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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열린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마주 앉았습니다.
성당 한복판에서, 그것도 무릎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맞댄 두 정상은 보좌진 없이 15분 동안 대화를 나눴습니다.
15분의 짧은 시간, 두 정상은 미묘한 외교적 줄타기를 시도했고, 전 세계는 이 장면을 숨죽이고 지켜봤습니다.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벌어진 격렬한 설전 이후 처음 이루어진 만남.
백악관에서의 일방통행 같던 대화는 숨 막히는 팽팽함으로 변했습니다.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어떤 신호를 주고받았는지, 전 세계가 긴장 속에 분석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매우 생산적인 만남"이라 표현하며,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휴전"과 "지속 가능한 평화"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역시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이번 만남을 "매우 생산적인 논의"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짧은 만남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중요한 시점에 이루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이 "매우 가까이 와 있다"며 "직접 대화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복잡합니다.
미국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가 점령한 모든 영토에 대한 사실상의 통제를 인정하는 휴전안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에는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공식 인정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대신 우크라이나는 자체 평화안을 마련했습니다.
러시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일부 쟁점에 대해서는 양보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제안은 군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미국이 지원하는 '유럽 평화 유지군'을 배치하며,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의 전쟁 피해 복구에 활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푸틴 대통령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나토 가입 문제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자체 평화안에서 오랫동안 고수해온 나토 가입 보장 요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동맹국들의 합의에 달려 있다"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러시아가 가장 두려워하는 조건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 유연성을 보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 문제에 대해 교묘한 외교적 타협점을 제시했습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에 "향후 미국 행정부가 다른 입장을 취하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허용할 수 있다"고 전달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면서도, 영구적인 불가능성은 배제함으로써 양측 모두에게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전략적 접근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미래의 안보 보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러시아는 당면한 위협을 완화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은 것입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 우려를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 입장에선 향후 대러시아 관계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측면도 있습니다.
영토 문제에 있어서도 우크라이나는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휴전 이후에 영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만 명시했습니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그동안 협상 불가 사항으로 강조해온 문제들에서 일부 물러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군 규모 제한에 대한 러시아의 요구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크림반도에 대해서는 "미국이 러시아 주권을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이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평화 협상은 교전 중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모든 당사자가 동의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를 공개 비판한 직후 러시아는 키이우를 공격해 최소 12명이 사망했고, 종려 주일 공격으로는 34명이 숨졌습니다.
러시아는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고 우크라이나가 동의한 30일간의 휴전도 지키지 않았으며, 푸틴의 부활절 휴전 제안마저 공허한 말에 그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드물게 푸틴을 비판하며 "민간 지역에 미사일을 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중재 속에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4월 30일,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광물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휴전 협상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지점입니다.
이번 협정은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에서 발생하는 수익 중 일부를 미국이 직접 관리하는 공동투자 형식입니다.
실질적 운영권은 미국 측에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확보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적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해 미국의 정치, 군사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번 협정이 향후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합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안팎에선 "미국이 강력한 안보 보장을 제공하지 않은 채 귀중한 천연자원만 확보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교황 장례식장에서의 15분 만남은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깊은 갈등과 복잡한 이해관계를 드러낸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동 성과를 이룬다면 역사적인 순간이 될 수도 있는 매우 상징적인 만남"이라고 평가했지만, 평화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해 보입니다.
양측이 내놓은 평화안은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포함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계속되는 폭격은 협상의 진정성에 의문을 던집니다.
이렇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15분의 대화가 전쟁을 멈출 수 있었다면, 평화는 진작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이번 대화가 외교라는 거대한 체스판 위에 놓인 단지 첫 수에 불과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평화는 말로 시작되지만, 힘으로 결정된다고 역사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기획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이형근(yihan3054@ytn.co.kr)
참고 기사 :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digital 이형근 (yihan305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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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마주 앉았습니다.
성당 한복판에서, 그것도 무릎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맞댄 두 정상은 보좌진 없이 15분 동안 대화를 나눴습니다.
