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무주공산' US오픈, 어차피 '조커 천하'?

[와이파일] '무주공산' US오픈, 어차피 '조커 천하'?

2021.08.26. 오전 10:5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와이파일] '무주공산' US오픈, 어차피 '조커 천하'?
AD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90년대 말 유행어를 만들었던 김응용 감독이 혹시 올해 US오픈 테니스를 예상한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페더러도 없고, 나달도 없고. (볼 게 없네)"라고요. 그렇습니다. 미국 시간으로 30일 'Big apple' 뉴욕에서 열리는 US오픈. 빅 3중 2명이 불참하고 디팬딩 챔프 도미니크 팀 등 쟁쟁한 경쟁자가 빠졌습니다. 조코비치가 무주공산을 점령하고 새로운 황제 대관식을 할 확률이 어느 때보다 높아 보입니다.

2007년 뉴욕, 첫 메이저 결승의 벽...그뒤 14년

2007년 여름 뉴욕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약관 스무 살 조코비치의 첫 메이저 결승전은 참교육을 받는 것으로 끝났습니다(표지 사진 표정이 말해줍니다). 상대는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처럼 '올 블랙' 패션의 페더러. 당시 4연패를 노리며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했었죠. 그 뒤 어언 14년.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는 말처럼, 이제 조코비치는 페더러, 나달을 넘어 메이저 21승의 신기원을 노리고 있습니다. 최장기 세계 1위, 총상금 선두 등 자신의 기록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걸 지켜보는 황제 페더러의 소박한 바람이 대세는 이미 조코비치라는 걸 대변합니다. “Being able to play at this level at my age is so nice and I would like to look at this era like three players who played in amazing way during the same time."



'Joker' 조코비치..광대일 뿐일까요?

[와이파일] '무주공산' US오픈, 어차피 '조커 천하'?

Joker는 조코비치의 영문 이름을 딴 별명이지만, '광대'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뜻처럼 성격도 잘 드러냅니다. 과거 샤라포바 흉내부터 최근 도쿄올림픽 '핵인싸' 놀이까지. 범생이 이미지가 강한 페더러 나달에 비하면 확실히 범상한 인물은 아닙니다.


도쿄의 좌절..최강 멘탈은 여전

내심 골든그랜드슬램을 노렸던 도쿄. 조코비치에겐 좌절의 연속이었습니다. 올림픽에 앞서 윔블던 준우승자 베레티니가 "5세트 경기면 몰라도 3세트로 치러지는 올림픽이라면 조코가 꼭 금메달 후보는 아니"라고 한 것처럼 습한 날씨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단식과 혼합복식 모두 무관에 그쳤으니까요. 금메달 즈베레프도 "미안하지만, 조코비치가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라고 대못질을 했었죠.
하지만 조코비치가 누굽니까? 2017년 팔꿈치 수술로 모두가 끝났다고 했을 때도 좀비처럼 돌아온 멘탈 갑입니다. 누구보다 5세트 매치 운영에 능하고, 기술적, 전술적으로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는 법을 아는 조코비치라면 이미 준비가 끝났을 겁니다.박용국 NH농협 스포츠단 단장의 예상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캘린더슬램 우승을 목표로 북미 대회를 모두 취소하고 US오픈에 집중하는 걸 봐서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올림픽 후유증 체력 회복이고 또 하나는 정말로 몸 상태가 나빠서 숨 고르기 가능성이다. 메이저 대회는 5세트 게임이고 일정도 하루 경기하고 쉬는 일정이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는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그동안 경험과 노련미로 충분히 우승이 가능하다고 본다." 어떻습니까?


차세대들의 도전

지난해 이 대회 준우승자 즈베레프,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설렁설렁, 찡그린 표정으로 생전 웃는 법이 업는 선수죠. 앞서 웨스턴 앤 서던오픈 치치파스와 준결승에서 보여 준 것처럼 거의 지는 것 같다가도 한번 터지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최강 포텐'의 소유자입니다. 3세트 경기이긴 했지만 도쿄에서 난공불락 조코비치도 꺾었습니다. 역시 US오픈 준우승을 경험한 세계 2위 메드베데프의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GOAT의 탄생? 불면의 밤도 기꺼이

페더러의 팬인 저로서는 솔직히 즈베레프나 메드베데프가 조코비치의 잔치를 망치면서 첫 그랜드슬램을 차지하는 'PARTY POOPERS'가 돼준다면 좋겠습니다. 조코비치를 응원하는 제 와이프는 전혀 생각이 다르겠지만요.

[와이파일] '무주공산' US오픈, 어차피 '조커 천하'?

조코비치가 모두 휩쓸었던 올해 3개 메이저 대회와 달리 한국 시청자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차. US오픈을 보려면 밤잠을 포기해야 하는 불편도 따릅니다. 아, 생각해 보니 카드게임에서 Joker는 '최강의 패'라는 뜻도 있군요. 수면 부족 혈안이 되어 지켜볼 US오픈의 주인공, 과연 조코비치일까요? (사진출처 US오픈홈피 / 조코비치·우상혁 SNS / 미생)

YTN 서봉국 (bksuh@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