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여성 의원, '꽉 끼는 바지' 입어 회의장서 쫓겨나

탄자니아 여성 의원, '꽉 끼는 바지' 입어 회의장서 쫓겨나

2021.06.07. 오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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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여성 의원이 몸에 꽉 끼는 바지를 입고 회의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회의장에서 쫓겨났다.

3일 B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탄자니아 수도 도도마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에서 정례 회의가 열렸다. 이날 집권당인 CCM당(탄자니아 혁명당)의 여성 국회의원 콘데스터 시츠웨일은 노란색 블라우스에 검은 바지를 입고 검은 구두를 신고 회의에 출석했다.

그런데 국회의장 잡 은두가이가 회의를 진행하던 도중, 시츠웨일과 같은 당 남성 의원인 후세인 아마르가 갑자기 일어났다. 그는 "이곳에 단정하지 않은 옷을 입은 여성이 있다"며 국회의장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은두가이 의장이 "누구를 이야기하는 것이냐"라고 묻자 아마르는 시츠웨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제 오른쪽에 앉은 바로 이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마르는 이어 "티셔츠는 괜찮지만, 그녀가 입은 꽉 끼는 바지를 보라"며 복장이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다른 여성 의원들은 히잡을 쓰고 몸의 선이 드러나지 않은 옷을 입은 채 회의에 참석했다.

아마르를 비롯한 남성 의원들은 "의회는 탄자니아 사회의 거울인데 그녀는 이상한 옷을 입었다. 대표자로서 사회에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라며 시츠웨일의 복장을 비판했다.

아마르는 또한 시츠웨일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하지만 시츠웨일은 선글라스가 아닌
빛의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안경을 착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 의원들의 성화가 이어지자 은두가이는 "제대로 된 복장을 갖추고 다시 합류하라"며 시츠웨일을 회의장에서 내보냈다. 그는 이어 "여성 의원 복장을 두고 항의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복장을 면밀히 단속하라"고 의회 보안팀에 전달했다.

이를 두고 영국 BBC는 "여성 의원의 복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사건이 탄자니아에서의 남녀 불평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이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로 알려지면서 오히려 아마르 의원과 은두가이 의장이 역풍을 맞고 있다. 네티즌들은 "탄자니아에서 남성들이 여성의 신체를 검열하려 한다"며 시츠웨일을 옹호하고 나섰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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