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신유빈도 혼쭐낸 '콜라 아줌마' 니샤렌, "지금이 화양연화!"

[와이파일] 신유빈도 혼쭐낸 '콜라 아줌마' 니샤렌, "지금이 화양연화!"

2021.11.16.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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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신유빈도 혼쭐낸 '콜라 아줌마' 니샤렌, "지금이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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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탁구에서 신유빈과 '손녀-할머니' 대결을 벌였던 니샤렌(혹은 '니 시아리엔') 선수 기억하시나요? 중국 출신 룩셈부르크 국가대표. 신유빈과 41살 차, 역대 올림픽에서 나이 차가 가장 많은 선수 간 격돌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특유의 '사파고수 타법'과 무심한 표정, 무엇보다 경기 중 탄산음료 폭풍 흡입으로 화제가 됐던 인물입니다. 놀랍게도 이 선수, 유럽에서는 여전히 '핫'하더군요.


세계 10위 꺾고 국제대회 준우승 기염

어제(15일) 끝난 슬로베니아 WTT(월드테이블테니스) 컨텐더 대회. 테니스로 치면 '투어 등급'의 낮은 대회였지만 남자부는 중국 대표팀 1.5군인 왕추친 량징쿤이 우승을 다퉜습니다. 여자부에도 랭킹 10위 왕이디가 톱시드를 받은 만만치 않은 대진이었습니다. 왕이디는 대표 1진 천멍 쑨잉샤 왕만위 바로 다음에 자리하는, 언제든지 이들 3인방을 대체할 수 있는 실력자. 그런데 58살 니샤렌이 왕이디를 8강에서 꺾고 결승까지 올랐고, 아깝게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63년생, 말 그대로 내일모레 환갑인데 올림픽 때처럼 또 한 번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다는 걸 보여준 것이죠. 세계탁구연맹 ITTF 홈피도 "경험이 패기를 눌렀다"라며 베테랑의 활약을 크게 다뤘습니다.

올림픽만 5번 출전..영원한 현역

남자부에서는 전 세계 챔피언 페르손, 셰이브, 삼소노프 등이 올림픽 7번 출전 대기록을 만들었지만, 여자부 니샤렌도 지난 여름 도쿄까지 5번 올림픽 무대를 밟았습니다. 영미권에서는 올림픽 출전만 해도 'Olympian'으로 부르며 대대손손 가문의 영광이 됩니다. 하물며 유럽의 작은 나라 룩셈부르크에서 니샤렌의 명성은 더 대단하겠죠. 과거 최고 랭킹이 세계 6위를 찍었고, 83년 도쿄세계선수권 단체전과 혼합복식 2관왕입니다. 이 대회에서는 특히 우리나라 양영자 선수가 중국 겅리주안에게 져서 단식 은메달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콜라 해프닝.."당 충전 필요"

신유빈과 경기에서 마신 것이 과연 콜라였는지 논란(?)이 많았는데, 올림픽 이후 중국 매체 인터뷰에서 본인이 쿨하게 밝혔습니다. 보통은 생수를 먹지만 그날따라 '당'이 필요해 콜라를 마신 거라고요. 그래서 붙은 별명이 '콜라 아줌마'. 상대 신유빈을 '어린 아이'로 부른 것도 재미있었지만, 국내 네티즌들에게 감명을 준 것은 니샤렌의 좌우명이었습니다. "오늘의 나는 내일보다 젊습니다. 계속 도전하세요. 즐기면서 하는 것도 잊지 말고요."




"오늘을 즐겨라".. 지금이 화양연화

50년 가까이 탁구를 즐기면서 세계 랭킹 40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뭘까요. 왼손 특유의 각이 크고 변화 많은 서비스. 체력 소모가 적은 앞면 돌출 고무에, 뒷면은 이질 러버로 상대 회전을 무력화하는 로터리 팬홀더 타법도 영향을 미쳤겠죠. 하지만 그보다는 '즐기면서 하는 사람은 당할 수 없다'는 옛말처럼 현재를 즐기기 때문이 아닐까요?



라틴어 격언 "현재를 잡아라,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는
'노세노세 젋어서 노세'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는 흥미로운 해석이 있더군요. 'CARPE'라는 동사도 '잡다'보다는 '즐기다'라는 뜻풀이가 가능하다는 얘기였습니다. '꽃과 같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라는 뜻의 화양연화. '스모키 보이스' 냇 킹 콜의 감미로운 음성과 감독 특유의 미장센이 잘 어우러지는 왕가위의 영화처럼 60세를 앞둔 니샤렌에게 어쩌면 인생의 절정은 바로 지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침 니샤렌의 이름 '샤렌(夏莲)'도 '여름 연꽃'이네요.


여러분의 'TIME OF MY LIFE(TOML)'은 지금인가요?

제 주변에도 은퇴할 나이를 지나서까지 왕성한 취재력으로 활동 중인 선배가 있습니다. 별명은 '탈곡기'. 딸 뻘 후배들과 함께 현장을 발로 누비며 적지 않은 기사를 양산한다는 의미인데 최근에는 기자상도 수상했습니다. 테니스를 좋아하는 이 형님, 70살 이전까지 꼭 동호인 대회에서 우승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웁니다. '버킷리스트'도 완성했습니다. '꿈이 있는 사람은 늙지 않는 법'이라는데 이 분도 지금 'TIME OF MY LIFE(TOML)', 즉 화양연화를 누리는 셈이죠. 여러분의 화양연화는 언제인가요?(사진 출처 ITTF / 니샤렌 SNS) / 왕가위 필름)



YTN 서봉국 (bksu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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