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처럼 은밀하게?..휴전 당한 이란의 선택 [한방이슈]

북한처럼 은밀하게?..휴전 당한 이란의 선택 [한방이슈]

2025.06.24. 오전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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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일 새벽, 이란 상공에 미 공군의 B-2 스텔스 폭격기의 그림자가 스쳤습니다.

목표는 이란의 심장부, 지하 90미터 깊숙이 숨겨진 포르도 핵시설.

트럼프는 마침내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B-2 폭격기 6대가 투입돼 벙커버스터 폭탄 6기 이상을 포르도에 투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직 미국만이 가진 무기로 미국만이 할 수 있는 공격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완전히 전적으로 파괴됐습니다.]

폭격 직후 트럼프는 자신감 있게 선언했지만 일부 외신들은 ‘극단적 도박’이라며 우려했습니다.

전임 대통령 4명이 중동 전쟁으로 비화될 것을 우려해 피했던 군사력 동원을 트럼프가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어진 전격적인 휴전 선언.

많은 이들이 미국의 공습을 전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계산은 정반대였습니다.

이 지점에서 두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공습과 동시에 휴전을 선언한 트럼프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지 그리고 전면전을 경고하던 이란은 왜 아무 말 없이 한걸음 물러섰는지입니다.

돌이켜보면 신호는 분명했습니다.

6월 13일, 이란 핵시설을 선제 타격한 이스라엘은 연일 워싱턴에 "지금이 기회"라고 촉구했습니다.

트럼프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외교적 해결책은 한계에 다다랐고, 이란의 우라늄 농축도는 90%에 육박했습니다.

핵무기 완성까지 단 몇 주 남은 상황.

이란에 2주의 시간을 주겠다던 트럼프는 전격적으로 위험한 도박을 선택했습니다.

미군은 이란의 핵시설 3곳에 동시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첫째, 포르도. 암반 90미터 아래 숨어있던 난공불락의 요새에 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이 연쇄 폭발하며 지하 도시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둘째 나탄즈. 이란 우라늄 농축의 70%를 담당하던 나탄즈는 잠수함에서 발사한 토마호크 미사일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셋째, 이스파한. 트럼프는 이란의 핵연료 가공시설까지 하나씩 지워나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포르도 시설 파괴에 주력했습니다.

이란이 2000년대 중반 극비리에 건설한 이 시설은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로 처음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후 미국과 동맹국들이 가장 우려해온 고농축 우라늄의 주요 생산지로 지목돼 왔습니다.

현재 미국이 실전 배치 가능한 B-2 스텔스 폭격기는 19대,

그 중 6대를 한 개 목표물에 집중 투입해 벙커버스터 12발을 투하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어떤 타협도 없이 포드로다는 핵심 중의 핵심을 제거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이란 관리들은 공격 전 일부 우라늄을 다른 장소로 옮겼다고 암시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포르도 핵시설에 있던 장비와 고농축 우라늄을 며칠 전 다른 장소로 옮겼다”고 전했습니다.

이란은 즉각적인 보복을 선언했지만 사실상 선언 수준에 그쳤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중동 내 미군 기지를 향해 한 차례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지만, 이마저도 공격 계획을 사전에 미국에 통보했습니다.

가장 우려됐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역시 말폭탄에 머물렀습니다.

가장 무서운 시나리오는 따로 있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에서 공식 탈퇴를 선언하고, 은밀하게 핵무기 개발에 나서는 겁니다. 실제로 이달 초 이란은 제3의 농축 시설 구축을 언급했습니다. 숨겨둔 핵물질과 원심분리기가 있다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동시에 이란이 러시아나 중국과 본격적인 군사동맹을 맺어 미국에 맞서는 새로운 축을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위험천만합니다.

이 지점에서 주목할 부분은 이란의 반응입니다. 이란은 지금까지 핵시설 피해 규모를 실제보다 훨씬 작게 발표하고 있습니다. 보통이라면 '미 제국주의의 침략'이라며 전 국민을 분노로 결집시켜야 할 텐데 말입니다.

오히려 "피해는 미미하다", "핵 개발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며 상황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면전을 피하고 싶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노린 '긴장 고조를 통한 긴장 완화' 전략의 성공 신호라고 분석합니다. 이란이 결국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트럼프는 누구보다도 전쟁이 가져올 대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으로 지난 20년간 약 8조 달러를 소모했고, 그 시간 동안 중국은 조용히 세계 패권 경쟁의 무대에 발을 들였습니다.

트럼프는 다시는 그러한 함정에 빠지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지금의 상대는 이란입니다. 이란은 아프가니스탄보다 4배 넓은 국토, 중동 최대 인구,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입니다.

핵 시설을 몇 군데 파괴한다고 해서 이들의 억지력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릴 수는 없습니다.

언론은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즉 정권교체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미국이 중동에 개입해 성공적으로 정권을 교체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이라크는 혼란에 빠졌고, 리비아는 분열됐으며, 시리아는 여전히 내전 중입니다.

이번 작전의 현실적인 목표는 추정컨대 단 하나였습니다.

이란의 핵 개발 타이머를 10년 정도 뒤로 돌리면서, 동시에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휴전 발표는 이 전략이 성공했음을 보여줍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군사력만으로는 핵 확산을 영원히 막을 수 없다고 말입니다. 가장 극명한 사례가 바로 북한입니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로 핵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비밀리에 개발을 지속해 2006년 첫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이제 북한은 수십 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었습니다.

[조선중앙TV(리춘히) : 주체 65. 2006년 10월 9일 지하 핵실험을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결국 이란 문제의 해법은 군사적 압박과 외교적 협상의 균형에 달려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과연 북한의 전철을 밟지 않고 지속 가능한 핵 비확산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협상 테이블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기획 구성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손민성(smis93@ytn.co.kr)
참고 기사 : 이코노미스트, 뉴욕타임스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손민성 (smis9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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