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니 더욱 궁금해지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답변]

공유가 연기한 주인공 인호는 무진이라는 도시에 있는 청각 장애인 학교에 교사로 취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거기선 뭔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데요, 알고 보니 이 학교의 교장과 행정실장이 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일삼고 있었던 겁니다. 인호는 인권 활동가인 유진과 함께 이것을 언론에 알리게 되고, 마침내 사건은 법정에 서게 되는데요.

하지만 돈을 앞세워 사건을 무마하려는 교장 세력의 집요한 방해 공작 때문에 진실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질문]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고, 또 영화로 겨졌다고 하니, 보면서 가슴이 굉장히 답답해질 것 같아요.

[답변]

어쩌면 불편해질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장애 청소년 성추행이라는 사건 자체도 그렇지만, 그것을 영화는 다소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는데요, 그런 부분이 보는 관객에 따라선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만, 영화는 그렇게 관객들을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만듦으로써, 진실에 대한 성찰과 우리 사회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불편하지만, 그것을 정면으로 응시함으로써 세상을 개선할 수 있다, 이런 메시지라고 볼 수 있겠죠.

무엇보다 법이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황에 대한 냉소를 밑바닥에 깔고 있는 작품입니다.

[질문]

법에 대한 냉소라는 말씀을 하시니, 법정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가 떠오르는데요.

<의뢰인>이라는 작품이죠?

[답변]

<도가니>에 이어서 바로 다음주 개봉하는 영화인데요.

한국 영화 최초로 본격 법정 스릴러를 표방한 작품입니다.

하정우 씨가 변호사로 나오고요, 박희순씨가 검사, 그리고 장혁 씨가 살인 용의자로 등장합니다.

<약탈자들>이라는 독립영화로 주목을 받았던 신예 손영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데요.

이 영화 역시 법정에서 벌어지는 진실 공방의 이면을 파헤치면서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질문]

최초의 본격 법정 스릴러라면 아무래도 법정 장면이 많이 등장할텐데, 어떤 내용인가요?

[답변]

한철민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됩니다.

그런데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물증이 없고 정황 증거가 있는 상태의 사건인데요, 안민호 검사는 한철민의 유죄를 입증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는데, 그의 사법 연수원 동기이자 검사 시절의 라이벌이었던 강성희 변호사가 변론을 맡게 되면서 두 사람은 자존심을 건 진실 공방에 나서게 됩니다.

영화 <의뢰인>은 한철민이 과연 아내를 죽인 범인인가? 라는 미스터리를 풀어 가는 과정의 극적 재미를 추구하는 한편, 안민호 검사와 강성희 변호사 사이의 대결을 통해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의 이면을 들추는데요.

검찰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유력한 증거를 없애버리는 등 한철민을 진범으로 몰아가기 위해 이른바 기획 수사적인 행태를 서슴지 않는, 그런 풍경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런 설정을 통해 영화는 우리의 사법 시스템이 진실이 주인공이 아니라 검찰이나 사법 기관의 위신과 자존심이 우선시되고 있는 게 아니냐, 이런 우회적인 현실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이죠.

[질문]

그렇군요, 재미와 풍자가 함께 어우러진 작품일 것 같은데, 관객들이 궁금한 건 딱 하나일 것 같습니다. 볼만 합니까?

[답변]

볼만 합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나온 한국영화 가운데서는 가장 완성도 높은 영화라고 생각하는데요.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법정 드라마를 흥미진진한 퍼즐 게임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시종 일관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과 극적 재미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보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모처럼 최광희 기자의 강력 추천작이 나왔네요.

챙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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