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재앙설..일본이 긴장하는 이유 [한방이슈]

7월 재앙설..일본이 긴장하는 이유 [한방이슈]

2025.07.02. 오전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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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일본 열도를 강타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는 일본 현대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사망자 19,759명, 실종자 2,559명, 부상자 6,233명 (일본 부흥청 공식 발표 기준).

참혹한 수치 뒤에는 순식간에 가족을 잃고 터전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의 절규가 있습니다.

특히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미야기현에서만 10,56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망 원인의 90%가 익사였다는 사실은 쓰나미의 무서운 파괴력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일본 사회는 또 다른 대재앙의 그림자 앞에 서 있습니다.

"2025년 7월, 더 큰 재앙이 온다"는 예언 때문입니다.

한 일본 만화가의 예언에서 시작한 공포를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025년 7월 대지진설'을 제기한 사람은 1954년생 일본 여성 만화가 타츠키 료입니다. 1975년 만화계에 데뷔한 타츠키 료는 1999년 '내가 본 미래'라는 작품을 발표했는데, 만화 표지에는 "대재해는 2011년 3월"이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예언은 끔찍한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이후 타츠키 료는 새로운 예언을 내놨습니다. "2025년 7월 5일 새벽 4시 18분, 진짜 대재앙이 일본에 닥친다"며 "일본과 필리핀해 가운데 해저가 분화해 태평양 주변 국가에 쓰나미가 밀려들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예언했습니다. "해일 높이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3배에 달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7월 5일"이라는 구체적 날짜에 대한 입장을 수정하면서도 "2025년 7월이 중대한 전환점"이라는 주장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타츠키 료의 예언이 괴담으로 치부되지 않고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과거 예언의 정확한 적중입니다. 동일본 대지진을 12년 전에 정확히 예측했다는 것이 가장 큰 근거입니다. 대형 재난을 정확히 예측한 전례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예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둘째, 구체적이고 상세한 예언 내용입니다. 단순히 "재난이 온다"는 수준이 아니라 날짜, 시간, 장소, 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했습니다.

셋째, 체계적인 기록 방식입니다. 그녀는 1970년대 중반부터 예지몽을 꾸기 시작했고, 작가 본인의 회고에 따르면 1985년부터 꿈 일기를 그림과 글로 체계적으로 기록해왔습니다. 사후에 조작된 것이 아닌 실제 예지 기록임을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집니다.

예언은 의심을 낳습니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더해지면 의심은 확신이 되기도 합니다.

일본 지진조사위원회는 "향후 30년 내 난카이 해곡에서 규모 8~9의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약 80%"로 발표했습니다. 이 수치는 2024년 74~81%에서 2025년 75~82%로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올해 3월 재해 시나리오 보고서를 통해 난카이 대지진 발생 시 "최대 사망자 29만 8천명, 경제 피해 292조 3천억 엔"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발표했습니다.

난카이 대지진은 일본 남서부 태평양 연안의 '난카이 해곡'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초대형 지진입니다. 이 지역은 해양판인 필리핀해판이 대륙판인 유라시아판 아래로 파고드는 '섭입대'로, 두 판이 오랜 시간 맞물려 쌓인 에너지가 한순간에 방출되면서 규모 8~9의 강력한 지진이 일어납니다.

난카이 해곡에서 발생한 대지진들은 100~150년 주기로 반복되며, 매번 일본 사회에 막대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안겨왔습니다.

사망자 2만 명이 발생한 1707년 호에이 지진. 1854년 연쇄적으로 발생해 수천 명의 사망자가 나온 안세이 대지진.

1944년 쇼와 도난카이 지진은 사망 및 실종자 약 1,223명(일본 방재청 연감)을 냈고, 1946년 쇼와 난카이 지진은 사망자 1,330명, 실종자 113명(일본 국토교통성)의 피해를 남겼습니다.

난카이 대지진과 함께 자주 거론되는 위험이 후지산 분화입니다. 후지산은 마지막 분화인 1707년 호에이 대분화 이후 318년간 침묵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일본 기상청과 화산분과협의회가 2025년 3월 발표한 정기 보고서에 따르면 후지산은 화산경보 레벨 1(평상)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지진·지반 변형·가스 방출량 모두 “특이한 변화는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후지산이 300~400년 주기로 대규모 분화를 일으키는데, 지금이 바로 그 주기에 들어서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분화 가능성을 열어 두고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실제로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가고시마현 도카라 열도에서 6월 21일부터 28일까지 진도 1이 넘는 지진이 525회 관측되면서 대지진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본 기상청과 한국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도카라 열도 근해에서 6월 29일 규모 5.1의 강진도 발생했습니다.

일본 토목학회의 분석에 따르면,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20여 년간 1천466조 엔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작년 일본 국내총생산 609조 엔의 2.4배에 달하는 규모로, 경제가 다시 정상화될 때까지 22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 정부는 6월 11일 난카이 대지진 방재 대책 추진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예상 사망자 수를 29만 8천명에서 6만 명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건축물 붕괴를 절반으로 감소시키기 위한 대책에 착수했습니다. 해안 방조제 정비율을 2030년까지 50%로 높이고, 내진화 완료 주요 시설 비율을 32%로 확대하는 등 구체적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난카이 대지진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 난카이 해곡 대지진 역시 한반도 지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한반도 남해안은 해일과 저주파 지진파로 인한 직접적 피해 가능성이 있어, 우리나라도 일본의 지진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남긴 교훈은 명확합니다. 자연재해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과학적 데이터와 체계적 준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언에 휘둘리기보다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 대비가 필요합니다. 일본 정부가 10년 내 134개 중점 대책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한 것처럼, 지속적인 연구와 국제 협력을 통해 재난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난카이 대지진이 언제 올지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과학기술, 그리고 국제사회의 협력이 결합될 때 비로소 재난 앞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데이터가 말하는 경고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 대비에 나서는 것이야말로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유산일 것입니다.


기획 : 김재형(jhkim03@ytn.co.kr)
구성·제작 : 손민성(smis93@ytn.co.kr)
그래픽 : 김현수(kimhs4364@ytn.co.kr)
참고기사 : 일본 요미우리 신문

YTN 손민성 (smis9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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