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극장가, 코미디 바람 [최광희, 영화 저널리스트]

봄 극장가, 코미디 바람 [최광희, 영화 저널리스트]

2011.04.14.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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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지난해 까지는 극장가에 스릴러 열풍이 불었죠.

그런데, 올 봄엔 코미디 바람이 불고 있다는군요.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내용이 많다고 합니다.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와 함께 올봄 한국영화의 트렌드 알아봅니다.

[질문]

영화도 유행을 타는 것 같은데, 올봄 극장가에 코미디가 많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답변]

코미디는 한국영화의 강세 장르 가운데 하나죠.

잘만 만들면 또 쏠쏠한 흥행 재미를 볼 수 있는 장르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꾸준히 기획이 되고 만들어져왔는데, 그동안 이어져 오던 스릴러 붐이 한풀 꺾이면서 코미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질문2]

어떤 영화들인지 만나보죠, 요즘 극장가에서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위험한 상견례>라는 영화도 코미디죠?

[답변]

송새벽 씨가 주연이죠.

지난해 <방자전>의 변학도 역을 비롯해서 <해결사>나 <시라노 연애조작단> 등에서 어눌한 코믹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가로챘는데요.

결국 주연 자리를 꿰찬 작품이 바로 <위험한 상견례>입니다.

충무로에는 코믹한 조연으로 시작했다가 주연자리까지 오른 배우들이 적지 않은데요.

송새벽 씨도 그 가운데 한명으로 합류하게 된 셈입니다.

지난 주말까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13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질문]

어떤 내용인가요?

[답변]

남자 주인공은 전라도 출신이고, 이시영 씨가 맡은 여자 주인공은 경상도 출신인데, 두 사람이 양 집안의 지역 감정이라는 굳건한 벽에 부딪히게 되죠.

그래서 송새벽 씨가 이시영 씨 집안에 가서 서울 남자 행세를 하는 해프닝을 벌이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결국 사랑을 쟁취하게 된다, 이런 내용입니다.

[답변]

이 영화는 서울 중심의 문화라든가, 영호남의 해묵은 지역 감정에 대한 풍자를 곁들이고 있는데요. 영화 자체가 한방의 웃음을 담지 못하고, 소소한 재미로만 일관하기 때문에 풍자극 특유의 통렬함까지는 이르지 못한 느낌입니다.

웃음을 책임지는 인물도, 주연인 송새벽 씨보다 오히려 조연들에 치중돼 있고, 약간 억지스러운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있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 작품입니다.

[질문]

방금 아쉬운 부분을 지적해주셨는데, 그럼에도 13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요?

[답변]

영화 흥행에는 두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영화 자체가 재미있고 볼만해서 흥행하는 경우하고요, 다른 영화가 볼만한 게 없어서 어부리지로 선택되는 경우죠.

<위험한 상견례>는 후자의 경우라고 봅니다.

[질문]

또 다른 코미디 영화 <수상한 고객들>, 이번주 개봉하는 작품이죠?

류승범 씨가 주연이라고요.

[답변]

<수상한 고객들>. 류승범 씨가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 영화 역시 코미디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오히려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적 때문에 자살 시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보험 가입 시켰다가 이들이 실제로 자살하게 되면 어떡하나 걱정 때문에 동분서주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동분서주의 상황 속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편으로 돌아서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영화의 각본을 지난 2007년 흥행 성공한 임창정, 하지원 주연의 <1번가의 기적>의 작가가 썼기 때문인지, 많은 부분 <1번가의 기적>의 구도와 설정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별다른 유머를 끄집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요.

일단 류승범 씨가 상대해야 할 인물이 너무 많아서 집중이 안되고 분산이 되는 허점이 있구요.

주인공의 행위 동기에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우연이 지나치게 남발되고 있습니다.

저는 영화 보면서 이게 왜 코미디인지 좀 이해가 안됐습니다만, 어쨌든 코미디 영화라는군요.

[질문]

언뜻 들어보니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가 아닌가 싶은데요, 이밖에도 한국전쟁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도 있다면서요?

[답변]

오는 28일 개봉하는 <적과의 동침>이라는 작품인데요.

김주혁 씨가 경기도 평택 인근의 시골 마을에 주둔한 인민군 장교로 나오고요.

정려원 씨의 그 마을의 학교 선생님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는 김주혁 씨와 정려원 씨 사이의 멜로 라인을 한 축으로 하고요.

인민군 주둔 상황에서 방공호 유치전을 펼치는 마을 사람들의 에피소드가 코미디 요소로 배치가 되고 있는데요.

앞서 보신 <수상한 고객들>처럼 멜로 라인과 코미디 요소가 썩 배합이 잘 안돼서 드라마가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질문]

영화들 소개를 들어 보니까, 코미디가 많긴 한데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움들이 많다는 말씀인 것 같은데요.

그렇게 좀 아쉬움을 남기는 이유가 뭘까요?

[답변]

요즘 충무로의 기획에 참신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소개해드린 세 편의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코미디를 주축으로 하고 있지만 거기에 풍자의 통렬함을 넣으려고 하고, 또 관객들의 눈물샘까지 자극하려다 보니까, 한마디로 욕심이 너무 과하다보니까 이도 저도 아닌 영화로 탄생이 되는 것이죠.

최근 한국영화가 투자 경색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까, 위험 요소를 줄이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까 비교적 안전하게 기획을 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이게 또 도리어 식상하고 지지부진한 작품들의 행렬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고위험 고수익 산업이죠.

관객들을 놀래키는, 좀더 참신하고 도전적인 작품들이 나와 줘야 하는데, 한국영화산업의 선도 기업들이 너무 안전제일주의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웃고 싶은 관객들을 제대로 웃겨주고, 또 그안에서 카타르시스까지 안겨주는 작품들이 더 많이 나와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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