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우리 아들 다친 눈은 누가 책임질까요?"...군 장병 실명 위기

[와이파일] "우리 아들 다친 눈은 누가 책임질까요?"...군 장병 실명 위기

2021.07.04.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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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우리 아들 다친 눈은 누가 책임질까요?"...군 장병 실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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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부대 내 성폭행부터 부실 급식 문제, 상관의 폭언과 욕설까지.
최근엔 육군의 한 사병이 훈련 중 다쳐 한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와이파일] "우리 아들 다친 눈은 누가 책임질까요?"...군 장병 실명 위기



▶전차중대 포수인 우리 아들, 다친 눈은 누가 책임질까요?

자신을 육군 27사단 전차중대에 근무하는 군 장병의 어머니라고 밝힌 A 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습니다.
자기 아들이 훈련 중 한쪽 눈을 다쳤고 응급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명 위기에 처했다는 겁니다. 사고는 지난 4월 20일 새벽 1시쯤 발생했습니다. 전차중대 포수인 A 씨의 아들 B 상병은 포탑 문이 닫히지 않자 망치로 두드려 포탑 문을 닫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물질이 눈에 튀었습니다.

A 씨는 당시 같이 훈련을 받던 C 상사가 자기 아들에게 "문 하나도 제대로 닫지 못하느냐"며 폭언과 욕설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물질이 튄 눈이 불편했지만, 상사가 화를 내 위축됐고 이 때문에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다음 날 오후 1시쯤이 돼서야 의무대에 간 B 상병.
군의관은 어서 빨리 민간병원으로 보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이 과정에서 군 간부들이 병원비를 누가 결재해야 하냐며 승강이를 벌이다 늦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오후 4시가 돼서야 강원도 홍천에 있는 안과에 도착했지만, 더 큰 병원을 가야 수술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A 씨는 이후 자신의 아들이 강원도 원주의 한 대형 병원에 도착했지만, 병원 측은 군부대로부터 연락을 따로 받은 게 없어 당장 수술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자기 아들이 직접 담당 의사에게 수술을 받게 해달라고 사정해 간신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밤 11시 반, 눈을 다친 지 꼬박 하루 가까이 지나서야 응급 수술을 받게 된 B 상병. 하지만 다친 한쪽 눈의 시력은 전처럼 회복할 수 없다는 절망적인 답변을 들었습니다.





▶"참고 군 생활 하라고 한 게 잘못" 자신 탓하는 부상 장병 어머니

A 씨는 훈련이 시작된 지난 4월 13일 전차 문이 고장 난 것을 부소대장이 인지했었다며, 훈련 도중 망치로 문을 닫는 과정에서 아들이 사고를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전에 안전점검을 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사고 당시 전차 안에는 소대장 D 중위도 함께 근무하고 있었지만, 전역을 앞두고 있어 훈련과 병사들에게는 관심이 없고 SNS를 하기에 바빴다고 밝혔습니다. 또 눈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자기 아들에게 눈이 빨갛다는 이유로 코로나 19에 걸렸느냐는 농담을 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A 씨는 YTN과의 통화에서 응급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가장 화가 나고 속상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참고 군대생활을 하라고 한 게 잘못이고, 군대를 보낸 것이 잘못이라고 자신을 원망했습니다.

해당 군부대에 문의했습니다.
문제가 된 사건에 대해서는 SNS를 통해 먼저 해명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군부대 "응급조치 미흡 인정…면밀 조사 중"

※해당 부대 공식 입장
[ '27사단 훈련 간 부상병사 부대조치 미흡' 제보 관련 부대 입장 ]
ㅇ <국민청원>에 제기된 내용은 지난 4월에 이미 민원이 제기되어 해당 사단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상당 부분 사실과 다릅니다.
ㅇ 해당 부대에서는 훈련 중 입은 부상에 대해 진료 및 치료 여건을 최대한 보장하였습니다.
ㅇ 이번 사고와 관련하여 제기된 '부대 안전관리 미흡, 환자 조치 지연, 간부의 부적절한 언행' 등에 대하여 사단 군사경찰 및 감찰에서 두 차례 면밀히 조사하였습니다.
ㅇ 현재까지 확인한 결과
➀ '환자 조치 지연' 부분은 사고 발생 초기 부상자 본인과 소대장 모두 '단순 이물질이 눈에 들어간 것'으로 인식해 즉시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 및 조치하지 못했으나, 이후 통증이 지속되어 바로 군의관 진료 후 민간 의원과 병원에서 진료 및 치료 (수술)가 이루어졌습니다.
➁ '간부의 부적절한 언행' 역시 민간병원 진료 간 '수술이 제한된다'는 병원 측 의견에 대해 '부상자 본인과 부모께서도 병원 측에 수술해줄 것과 제한 시 다른 병원을 알아봐 줄 것을 요구하는 게 좋겠다'는 설명이 오해된 것입니다.
ㅇ 사단 군사경찰 및 감찰에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법무에서 추가 확인 중이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후속조치를 할 예정입니다.
ㅇ 현재까지 조사결과와 관련하여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개인신상 및 의료정보 등에 해당되어 공개하지 못함을 양해 바라며, 추가 궁금한 사항은 문의 시 설명드리겠습니다.



해당 부대의 공식답변은 '응급조치가 늦어진 것은 인정하지만, 부대 측이 잘못한 것은 없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해명이었습니다.
사고 발생 초기 B 상병과 소대장 모두 단순 이물질이 눈에 들어간 것으로 인식해 즉시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해당 부대 관계자는 YTN과의 통화에서 B 상병이 부상 후 아침까지 본인조차도 크게 부상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고, 이 때문에 현장에 있던 간부들도 바로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결국, B 상병이 자신의 증상을 제대로 호소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응급조치가 늦어졌다는 겁니다.

이어 포탑 문을 망치로 닫는 과정에서 C 상사가 B 상병에게 폭언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차 안에 함께 훈련한 동료 병사의 진술을 토대로 과격한 욕설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전역을 앞둔 소대장 D 중위가 훈련 중 전차 안에서 SNS를 일부 한 것은 확인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훈련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군장병의 '안전'

훈련 중 가장 중시되어야 하는 것이 군 장병들의 안전입니다.
사소한 일이라도, 작은 부상이라도 더 꼼꼼하게 살피고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 상관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군부대 측은 폭언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B 상병은 위축돼 통증을 호소하지 못했습니다.
응급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한쪽 눈의 시력은 다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해당 부대가 소속된 사단 측은 B 상병과 부모님의 입장에서 최대한 모든 조치를 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YTN 홍성욱 (hsw050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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