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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웃을 일이 별로 없을 때 제대로 웃겨주는 코미디 영화 한편 보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곤 하죠.
최근에도 꾸준히 코미디 영화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관객들을 웃기는 방식도 예전에 비해서 사뭇 달라지고 있다네요.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와 함께 한국 코미디 영화의 변화상 살펴봅니다.
[질문]
한 때는 코미디 영화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은데, 요즘엔 왠지 좀 뜸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실제로 어떻습니까.
[답변]
뜸해진 게 사실입니다.
최근 한국영화들을 보면 스릴러가 대세다 싶을 정도로 스릴러 편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말씀하신 코미디 영화의 경우엔 지난해 이 즈음에 흥행에 성공한 <7급 공무원>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영화 장르 가운데 우리나라 관객들이 선호하는 장르 가운데 하나가 또 코미디입니다.
그런 기본 선호도가 있는 만큼 간헐적이긴 하되 코미디 영화들이 꾸준히 만들어져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질문]
예전엔 조폭 코미디가 유행이었던 때도 있었잖아요.
요즘엔 거의 안나오는 것 같아요?
[답변]
조폭 코미디는 2003년, 2004년 무렵 일종의 트렌드가 될만큼 유행이었는데요.
너무 많이 만들어진데다 작품성도 형편 없는 경우가 많아서 관객들 사이에서 식상해졌고, 그래서 만들어도 흥행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조폭 코미디가 조폭의 세계를 희화화하면서 웃음을 만들어냈다면, 요즘엔 오히려 좀더 현실적인 문제들과 결합해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굳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웃기고 마는 게 아니라 뼈 있는 풍자와 해학을 담아내려는 시도도 눈에 띄고 있습니다.
[질문]
뼈 있는 풍자가 있는 웃음,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요?
[답변]
우선 소개해드릴 영화가 <내 깡패 같은 애인>이라는 작품입니다.
지난 주 개봉해서 박스오피스 성적은 5위에 그쳤지만 관객들 사이에서 호평을 듣고 있는데요.
박중훈 씨가 말 그대로 깡패, 그리고 정유미씨가 그의 옆집 반지하 셋방에 사는 취업 준비생, 흔히 말하는 청년 백수로 등장합니다.
두 사람은 삶의 방식이나 태도는 천양지차로 다르지만 어쩌면 인생 낙오자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의 처지인데요.
영화는 이 두 사람이 서로 티격태격하는 와중에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는 상황을 익숙하긴 하지만 흥미로운 로맨틱 코미디의 틀 안에 담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캐릭터가 충돌하는 와중에서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동시에 깡패보다 더 깡패 같은 사회가 여주인공을 압박하는 반면에 진짜 깡패인 박중훈이 그녀를 진심으로 도와준다는 역설적인 설정을 통해 이른바 88만 원 세대가 처한 사회적 상황을 은근히 풍자하고 있습니다.
[질문]
웃음과 감동이 함께 묻어나는 영화일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군요.
또 어떤 영화가 있나요?
[답변]
역시 지난 주 개봉한 김태식 감독의 <도쿄 택시>라는 작품입니다.
한일 합작 영화인데요.
감독은 한국 사람이지만 주연 배우들은 모두 일본 사람들입니다.
설정이 재밌습니다.
서울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비행기 공포증이 있는 한 록커가 택시를 잡아 타고 도쿄에서 서울까지 온다, 이런 설정입니다.
영화는 택시 기사와 록커의 긴 여정을 통해 한일간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웃지 못할 상황을 블랙코미디의 형식으로 담아내는데요.
이를테면 낯선 택시를 본 한국 택시 운전사들의 텃세 작전이라든가, 두 주인공이 한국의 민방위 훈련을 보고 진짜 전쟁이 난 줄 알고 혼비백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런 대목을 통해 가까우면서 멀고 여전히 서로에 대한 편견을 지니고 살아가는 한일 두 나라를 동시에 풍자하고 있는 것이죠.
[질문]
도쿄에서 서울로 진짜 택시가 올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그 상황 자체부터 코미디인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사극 코미디도 있다면서요?
[답변]
다음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품입니다.
<음란 서생>을 연출한 바 있는 김대우 감독이 내놓은 신작인데요.
김주혁, 조여정, 그리고 류승범이 주연을 맡은 <방자전>이라는 제목의 영화입니다.
[질문]
방자전이라면, 춘향전의 그 방자를 말하는 건가요?
[답변]
이 작품은 잘 알려진 <춘향전>을 이몽룡의 몸종인 방자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독특한 시도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춘향이 실은 방자의 애인이었다, 하는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류승범씨가 맡은 이몽룡이라는 인물보다 김주혁 씨가 맡은 방자가 오히려 더 매너 좋고 멋진 남자로 묘사되는데요.
김대우 감독은 <음란 서생>에서 통속 소설을 쓰는 양반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으로서의 성애를 둘러싼 코미디를 선보인 바 있죠.
이 작품에서도 역시 춘향과 방자 사이에 벌어지는 은근히 야한 연애담을 풀어 놓고 있습니다.
사극이긴 하지만 현대적인 요소들을 가미하고 있는 게 눈에 띄는데요.
춘향전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하면서 물질주의에 사로 잡혀버린 지금 시대의 연애 풍속도에 대한 풍자를 녹여내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한 작품입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변학도 캐릭터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기왕 웃는 거 풍자와 해학을 통해 통쾌한 웃음을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네요.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웃을 일이 별로 없을 때 제대로 웃겨주는 코미디 영화 한편 보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곤 하죠.
