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이슈] 푸틴 허 찌른 바이든...빨라지는 핵 시계

[한방이슈] 푸틴 허 찌른 바이든...빨라지는 핵 시계

2023.02.23. 오후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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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차례 공습경보가 울리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그리고 기차에서 내린 사람,
다름 아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었습니다.

모두 잠든 새벽, 몰래 워싱턴을 떠난 지 22시간 만이었는데요.

미군 주둔이 없는 전쟁 지역에,
현직 미국 대통령이 방문한 건 역사상 처음.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된 이유였습니다.

이런 바이든의 움직임에 '핵'을 거론하며 반발한 푸틴,

여기에 중국도 가세했습니다.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비이성적이고 이기적"이라고
관영 매체를 통해 비판한 건데요.

전쟁 발발 1년, 하지만 점점 더 차갑게 얼어붙는 신냉전 구도,
평화의 봄이 오는 길, 아직은 험난하기만 한 상황입니다.

대통령 전용기 대신 공군기 타고 유럽으로.
여기에 10시간 기차 이동으로 동선 노출도 최소화,
그야말로 파격의 연속이었는데요.
보안도 그만큼 철저했습니다.
함께 탄 기자 2명, 보안서약서는 물론
도착 전까지 휴대전화도 압수됐고 백악관은 키이우로 이동 중인
대통령의 '가짜일정표'까지 만들었을 정도였습니다.

007작전 뺨친 바이든의 키이우 방문.
크게 3가지 효과를 노렸다고 분석되는데요.
첫째, 러시아에 대한 경고 둘째, 서방 단결 촉구
셋째, 내년으로 다가온 미 대선, 리더십 부각입니다.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 (전쟁 발발 1년에도) 민주주의는 건재합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함께이고 세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장의 한복판에서 젤렌스키와 포옹하는 바이든.
그 자체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메시지로 다가올 거란 건데요.

그리고 여기서 소환되는 반면교사와도 같은 기억.
바이든 집권 1년 차 '아프가니스탄 철수'의 굴욕입니다.

유라시아 대륙 중앙부에 위치한 아프가니스탄.

서쪽으로 이란, 북쪽으로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남쪽과 동쪽으로는 파키스탄,
그리고 좁은 회랑을 뚫고 중국과도 영토 일부를 맞댄 육로 교통의 요지인데요.

그리고 이 나라에 미국이 개입한 이유.
2001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9.11 테러, 이후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 때문이었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의 전쟁에 신정부 지원까지
20년간 이미 들어간 돈만 수조 달러 이상.

그럼에도 철군을 결정한 미국과 바이든 정부.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분열되고 무능력한 정부, 정부 지킬 마음 없는 국민,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죠.

이미 '빈 라덴' 척결로 출구전략의 명분은 생긴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피하지 못한 바이든의 정치적 타격,
1975년 베트남 전쟁의 종말, 사이공 함락과 비견될 정도였죠.

[젠 사키 / 당시 백악관 대변인 (2021년 8월) :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기 원하는 수백만 명의 아프간인들이 대피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아프간 시민 (2021년 8월) :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前 대통령 (2021년 8월) : 이건 내가 본 가장 큰 굴욕입니다.]

나토 전 사무총장은 바이든 정부 외교 최대 오점으로 바로 이 아프간 철수를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키이우에서의 바이든의 5시간.
2년 전 치욕을 덮고, 서방의 알파이자 오메가 미국이 굳건하다는 점을 세계에 재차 알리는 계기로 삼았다는 건데요.

이번 방문, 선물 꾸러미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5억 달러, 우리 돈 6,500억 원 상당.
러시아 재래식 공격과 미사일 공습에 대응할 포탄과 방공레이더 등 장비들이 포함됐는데요.

다만 우려되는 건 국민 피로감 측면입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지난해 쏟아부은 돈, 500억 달러.
우리 돈 65조 원에 달하는 상황.

실제 최근 미 여론조사를 보면
우크라이나를 향한 무기 원조에 찬성 48%, 반대 29%.

작년 5월 찬성이 60%였던 것과 비교하면
여론은 조금씩 식고 있는 셈이죠.

이런 불안감의 배경,
과거 여러 강대국을 침몰시킨 '군비의 저주'라는
역사적 교훈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인데요.

20세기 초, 해가 지지 않는 국가로 불렸던 제국주의 영국.
그 위상에 결정타를 날린 것, 바로 1차 세계대전이었습니다.

당시 영국이 쓴 비용 540억 달러, 연합국 전체 지출의 절반에 가까웠죠.
심지어 그중 60% 이상은 대출로 충당했을 정도였습니다.