15분의 짧은 시간, 두 정상은 미묘한 외교적 줄타기를 시도했고, 전 세계는 이 장면을 숨죽이고 지켜봤습니다.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벌어진 격렬한 설전 이후 처음 이루어진 만남.
백악관에서의 일방통행 같던 대화는 숨 막히는 팽팽함으로 변했습니다.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어떤 신호를 주고받았는지, 전 세계가 긴장 속에 분석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생산적"이라 했지만, 입장은 분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매우 생산적인 만남"이라 표현하며,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휴전"과 "지속 가능한 평화"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역시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이번 만남을 "매우 생산적인 논의"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짧은 만남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중요한 시점에 이루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이 "매우 가까이 와 있다"며 "직접 대화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복잡합니다.
미국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가 점령한 모든 영토에 대한 사실상의 통제를 인정하는 휴전안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에는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공식 인정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대신 우크라이나는 자체 평화안을 마련했습니다.
러시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일부 쟁점에 대해서는 양보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나토 가입 문제, '의도적 모호함'으로 타협 가능성 열어
우크라이나의 제안은 군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미국이 지원하는 '유럽 평화 유지군'을 배치하며,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의 전쟁 피해 복구에 활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푸틴 대통령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나토 가입 문제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자체 평화안에서 오랫동안 고수해온 나토 가입 보장 요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동맹국들의 합의에 달려 있다"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러시아가 가장 두려워하는 조건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 유연성을 보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 문제에 대해 교묘한 외교적 타협점을 제시했습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에 "향후 미국 행정부가 다른 입장을 취하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허용할 수 있다"고 전달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면서도, 영구적인 불가능성은 배제함으로써 양측 모두에게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전략적 접근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미래의 안보 보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러시아는 당면한 위협을 완화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은 것입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 우려를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 입장에선 향후 대러시아 관계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측면도 있습니다.
영토 문제에 있어서도 우크라이나는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휴전 이후에 영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만 명시했습니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그동안 협상 불가 사항으로 강조해온 문제들에서 일부 물러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군 규모 제한에 대한 러시아의 요구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크림반도에 대해서는 "미국이 러시아 주권을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이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말은 휴전, 현실은 폭격…트럼프마저 푸틴 비판
평화 협상은 교전 중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모든 당사자가 동의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를 공개 비판한 직후 러시아는 키이우를 공격해 최소 12명이 사망했고, 종려 주일 공격으로는 34명이 숨졌습니다.
러시아는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고 우크라이나가 동의한 30일간의 휴전도 지키지 않았으며, 푸틴의 부활절 휴전 제안마저 공허한 말에 그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드물게 푸틴을 비판하며 "민간 지역에 미사일을 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광물은 내주고, 안보는 기다린다
미국의 중재 속에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4월 30일,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광물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휴전 협상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지점입니다.
이번 협정은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에서 발생하는 수익 중 일부를 미국이 직접 관리하는 공동투자 형식입니다.
실질적 운영권은 미국 측에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확보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적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해 미국의 정치, 군사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번 협정이 향후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합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안팎에선 "미국이 강력한 안보 보장을 제공하지 않은 채 귀중한 천연자원만 확보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평화는 말로 시작되고 힘으로 결정된다"
교황 장례식장에서의 15분 만남은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깊은 갈등과 복잡한 이해관계를 드러낸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동 성과를 이룬다면 역사적인 순간이 될 수도 있는 매우 상징적인 만남"이라고 평가했지만, 평화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해 보입니다.
양측이 내놓은 평화안은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포함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계속되는 폭격은 협상의 진정성에 의문을 던집니다.
이렇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15분의 대화가 전쟁을 멈출 수 있었다면, 평화는 진작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이번 대화가 외교라는 거대한 체스판 위에 놓인 단지 첫 수에 불과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평화는 말로 시작되지만, 힘으로 결정된다고 역사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기획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이형근(yihan3054@ytn.co.kr)
참고 기사 :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digital 이형근 (yihan305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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