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이슈] 푸틴 친구 '스트롱맨'..최악의 상황 맞았다

[한방이슈] 푸틴 친구 '스트롱맨'..최악의 상황 맞았다

2023.02.13. 오후 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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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술탄' 에르도안 최대 위기
"연 3만3천 번 흔들" 지각판 교차 튀르키예
"걷어간 지진세 6조, 다 어디로?"
'지진으로 집권' 에르도안, 지진에 위기 맞았다
냉전 시기 '나토 방파제' 튀르키예
'나토의 이단아' 에르도안.."푸틴, 소중한 친구"
강력 제재 어려운 이유.."지정학적 중요성"
튀르키예판 '여촌야도'.."정치적 텃밭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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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되게 될
이번 튀르키예 지진.

인력과 장비 부족,
여기에 추위와
전염병까지 겹치면서
10만 넘는 사망자
나올 확률도 거듭 오르고 있는데요.

힘겹게 살아남은 자들에
또 다른 고통,
바로 약탈과 범죄.

[상점 주인]
당신들 여기서 뭐하고 있는 겁니까?
빨리 나가세요! 나가세요!

일부 국가 구조대는
안전을 이유로
철수를 결정했을 정도인데요.
20년 철권통치
에르도안 대통령의
최대 위기라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유럽과 아시아에
한발씩을 걸친
국가 튀르키예.

지진 '초위험국가'로
꼽혀 왔는데요.

남쪽의 아프리카판.
북쪽의 유라시아판,
여기에 동쪽의 아라비아판까지.
대규모 지각판 틈새에서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겠죠.

국토에 각각 약 1,200km와
700km, 2개의 단층이
생긴 이유입니다.

그래서 걷기 시작한 '지진세'.

20년 넘는 기간 동안
걷은 금액만 우리 돈
약 5조9천억 원.

그런데 이번 지진 이후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대체 돈을 어디에 쓴 거냐"

부실 건축물 방치는 물론이고
구조 시스템 자체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불만이었는데요.

이에 대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응,
바로 '여론전'이었습니다.

"이렇게 큰 재난에
준비돼 있기는 불가능하다"며

"단결과 연대가 필요한데
일부 부정한 사람이
정부 향해 허위
비방 늘어놓고 있다"고
역공에 나서면서
성남 민심에 기름을 부었죠.

결국, 사과는
지진 발생 나흘이
지나서야 나왔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 튀르키예 대통령]
(최대 규모 수색·구조팀을 모았지만)
불행히도 원하는 만큼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사태가 더 역설적인 측면,
에르도안의 20년 집권,
그 서막을 연 계기 중 하나가
바로 지진이었기 때문입니다.

1999년, 무려 1만7천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부 이즈미트 대지진,

그리고 그 결과 불어닥친
정권 심판론.

무능력한 여당의
대안을 자처하는
수많은 정치세력 난립 속,
에르도안이 34.4%
득표율과 함께
정권을 잡게 된 배경인데요.

20년에 걸친 철권통치의 서막,
'유럽의 술탄'이라는
별칭이 붙게 된 겁니다.

그리고 이런 에르도안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단어.
바로 '나토의 이단아'입니다.

20세기 냉전 시절
세워진 철의 장막.

그리고 이로부터
남유럽, 서아시아를 지킬
방파제 역할을 자임한 튀르키예.

러시아와 서로 웃을 수 없는
역사적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한때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한
튀르키예의 전신 오스만 제국.

하지만 근대화 실패와 동시에
찾아온 재앙 같은 존재,
바로 러시아였습니다.

얼지 않는 항구 찾아
러시아와 벌인 10여 차례 전쟁.

한때 세계 호령했던
오스만 제국이
2류 국가, 유럽의 환자로
전락하게 된 주요 원인이었죠.

실제 1950년 한국전쟁,
튀르키예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전투병력을 보냈습니다.

냉전에서
서방을 선택한 건데요.

그 결과는?
1952년 튀르키예에 대한
나토 가입 승인,
수많은 군사적 지원이
뒤따른 배경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에르도안 집권 뒤
서방과의 본격 '파열음'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튀르키예 내 소수민족 쿠르드족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제거에
활용하려던 미국,
이에 따른 군사적 지원이
못마땅한 튀르키예.
커지는 미국과의 갈등.

여기에 에르도안과 푸틴,
대표적인 '스트롱맨'.
서로 통하는 게 많은 사이.

친서방과 친러 사이에서
에르도안의 갈지자 행보.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서도
자신만이 유일한 중재자라며
존재감 높이기에
주력하는 상황인데요.

그리고 이런 갈등을
더 증폭시키는 요인,
바로 에르도안의 대표 정책.

첫째, 이슬람 색채 강화
둘째, 신 오스만주의로 대표되는
패권주의, 팽창정책.

이슬람 색깔 너무 진하지 않고
고분고분한 중동 파트너를
원하는 서방 입장에서
원치 않는 그림이란 겁니다.

그럼에도 튀르키예에
강력한 제재 나오기 어려운 이유.
바로 지정학적 중요성 측면인데요.

첫째, 세계의 화약고
중동의 배후지 역할,
둘째,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보스포루스 해협의 존재,
러시아 흑해 함대의
활동반경에 큰 제약을
줄 수 있다는 거죠.
이에 더해서 난민 문제까지,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
가장 먼저 도달하는 게
대부분 튀르키예라는 겁니다.

어쨌든 서방 입장에서 관계 나빠서
좋을 게 크게 없다는 뜻이겠죠.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번번이 퇴짜 놓는 튀르키예.
이를 지켜보는 미국,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화를 참고,
나토의 통합을 강조한 이유기도 합니다.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나토는 침략에 직면했다고
더 약해지거나 분열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줄타기 외교,
탄탄한 국내 지지가 필수일 텐데요.

그런데 이번 지진으로
여기에도 '균열' 우려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가장 최근인
2018년 튀르키예
대선 당시 득표율을 보면요.

노란색이 에르도안.
그리고 붉은색은 제1야당,
보라색은 쿠르드족
계열 후보입니다.

제1야당의 득표는
이스탄불 비롯한
상대적으로 산업화가 더 이뤄진
서부에 몰려 있죠.

반면 동남부 쿠르드족
밀집 지역 제외한
중부와 동부 농촌 지역은
에르도안, 여당의 텃밭입니다.

이 텃밭엔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지역도 포함돼 있죠.

자칫 국내 정치적 기반이
흔들려 버릴 수 있다는 건데요.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
바로 경제 문제입니다.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
국내총생산 GDP
10분의 1 타격 있을 거란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경제 위기는
민심 이반으로 이어진다"

에르도안 집권 배경이 됐던
1999년 지진의 교훈이기도 하죠.

물론 변수도 있습니다.
에르도안의 장기 집권 속
뚜렷한 대안으로
자리 잡지 못한 야권,
대선이 3개월 남았지만
아직 단일후보도
결정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에르도안과 튀르키예 정부 역시
건물을 부실하게
지었다는 이유로
건설업자 100여 명
체포 명령을 내리면서
비판 여론 최소화에
나서는 모양새인데요.

올해 5월로 예정된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

에르도안의
또 다른 정치적 승부수는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그리고 이 승부수가
국제 정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서방과 러시아·중국
신냉전 발걸음이 빨라지는
전 세계가 에르도안의 행보에
더 주목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기획 : 박광렬(parkkr0824@ytn.co.kr)
촬영 : 안용준(dragonjun@ytn.co.kr)
손민성(smis93@ytn.co.kr)
편집 : 손민성(smis9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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