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넘은 분쟁의 땅...카슈미르, 또다시 전운 고조 [한방이슈]

70년 넘은 분쟁의 땅...카슈미르, 또다시 전운 고조 [한방이슈]

2025.05.10. 오전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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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넘게 이어져 온 영토 분쟁의 화약고, '카슈미르'가 다시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습니다.

비공인 핵보유국 인도와 파키스탄이 서로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심지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전면전 문턱까지 다가간 이번 무력 충돌은 단순한 국지 분쟁이 아닌 복잡한 역사와 맞물린 지정학적 위기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핵보유국 간의 긴장 고조는 언제든 돌이킬 수 없는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에 작은 충돌 하나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계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군사적 대립을 감당할 수 없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경고가 현실이 되지는 않을까, 전 세계는 두 핵보유국의 확전 가능성을 초조하게 주시하고 있습니다.
 
 


종교로 나뉜 국경선… 피로 얼룩진 대립의 시작

카슈미르 분쟁의 뿌리는 1947년, 영국의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인도와 파키스탄이 각기 다른 종교 기반 위에 건국되면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인도령으로 편입된 카슈미르 지역은 주민 대다수가 '무슬림', 하지만 지도층은 '힌두교'였습니다.

무슬림 다수는 파키스탄 편입을 원했고, 인도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때부터 '종교로 나뉜 국경선'을 두고 두 나라는 피로 얼룩진 대립을 시작했습니다.

1947년 1차 전쟁을 시작으로, 1965년과 1971년까지 인도와 파키스탄은 총 세 차례 전쟁을 벌였습니다.

특히 1971년의 3차 전쟁은 방글라데시 독립으로 이어졌고, 이후 '실질 통제선(LoC)'이 설정되면서 카슈미르는 인도령과 파키스탄령으로 나뉘었습니다.

하지만 실질 통제선은 분쟁의 종결이 아닌, '잠시 멈춤'일뿐이었습니다.
 
 


카슈미르의 전략적 가치…단순한 영토 이상의 의미

카슈미르가 70년 넘게 분쟁 지역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전략적 가치 때문입니다.

이 지역은 단순한 영토를 넘어 여러 차원의 중요성을 지닙니다.

첫째, 카슈미르는 인더스강과 그 지류들의 수원지로서 수자원 확보에 핵심 역할을 합니다.

농업과 전력 생산에 필수적인 물줄기는 두 국가의 생존과 직결됩니다.

둘째, 카슈미르의 높은 산악 지형은 군사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제공하며, 중국과 접경하는 이 지역은 안보 측면에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셋째, 양국 모두에게 카슈미르는 국가 정체성의 상징으로, 이를 포기하는 것은 국내 정치적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결정입니다.
 
 


핵의 그림자 아래 계속된 충돌

충돌에 충돌을 거듭하던 두 나라는 1980년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결국 1998년, 인도와 파키스탄은 각각 지하 핵실험에 성공하며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1999년, 파키스탄 무장세력이 인도령 카길 지역을 침공하면서 다시 전운이 감돌았습니다.

국제사회는 '핵 전쟁' 가능성에 경악했고, 이후 양국은 명백한 군사 충돌은 자제하면서도 끊임없는 국지전을 반복해왔습니다.

2008년 뭄바이 테러, 2016년 우리(URI) 군기지 공격, 2019년 카슈미르 자살폭탄 테러 등 잊을 만하면 되살아나는 충돌은 모두 파키스탄의 개입 여부를 둘러싼 인도의 비판과 보복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2019년 인도 공군의 파키스탄 영공 침범과 양국 공군기 격추는 사실상 21세기 들어 가장 위험한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다시 고조되는 긴장…'미사일 발사까지'

그리고 2025년 4월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무장 테러 공격으로 관광객 등 민간인 26명이 사망하면서 긴장감은 다시 높아졌습니다.

테러범들은 비무슬림, 그러니까 힌두교인만을 골라 살해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인도는 테러 배후로 파키스탄을 지목하며 강도 높은 보복을 다짐했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 인도 총리 : 인도는 모든 테러리스트와 그 배후를 반드시 찾아내고, 끝까지 추적해 응징할 것입니다. 전 세계 어디에 숨더라도 반드시 잡아낼 것입니다.]

이후 실질 통제선에서는 12일 연속 중화기를 동원한 교전이 벌어졌습니다.

급기야 5월 7일, 양국은 결국 단거리 전술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았습니다.

[아타울라 타라르 / 파키스탄 정보부 장관 : 안타깝게도 인도는 이성의 길을 따르기보다 카슈미르 지역을 넘어 전 세계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비이성과 대립의 위험한 길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핵무기를 보유한 두 나라가 직접적인 군사 충돌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갈등이 통제 불가능한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건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다만, 핵무기가 갖는 '상호확증파괴'의 특성상 전면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입니다.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 : 핵을 가진 두 국가가 서로를 공격하면 결국 함께 파괴된다는 핵 억제 이론.

서로의 파멸을 부르는 핵무기가 오히려 일정 수준 이상의 확전을 막는 심리적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정치와 경제가 만든 복합적 계산

인도와 파키스탄 두 나라의 국내 상황도 전면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먼저, 파키스탄은 최근 심각한 경제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대외 부채와 외환위기, 기후재난,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전면전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인도 역시 총선이 임박한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모디 총리가 대규모 전쟁을 통해 지지세력을 결집해야할 필요성이 낮은 편입니다.
 
 


강대국들의 복잡한 셈법과 개입

카슈미르 분쟁은 단순한 영토 갈등을 넘어,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 문제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파키스탄과의 오랜 동맹을 바탕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확대하며, 인도를 견제하고 카슈미르 문제에서도 파키스탄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동시에 중국은 카슈미르 북부 '악사이친' 지역을 실효 지배하고 있어 분쟁의 직접적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러시아는 인도의 최대 무기 공급국이지만, 최근 파키스탄과의 관계도 개선하며 균형 외교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남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전략 속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미국은 인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중국 견제에 나서는 한편, 파키스탄과도 테러 대응 및 지역 안정을 위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안보를 거래의 대상으로 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결국 강대국들의 셈법과 개입 방식이 카슈미르 분쟁의 향방과 남아시아 안보 지형을 좌우할 열쇠가 될 전망입니다.
 
 


'냉정함'...평화를 지키는 조건

카슈미르를 둘러싼 긴장은 단순한 국경 분쟁을 넘어, 핵무기를 보유한 두 나라와 그 배후에 자리한 강대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지정학적 난제입니다.

전면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냉정함이 유지된다면'이라는 전제 위에 있습니다.

미사일 한 발, 단 한 번의 판단 착오는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핵 보유가 어떻게 지역 분쟁을 세계적 위기로 확대시키는지를 우리는 다시 한번 절감하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균형 속에서, 인류는 협력과 대화를 통해 평화의 길을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질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있습니다.
 
 
기획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이형근(yihan3054@ytn.co.kr)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digital 이형근 (yihan305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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