이미 미국, 독일 등 후발 주자의 추격,
경쟁국보다 인구, 영토, 여러모로 부실한 본토 체급
여기에 전쟁으로 인해 바닥이 깨져버린 곳간까지.
노쇠한 제국이 '열강'의 최상단에서 내려오게 된 주요 요인으로 자리한 겁니다.

물론 당시 영국과 지금의 미국,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

명목 국내총생산, GDP 기준 미국, 전 세계의 4분의 1 수준.

3위 일본부터 10위 이탈리아까지 더해도 미치지 못할 정도인데요.

여기에 양뿐 아니라 질적 측면도
그야말로 '넘사벽'입니다.

과거 한때나마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했던 '버블붕괴' 전 일본.

정점을 찍었던 1989년을 보면,
세계 10대 기업 가운데 일본 기업이 무려 7개.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보면
불과 4년 전 민영화된 통신회사, 여기에 은행과 전력회사까지.

독보적 기술과 부가가치, 성장 가능성보다는 이미 쌓아놓은 자본과 내수시장에 의존했습니다.
불안요소로 꼽혔던 측면입니다.

반면 지금 세계 10대 기업 대부분 차지하는 미국,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같은 IT기업부터 투자회사, 전기차, 신용카드, 여기에 의료서비스까지.
분야도 다양하고 미래가 기대되는 산업군도 여럿 포함돼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향한 지원, 미국 경제 체질에 지장 없을 거라는 분석의 이유인데요.

또 우크라이나 내 정치지형의 변화 역시
미국이 발을 빼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EU와 러시아 사이에서 어느 쪽과 우크라이나가 힘을 합쳐야 하는지 국민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2002년 EU 31.4%, 러시아 31.6%로 팽팽했습니다.

2009년에는 오히려 러시아와 합쳐야 한다는 응답이 2배 이상 높았고요.
친서방 정권 아래서 경제 위기가 발생한 직후였기 때문이죠.
2010년 친러 정권의 탄생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2021년 조사를 보면 EU 51.5%,
반면 러시아라고 답한 비중은 9.6%로 크게 줄었는데요.

2014년 친러 정권 무너뜨린 유로마이단과 이후 돈바스 전쟁.
오랜 기간 이어지는 러시아와의 분쟁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오히려 강화하는 상황이죠.

입지 줄어드는 친러 세력에 미국이 확실하게 못을 박을 기회라는 겁니다.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 독재자들에게는 해줄 말은 하나뿐입니다.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미국, 러시아의 반발도 커지고 있습니다.

푸틴, 또다시 '핵카드'를 꺼내든 건데요.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

두 나라가 각각 장거리 핵탄두 숫자를 1,550개 이하로 제한하고 상호 사찰을 허용하기로 한 조약인데요.

이 협정 참여 중단을 선포한 겁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 러시아 대통령 : 미국이 먼저 핵실험을 하면 우리도 똑같이 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푸틴의 엄포를 뒷받침하는 우군, 바로 세계 2위 군사대국 중국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르면 4월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다는 미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

다소 느슨해졌던 중국과 러시아 전략적 연대를 한층 공고히 하는 분위기라는 건데요.

러시아 역시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며 두 나라의 변함없는 관계를 강조하고 나선 상황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양측 사망자 최소 20만.
난민 등 지원 대상자 1,800만.
물적 피해 150조 원 이상.

이런 숫자가 아니더라도.
전쟁의 처참함, 곳곳에서 모습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중국과의 파워게임,
여기에 내년 대선을 위해서라도 아직은 물러설 생각 없는 바이든.

강한 러시아 부활을 위해서,
본인의 집권 연장을 위해서 이번 전쟁 성과가 반드시 필요한 푸틴.

끝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소모전 속에서 새로 자리 잡을 국제질서는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대응이 필요할지.
다양한 의문을 던져주는 전쟁 발발 1년의 현주소입니다.

지금까지 한방이슈 박광렬이었습니다.

#바이든 #푸틴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핵전쟁 #신냉전 #한방이슈 #YTN

기획 : 박광렬(parkkr0824@ytn.co.kr)
촬영 : 안용준(dragonjun@ytn.co.kr), 손민성(smis93@ytn.co.kr)
편집 : 이형근(yihan3054@ytn.co.kr)
그래픽 : 김현수(kimhs4364@ytn.co.kr)
총괄 : 김재형(jhkim03@ytn.co.kr)


YTN 박광렬 (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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