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또' 미친듯한 변동성...폭락한 암호화폐의 미래는?

[와이파일] '또' 미친듯한 변동성...폭락한 암호화폐의 미래는?

2021.05.22.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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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대폭락 뒤 소폭 반등…변동성 다시 확대
'미래 결제 수단' 기대감 시들…각국 규제 움직임도 변수
'머스크' 한 마디에 들썩…"비이성적 거래 환경"
한층 불투명해진 미래…정부는 여전히 '방치'
[와이파일] '또' 미친듯한 변동성...폭락한 암호화폐의 미래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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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다시 떠올리기도 싫을 한 주였을 겁니다. 암호화폐 가격이 전반적으로 대폭락한 것이죠. 2018년 초에 있었던 폭락 장세가 다시 재현된 것 같은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방문해 봤더니 큰돈을 잃었다는 한탄이 넘쳐나더군요.

암호화폐 대장 주인 비트코인 가격은 1월에는 3만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급등세를 보이더니 지난달에는 한때 6만 달러를 넘기도 했죠. 불과 석 달 만에 두 배 넘게 뛰어오른 겁니다. 그러더니 '검은 수요일'이었던 지난 19일에는 하루 만에 만 달러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기존 자산 시장에선 절대로 찾아볼 수 없는 정도의 급등락이 이어지는 셈입니다.

이번 급등과 폭락의 과정을 보면 암호화폐 거래 시장이 가진 부조리함과 불합리함이 응축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또 한 번 위기를 맞이한 암호화폐에 미래는 어떤 걸까요?

◆ '화폐' 역할 못 하는 암호화폐…'자산' 기능은 수행 중

저는 앞서 두 차례 암호화폐 관련 기사를 통해, 암호화폐에는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으며, 화폐의 기능 역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가 정말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법적인 테두리 자체가 미비할 때는 투자에 따른 개인의 책임도 커질 수밖에 없으니, 거래소를 잘 선택하고 알트코인 투자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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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은 금과 암호화폐를 비교하며, 금 역시 암호화폐와 다를 바 없이 내재적인 가치가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이건 물론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입니다만, 금과 암호화폐에는 결정적으로 다른 측면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하지만 언제나 부족한 가치, 그 가치를 배분하는 방법은 (폭력을 제외하면)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흔히, 넓게 하는 바로 '교환'이고요, 또 하나는 '권위적 명령'이죠. 그리고 또 하나는 '관습'입니다. 그리고 금은 아주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하면서 다름 아닌 '관습'을 통해 사치품이나 거래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갖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암호화폐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죠.

◆ '미래 결제 수단'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 상승

그렇다면 이렇게 가치를 측정할 수도, 애초에 가치가 있는지도 모호한 암호화폐는 왜 급등했을까요? 어떤 자산의 가격이 오른다는 건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그 자산을 사길 원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에서는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오를 것 같으니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몰리고, 수요가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가가 오른다는 것이죠. 암호화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주식과 암호화폐에는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주가라는 건 해당 기업의 가치를 대변하는 숫자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해당 기업의 가치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기업의 가치라는 건 실적은 물론이고, 기업의 지배구조나 재무구조가 개선된다든지, 최고경영자가 교체되는 등 여러 측면을 반영하겠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올해 들어 주목받은 해운회사 HMM의 주가 추이입니다. 주가가 지나치게 빠르게 올랐다는 평가가 많긴 하지만, 어쨌든 HMM 주가의 고공행진은 해운 운임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의 영향입니다.

암호화폐에는 이런 것이 없습니다.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오르게 될 것인지, 왜 오르게 될 것인지를 설명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애초에 적정 가격을 계산할 방법 자체가 없으니까요. 따라서 암호화폐의 급등 현상을 설명하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많은 전문가가 설명하는 배경은 바로 '미래에 대한 기대감'입니다. 암호화폐는 '화폐'라는 이름과 다르게 사실상 화폐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치를 보증할 수단이 없고 가격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래 어느 시점에는 암호화폐도 물물교환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 기대가 가격을 끌어 올렸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게 바로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입니다. 머스크는 지난 3월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제부터 테슬라 차량을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름만 '코인'이던 비트코인이 실제로 '동전'이 될 기회가 생긴 것이죠.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합니다.