최근에도 꾸준히 코미디 영화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관객들을 웃기는 방식도 예전에 비해서 사뭇 달라지고 있다네요.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기자와 함께 한국 코미디 영화의 변화상 살펴봅니다.
[질문]
한 때는 코미디 영화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은데, 요즘엔 왠지 좀 뜸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실제로 어떻습니까.
[답변]
뜸해진 게 사실입니다.
최근 한국영화들을 보면 스릴러가 대세다 싶을 정도로 스릴러 편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말씀하신 코미디 영화의 경우엔 지난해 이 즈음에 흥행에 성공한 <7급 공무원>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영화 장르 가운데 우리나라 관객들이 선호하는 장르 가운데 하나가 또 코미디입니다.
그런 기본 선호도가 있는 만큼 간헐적이긴 하되 코미디 영화들이 꾸준히 만들어져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질문]
예전엔 조폭 코미디가 유행이었던 때도 있었잖아요.
요즘엔 거의 안나오는 것 같아요?
[답변]
조폭 코미디는 2003년, 2004년 무렵 일종의 트렌드가 될만큼 유행이었는데요.
너무 많이 만들어진데다 작품성도 형편 없는 경우가 많아서 관객들 사이에서 식상해졌고, 그래서 만들어도 흥행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조폭 코미디가 조폭의 세계를 희화화하면서 웃음을 만들어냈다면, 요즘엔 오히려 좀더 현실적인 문제들과 결합해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굳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웃기고 마는 게 아니라 뼈 있는 풍자와 해학을 담아내려는 시도도 눈에 띄고 있습니다.
[질문]
뼈 있는 풍자가 있는 웃음,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요?
[답변]
우선 소개해드릴 영화가 <내 깡패 같은 애인>이라는 작품입니다.
지난 주 개봉해서 박스오피스 성적은 5위에 그쳤지만 관객들 사이에서 호평을 듣고 있는데요.
박중훈 씨가 말 그대로 깡패, 그리고 정유미씨가 그의 옆집 반지하 셋방에 사는 취업 준비생, 흔히 말하는 청년 백수로 등장합니다.
두 사람은 삶의 방식이나 태도는 천양지차로 다르지만 어쩌면 인생 낙오자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의 처지인데요.
영화는 이 두 사람이 서로 티격태격하는 와중에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는 상황을 익숙하긴 하지만 흥미로운 로맨틱 코미디의 틀 안에 담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캐릭터가 충돌하는 와중에서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동시에 깡패보다 더 깡패 같은 사회가 여주인공을 압박하는 반면에 진짜 깡패인 박중훈이 그녀를 진심으로 도와준다는 역설적인 설정을 통해 이른바 88만 원 세대가 처한 사회적 상황을 은근히 풍자하고 있습니다.
[질문]
웃음과 감동이 함께 묻어나는 영화일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군요.
또 어떤 영화가 있나요?
[답변]
역시 지난 주 개봉한 김태식 감독의 <도쿄 택시>라는 작품입니다.
한일 합작 영화인데요.
감독은 한국 사람이지만 주연 배우들은 모두 일본 사람들입니다.
설정이 재밌습니다.
서울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비행기 공포증이 있는 한 록커가 택시를 잡아 타고 도쿄에서 서울까지 온다, 이런 설정입니다.
영화는 택시 기사와 록커의 긴 여정을 통해 한일간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웃지 못할 상황을 블랙코미디의 형식으로 담아내는데요.
이를테면 낯선 택시를 본 한국 택시 운전사들의 텃세 작전이라든가, 두 주인공이 한국의 민방위 훈련을 보고 진짜 전쟁이 난 줄 알고 혼비백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런 대목을 통해 가까우면서 멀고 여전히 서로에 대한 편견을 지니고 살아가는 한일 두 나라를 동시에 풍자하고 있는 것이죠.
[질문]
도쿄에서 서울로 진짜 택시가 올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그 상황 자체부터 코미디인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사극 코미디도 있다면서요?
[답변]
다음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품입니다.
<음란 서생>을 연출한 바 있는 김대우 감독이 내놓은 신작인데요.
김주혁, 조여정, 그리고 류승범이 주연을 맡은 <방자전>이라는 제목의 영화입니다.
[질문]
방자전이라면, 춘향전의 그 방자를 말하는 건가요?
[답변]
이 작품은 잘 알려진 <춘향전>을 이몽룡의 몸종인 방자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독특한 시도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춘향이 실은 방자의 애인이었다, 하는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류승범씨가 맡은 이몽룡이라는 인물보다 김주혁 씨가 맡은 방자가 오히려 더 매너 좋고 멋진 남자로 묘사되는데요.
김대우 감독은 <음란 서생>에서 통속 소설을 쓰는 양반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으로서의 성애를 둘러싼 코미디를 선보인 바 있죠.
이 작품에서도 역시 춘향과 방자 사이에 벌어지는 은근히 야한 연애담을 풀어 놓고 있습니다.
사극이긴 하지만 현대적인 요소들을 가미하고 있는 게 눈에 띄는데요.
춘향전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하면서 물질주의에 사로 잡혀버린 지금 시대의 연애 풍속도에 대한 풍자를 녹여내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한 작품입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변학도 캐릭터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기왕 웃는 거 풍자와 해학을 통해 통쾌한 웃음을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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