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법정 최고금리 인하, 모두에게 축복일까…'풍선효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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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0.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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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4%에서 20%로
정책 효과 기대 못지않게 '부작용' 우려도
"'대출 난민' 급증 가능성…정부 대책 더 촘촘해야"
[와이파일] 법정 최고금리 인하, 모두에게 축복일까…'풍선효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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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금리가 내려갔습니다. 기존 연 24%에서 20%로 인하된 거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지난해 11월 당정 협의를 통해 방안이 결정됐습니다. 금융당국은 서민의 고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최고금리를 낮췄다고 정책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현실적으로 20%가 넘는 대출 금리는 은행, 그러니까 1금융권에는 없으니 이는 2금융권과 대부업 등과 직접 연관된 정책이라고 보면 되겠죠. 기존 대출에까지 소급하진 않지만, 저축은행과 캐피탈, 카드회사들은 자율적으로 기존 대출에도 낮아진 최고금리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최고금리 인하는 너무나 바람직한 정책 방향입니다. 이 세상에 사는 천사가 만든 정책이 아닌가 싶을 정도죠. 그런데 뜻밖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대체 어떤 부작용이 있다는 걸까요?

◆ 2금융권·대부업 대출 금리가 높은 이유는?

법정 최고금리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회사와의 거래)과 이자제한법(사인 간의 거래)으로 정해집니다. 이런 제한이 없다면 금융회사가 대출 금리를 무작정 올렸을 때 소비자를 보호할 방법이 마땅치 않겠죠.(실제로는 시장 경쟁 때문에 무작정 금리가 치솟진 않겠지만요.)

그렇다면 대출금리는 어떻게 정해질까요? 먼저 기준금리(지표금리)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준금리는 대출의 기준이 되는 금리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연합회에서 발표하는 코픽스(COFIX)인데요, 자금을 조달하는 금리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여기에 가산금리가 붙습니다. 업무를 하는 원가에 위험 관리 비용, 법적 비용 등을 포함하고, 해당 금융기관이 목표로 하는 이익률도 붙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게 대출금리죠.

여기까지 보시면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은행보다 비싼 이유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자금 조달 비용이 1금융권보다 비싸죠. 저축은행은 더 많은 이자를 주면서 예금을 받고, 카드나 캐피탈 회사는 예금 기능 자체가 없으니까요. 여기에 은행보다 신용도가 낮은 금융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니, 위험 관리 비용이 커지게 되는 거죠. 대부업은 말할 것도 없고요.


◆ 최고금리 낮추면?…"대출 풍선효과 발생 가능성"

그렇다면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면 어떻게 될까요? 이는 곧 2금융권과 대부업체의 수익성이 악화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빌려준 돈을 받아내기 비교적 쉬운(=원가가 상대적으로 작은) 고객을 선호하게 되겠죠. '고객 고르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이미 대부업 시장은 쪼그라든 상태입니다. 산와머니는 신규 대출을 중단한 상태고요, OK저축은행에 집중하는 OK금융그룹(전 아프로파이낸셜그룹)도 머지않아 대부업에서 철수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대부업 이용자 수와 대출잔액 모두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대출규모는 201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 2018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법정 최고금리가 지속해서 낮아지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인데요, 앞으로 대부업은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2금융권과 대부업이 대출을 조이기 시작한다고 해서, 돈이 필요한 사람이 줄어들게 될까요? 당연히 대출 수요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돈은 필요한데, 돈을 빌려주는 곳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음지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 불법 사금융 같은 경로로 돈을 마련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 정부도 대책 마련했지만…"한계점 분명"

당연히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대략 31만 6천 명가량이 민간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대출 난민'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대략 2조 원이고요, 이 가운데 대략 12%가량인 3만 9천여 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봤죠. 이 금액은 2,300억 원입니다. 물론, 이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사실 전례도 있습니다. 지난 2018년 2월 법정 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낮아졌을 때 26만 천여 명이 대출 난민이 됐고, 4만 7천여 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럼 정부의 대책은 무엇일까요? 일단 안전망대출2와 햇살론15가 있습니다. 안전망대출은 연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연 17%에서 19%로 대체상환해주는 상품으로 한시적으로 지원됩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3천억 원을 공급할 예정이죠. 또, 저신용자를 위한 자금 지원 상품인 햇살론17의 금리를 낮춰 햇살론15로 개편합니다. 또, 대부 중개수수료를 낮추고, 중금리 대출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여기까지 보셨으면 대책에 한계가 명확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안전망대출이나 햇살론은 지원 규모가 충분하지 않죠. 대부 중개수수료를 낮추는 건 대부업 자체가 축소되는 현 상황에서 큰 의미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중금리 대출은 대부업까지 이용해야 하는 저신용자에겐 어차피 '그림의 떡'입니다.

◆ "선의의 정책이 선의의 결과 보장하는 건 아냐"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는 건 물론 선의로 시작한 정책입니다. 그리고 민주적인 절차가 자리 잡은 국가에서 나오는 모든 정책은 만에 하나 숨겨진 의도가 있더라도 일단은 선의로 포장하기 마련입니다. 선의가 없는 정책을 만드는 정치세력은 선거에서 패배하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선의의 정책이 반드시 선의의 결과를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나 각종 부동산 정책들도 모두 선의로 추진했지만, 결과는 의도와 달랐습니다.
이번 정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코로나19로 한계에 내몰린 사람들의 금리 부담을 낮추는 건 올바른 정책 방향이지만, 정책 효과 못지않은 부작용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대책만으론 한계가 분명해 보입니다. 우선 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지원 규모를 늘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저신용자에게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도록 대부업이 존속할 길은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업을 무조건 죄악시하는 정책이 이어진다면, 그만큼의 수요는 대부업이 아닌 불법 사금융이 흡수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되겠습니다.

YTN 조태현 (chot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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