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보지마?

조선일보 보지마?

2003.12.19.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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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노무현 대통령과 충청북도 지역 언론인과의 대화를 시작하겠습니다."



12월 18일의 일이다.



"내일은 대통령께서 당선되신 지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어떤 소회가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소회'를 서민적인 말로 하자면 '소감'이다.



"아마 보시기에도 1년 동안 참 어려웠겠다 하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어려웠던 이유는?



"어느 때보다 지금 야당이 막강하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좀 익숙해지고 자신감도 좀 생겼다…"



자신감이 생겼을지언정 여전히 부담스러운 측근 비리 문제…



"이 일들이 터져 나올 때 그냥 그… 잘못했다, 미안하다 생각하기 전에 먼저…"



대통령은 듣기에도 참 힘들게 말을 이어간다.



"참 부끄럽죠."



'해와 달' 썬앤문의 문병욱 회장과는 어떤 관계?



"제 고등학교 후배 중에서 서울에서 꽤 성공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고"



그리고?



"그렇게 해서 오래 전부터 잘 아는 사람입니다, 잘 아는 사람인데…"



그런데?



"이번에 (불법 대선) 자금 문제와 관련해서 구체적인 부분은 제가 말을 자칫 잘못하면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준다거나 뭐 이런 얘기들이 있어서…"



'1/10 발언'으로 인한 교훈이다.



다음은 '쇄신 개각' 문제…



한마디로 지금 내각을 싹 갈라는 주장에 대한 생각은?



"(쇄신 내각이 필요하다는) 민심은 자연스럽게 발생한 민심이 아니고"



그럼?



"정당이 말하고 언론이 유포해서 만들어진 민심입니다."



결론은?



"쇄신 내각, 그렇게 해선 안된다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일부 장관에게 총선 출마를 권유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출마 안하면 장관 그만두라 대통령이 그렇게,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는 못합니다."



맞다, 그럴 수 없다.



"가다 오다 농담으로 출마한다고 소문 났던데요… 점심 먹을 때도 어∼ 당신 출마한다고 소문 났던데 그거 사실입니까?"



아무래도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대통령 권유로 총선 출마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해명인 듯 싶다.



"한번 하지 뭐 이런 수준의 가벼운 덕담 뭐 이런 것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이상 아무런 강요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화' 초반부에는 가벼운 질문도 많았다.



"청와대 들어오신 지 10개월 가까이 되실텐데요, 그동안 생활을 좀 얘기해 주시죠."



"청와대 관저는 아주 크고 좋은데 집세를 달라 안해서 참 좋습니다, 좋고…"



그리고?



"빨리 가서 아내하고 얘기하고 이러는 게 요새 낙입니다."



또 다른 질문…



"영부인께서 청와대 내의 야당 노릇을 많이 하십니까?"



'노릇'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그 뜻이 '직업이나 직책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나온다.



'소감'을 '소회'로 표현하는 마당에 '노릇'이라니…대통령 부인에 대한 말로는 적당치 않아 보인다.



여하튼…



"보지 말라고 해도 꼭 보내요."



대통령 부인인 권여사께서 대통령의 말을 잘 안듣는다는 얘기인 것 같기는 한데…



대통령은 '뭘' 보지 말하 하고 권여사는 '뭘' 또 꼭 보는가?



"꼭 그 조선일보는 첫번째로 보내요."



'조선일보'를 그토록 싫어한다는 대통령과 '조선일보'를 첫번째로 본다는 그의 부인.



대통령은 그런 부인과 대화하는 것이 최고의 낙이라는데…



우리 정치판을 염두에 두고 조금 비약을 하자면 생각이 달라도 대화만 유지 된다면 심지어 같이 살 수도 있는 것이다.



돌발영상 PD 노종면 [dolbal@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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