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맨스에서 생존 게임으로"...트럼프 정책에 발목 잡힌 머스크와 테슬라 [한방이슈]

"브로맨스에서 생존 게임으로"...트럼프 정책에 발목 잡힌 머스크와 테슬라 [한방이슈]

2025.07.09. 오후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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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집권 2기 핵심 국정 과제를 담은 법안에 서명합니다.

이름하여 'One Big Beautiful Bill,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우리가 해낸 건, 모든 걸 하나로 담은 겁니다. 이런 일은 전에 없었습니다. 이런 규모의 법안은 역사상 처음이에요.]

같은 시각 트럼프를 보며 분노를 폭발한 인물이 있습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입니다.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은 테슬라의 ‘핵심 수익원’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청정에너지 구조조정 법안'이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트럼프의 재선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었던 일론 머스크.

그러나 머스크의 거대한 정치적 베팅은 테슬라의 존재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때 무대 위에서 함께 춤추며 브로맨스를 과시했던 두 남자.

이제 그들 사이에는 수십조 원 규모의 산업이 걸린 생존 게임만이 남았습니다.
 
 


친환경 예산 삭감과 테슬라의 위기

트럼프 법안의 본질은 대규모 감세입니다.

총 4.5조 달러에 달하는 감세 정책의 대가는 복지와 청정에너지 예산의 전방위적 삭감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구축한 친환경 인센티브들은 대부분 무력화됐습니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제공되던 연방 세액 공제 7,500달러가 종료된 것이 가장 큰 타격입니다.

더불어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지원, 주택용 태양광 설치 인센티브, 에너지 저장 장치 지원 예산도 일괄 삭감됐습니다.

테슬라의 사업 구조 전체가 정책 리스크에 노출된 셈입니다.
 
 


탄소 배출권 수익 모델 붕괴

더 큰 문제는 탄소배출권 시장입니다.

트럼프 법안은 연방 연비 기준(CAFE) 규제를 직접 겨냥해 위반 시 벌금을 '0'으로 설정했습니다.

테슬라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인 배출권 판매 시장을 사실상 붕괴시키는 조치입니다.

연방연비기준(CAFE)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일정 수준의 평균 연비 기준을 충족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미달 시엔 벌금을 부과하거나 크레딧을 구매하게 합니다.

무공해 차량을 생산하는 테슬라 같은 기업은 크레딧을 확보해 판매할 수 있습니다.

2023년 한 해 테슬라의 탄소 배출권 판매 수익은 28억 달러, 전체 순이익의 약 39%를 차지했습니다.

2024년 1분기 배출권 매출은 5억 9,500만 달러, 당시 분기 순이익은 4억 900만 달러였습니다.

즉, 배출권 판매가 없었다면 적자 전환이 불가피했던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배출권 시장의 기반 자체를 붕괴시키는 조치"라고 분석합니다.

규제를 위반해도 벌금이 없다면, 크레딧을 구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로보택시' 전략의 기회와 위험

위기 돌파를 위해 머스크가 제시한 해법은 '로보택시'와 인공지능 로봇을 중심으로 한 사업 모델의 근본적 전환입니다.

머스크는 로보택시 프로그램이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5조~10조 달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2026년 말까지 수십만 대의 테슬라 차량이 완전 자율주행 상태로 운행될 것이며, 개인 소유 차량들은 로보택시 네트워크에 등록되어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여전히 완전한 무인 운전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최근 공개된 모델Y의 자율주행 배달 시연은 인상적이었지만, 대규모 상용화로 확장하기까지는 상당한 기술적 도전이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도로 환경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은 여전히 검증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자율주행 차량의 안전성과 책임 문제, 각종 규제 등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 검증은 여전히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옵티머스 로봇의 장기적 비전

머스크가 제시한 두 번째 미래 전략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입니다.

최근 공개된 테슬라의 '임팩트 리포트'에서는 옵티머스 로봇이 유모차를 밀거나 장바구니를 들어주고, 가족이 거실에서 게임을 하는 동안 화분에 물을 주는 미래 도시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이 비전은 아직 프로토타입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상용화 시기는 불투명합니다.

AI 기반의 인간-로봇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수년 단위의 기술 혁신과 규제 정비가 필요합니다.
 
  


판매 부진과 시장 점유율 하락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 테슬라의 현재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2024년 2분기 글로벌 차량 판매는 전년 대비 13.5% 감소했습니다.

1분기와 합치면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하락입니다. 테슬라 역사상 최악의 판매 부진 수준입니다.

반면 GM부터 중국의 BYD까지 경쟁업체들은 첨단 기술을 탑재한 차량을 내놓으며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BYD를 비롯한 현지 업체들의 공세는 테슬라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소비자 이탈

여기에 트럼프와 충돌하는 머스크 개인의 정치적 행보도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소비자들의 반감을 샀으며, 이는 테슬라의 판매 부진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됩니다.

전기차 구매자들이 전통적으로 환경 의식이 높은 진보 성향의 소비자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은 더욱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혁신 기업의 딜레마

테슬라의 현재 상황은 혁신 기업이 직면하는 근본적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기존 수익 구조를 안정시키며, 동시에 미래로의 도약을 꾀해야 하는 두 갈래 전략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미래 기술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시장은 현실 검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부 월가 분석가들은 테슬라의 자동차 사업 가치가 현재 주가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합니다.

즉, 나머지 3분의 2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 보호막 사라진 테슬라…절벽에 선 머스크의 선택

테슬라가 오늘날의 위상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력만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정부의 전략적 지원, 탄소 배출 규제 정책, 글로벌 ESG 트렌드가 삼중으로 작용한 덕이었습니다.

트럼프와의 갈등 속에 이제 그 보호막이 하나둘씩 제거되고 있습니다.

보조금 없는 소비자, 탄소 배출에서 자유로워진 경쟁사, 충전소 없는 도시.

이 조합은 테슬라에게 극도로 불리한 판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일론 머스크의 미래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등 뒤에서 성장했던 테슬라가, 정부의 뒷모습만을 바라보며 계속 달릴 수 있을까요?

트럼프의 시대, 머스크와 테슬라는 지금 정치와 기술, 비전과 현실 사이 절벽에 서 있습니다.
 
 
기획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이형근(yihan3054@ytn.co.kr)
참고 기사: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이형근 (yihan305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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