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 근무시간에 마사지를?...'황제 병역' 제보의 실체

[자막뉴스] 근무시간에 마사지를?...'황제 병역' 제보의 실체

2021.06.24. 오전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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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의 소프트웨어 업체.

한 직원이 사원증을 찍고 회사 안으로 들어갑니다.

직원이 향한 곳은 사무실이 아닌 사내 건강관리실.

근무시간 중에 마사지를 받으러 온 겁니다.

[업체 직원 : (몇 시부터 몇 시까지죠?) 저 12시부터 2시까지.]

90분 넘게 마사지를 받고 나온 직원.

확인 결과 현역 군 복무를 대신해 연구소에서 3년간 근무하는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이었습니다.

이 업체에서 근무하는 전문연구요원만 2백 7십여 명.

이곳에서 대체복무를 마친 A 씨는 동료들이 마치 황제처럼 근무했다고 고백했습니다.

[A 씨 / 전문연구요원 출신 : 9시부터 6시 이렇게 (출퇴근) 공지를 받았는데, 원래 입사했던 선배들한테 물어보니 이거 대충 다 처리해준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실제로 업무시간 중에 회사 바깥에 있는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오는 경우는 다반사.

지난해 4월, 전문연구요원 두 명이 근무시간 중에 연구소 바깥에 있는 이곳 영화관을 상습적으로 갔다가 적발돼 해고 조치당하기도 했습니다.

[A 씨 / 전문연구요원 출신 : 주변에 다른 회사에서 전문연구요원 복무하는 친구들과 여기를 비교해봤을 때, 확실히 근태나 외출에 대해서 굉장히 느슨한 건 맞고요.]

업체는 병역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연구요원들에게 전공분야가 아닌 일반 사무직 업무를 시킨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병역법상 전문연구요원들은 자신이 전공한 학문과 관련된 분야 업무만 맡아야 하며, 이를 위반할 시 행정처분 대상입니다.

[최영기 / 변호사 : 연구분야에서 일하지 않고, 제3의 다른 업무를 한다거나 전혀 상관없는 업무를 하게 된다면, 사실상 이것은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취지와 목적 자체를 훼손하는 것입니다.]

대체복무라고 해도 엄연한 군 복무인 만큼 업무실태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은 병무청 소관입니다.

하지만 병무청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를 이유로 현장 실태 조사 한 번 나가지 않았습니다.

[병무청 관계자 : 일반 연구소 경우는 저희가 작년부터 온라인 실태조사만 하고 있거든요.]

감시 사각지대 속에 '황제복무'하며, 전문연구요원들이 받아가는 1년 연봉은 평균 6천만 원 내외.

함께 근무하는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업체 직원 : 근태를 지키지 않고 나태하게 일하는 분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연구원보다 실적이나 일을 안 함에도 (연봉이) 천만 원이나 높다 보니까 좌절감을 겪는 사람도 있었고.]

업체는 다른 기업에 비해 전문연구요원 인원이 많다 보니 관리에 일부 한계가 있었다며, 부당업무 지시 의혹 등을 포함해 사태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업체 관계자 : 저희도 모니터링은 하고 있지만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서….]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소·중견 기업에 고학력자인 전문 인력을 충원해주는 취지로 만든 전문연구요원제도.

본래의 목적과 달리 감시 부재 속에 '특혜복무'로 변질한 건 아닌지, 당국의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취재기자 : 김우준
촬영기자 : 이수연
그래픽 : 이강규
자막뉴스 : 육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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