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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4.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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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구나∼"



5월 2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일산에 있는 홀트 복지타운을 방문한다.



뇌성마비와 정신지체 장애인 등 몸이 불편한 80여명이 살고 있는 곳이다.



"말을 잘 못하네요?"



장애 아동의 고사리 같은 손을 정의장은 안쓰러운 듯 쓰다듬는다.



"말 못하지만 예쁘게 웃어요. 들을 수 있고요."



이사장인 말리 홀트 여사가 아이들의 사연과 건강 상태 등을 설명한다.



"은선∼ 은선∼"



일산에서 홍사덕 의원을 꺾은 한명숙 당선자다.



"아이 그래, 그래...이제 긴장이 좀 풀렸네∼"



정의장 일행은 이어서 한 중증 장애인을 목욕시키기로 한다.



조를 나눠 목욕실로 들어간 정의장 일행,..



이곳 복지타운 원장과 옆동네인 덕양구에서 당선된 최성 당선자는 정의장을 따라 목욕실로 들어간다.



"손부터 할까? 몸을 펴질 못하는구나."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를 앓아 몸을 스스로 움직일 수 없고 중증의 정신지체로 지각 능력이 어린 아이 수준이라는 나이 서른의 남자 장애인이 웅크린 채 목욕할 채비을 하고 있다.



정동영 의장과 최성 당선자 그리고 이곳 원장까지 세명이 한명을 목욕시키고 있지만 여간 힘들어 보이질 않는다.



"한번 목욕시키기 이렇게 어렵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목욕을 시킵니다)"



이곳의 교사나 자원 봉사자들에게 가장 힘든 일이 목욕이라고 한다.



사실 정의장 일행이 목욕 봉사를 하게된 것도 '가장 힘든 봉사'를 원해서였다고 홀트측은 설명한다.



"의장님 머리 감으실 때보다 더 잘 감겨 주시는 것 같아요."



최성 당선자의 말이다.



윗사람을 수행하는 자리에서 으레 나오는 추임새지만 정의장의 모습이 워낙 진지해 이 추임새가 상황을 과장한 것이로 보여지지 않는다.



다만 최성 당선자의 또 다른 말에는 거부감이 인다.



"제일 유명한 분한테 너 머리 감는다"



그래서 이 장애인은 행복할까?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곳에 알몸으로 드러누워 유명한 분의 손길을 느끼며 그는 행복할까?



이런 일이 있었다.



머리를 감기던 중 정의장과 최당선자는 이렇게 말한다.



"눈 감아, 눈"



비누가 눈에 들어갈까 걱정한 말이다.



그러나 그는 눈을 감지 않는다.



그의 귀는 눈감으란 소릴 듣지 못했을 수 있다.



그의 눈은 비누의 자극을 전혀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그의 눈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은 그가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감각 기관이 또한 눈이기 때문이다.



그의 눈을 보고 방송을 결심했으며 또한 그의 눈 때문에 예정했던 5월 3일 방송을 내지 못했다.



홀트에 찾아갔다.



그도 만났다.



그는 간혹 웃기도 한다는데 가만히, 멍하니, 고요히 있을 때 그렇다고 한다.



알몸으로 카메라 앞에서 목욕할 당시의 심정이 어땠으리라 하는 '손쉬운 추측'을 포기하더라고

그는 카메라 앞에서, 부산스러움 속에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으리라는 '조금은 근거있는 추측'을 할수 있다.



이벤트니 일회성이니 하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한 인격체의 알몸을 다중에 공개한 것은 무엇으로 논란을 벌일 것인가.



장애인은 소품이 아니다.



돌발영상 PD 노종면, 장민수 [dolbal@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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