이전 기사에서 언급했던 '도지코인' 역시 머스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이 코인은 애초에 장난으로 만들어진, 그러니까 투자 목적에는 부적절한 암호화폐입니다. 하지만 머스크가 트위터에 이 코인을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도지코인 값이 급등하기 시작했죠. 장난으로 시작한 코인이 시가총액 3위까지 오르는 데에는 머스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도지코인에 대한 머스크의 노골적인 시세 조작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21일 머스크는 SNS에 1달러 지폐에 도지코인을 합성한 그림을 올렸는데요, 이날 도지코인은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 일론 머스크 한 마디에 들썩이는 '비정상' 시장

여기에서 암호화폐 시장의 비정상성과 비이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자연인의 SNS 글 한두 줄에 시장이 요동친다는 것이니까요.

예를 들어보죠. 우리나라 최대 기업이라면 역시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자가 SNS를 통해 "27단으로 접히고 게이밍 PC를 훨씬 능가하는 성능의 새 휴대전화를 곧 출시한다"고 밝혔다고 가정해보죠.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곧 실제로 이런 제품이 나오긴 할지, 이 제품이 나오는 것이 시장 점유율과 실적 개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이뤄집니다. 그리고 주가 역시 거기에 맞춰 움직이게 되고요. 한 개인이 주가를 올리는 역할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물론 사례가 없는 건 아닙니다.) 만약 근거가 없는 이야기였다면 금융감독원 등을 통해 주가 조작 혐의로 처벌받게 되겠죠.

멀리 볼 것도 없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회사인 테슬라를 보죠. 지난 1분기에 4억 달러가 넘는 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이후에 오히려 약세를 보입니다. 왜일까요? 머스크의 입방정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결정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테슬라가 본업인 차량 판매보단 보유하던 비트코인 매각과 탄소배출권 거래로 큰 이익을 달성했다는 점입니다. 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평가가 이뤄진 셈이죠. 암호화폐 시장에선 찾아볼 수 없고,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 불투명해진 결제 수단 가능성에 규제 움직임까지 '이중고'

다시 암호화폐로 돌아와 보죠. 그럼 지금은 왜 급락하는 걸까요? 여기에서도 일론 머스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 13일에 다시 SNS를 통해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한다고 밝혔거든요. 전력 낭비에 따른 환경 문제 등 거창한 이유를 갖다 붙이긴 했지만, 바닥으로 떨어질 만큼 떨어졌던 머스크의 이미지는 아예 바닥을 뚫고 지하로 처박혔고,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 가격도 폭락했습니다.
암호화폐가 오른 배경은 언젠가 암호화폐가 화폐로 쓰일 수 있는 기대 덕분이었는데, 그 기대가 무참하게 무너진 거죠. 여기에 암호화폐의 부작용(분명히 블록체인 기술 등의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지금 시점에선 부작용이 더 크게 불거지는 게 사실입니다.) 등의 이유로 각국이 규제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도 직격탄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제목에 적어놓은 '암호화폐의 미래'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모르겠습니다. 암호화폐를 기웃거리던 기관투자자 가운데 상당수가 기존 자산으로 이동했다는 점, 중국 등 각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점치지만 글쎄요, 전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무책임한 답변 같긴 한데요,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처럼 암호화폐는 그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수단 자체가 없습니다. 가격이 왜 오르는지, 그렇다면 적정한 가격은 얼마인지도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시장을 전망하기 위해선 투자자의 분위기, 시중에 풀린 자금 등으로 간접적인 추정을 하는 수밖에 없죠. 따라서 조만간 내림세를 멈추고 반등에 성공할지, 아니면 3년 전과 같이 장기적인 침체기에 들어갈지는 예측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다만 이것 하나 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현재 거래되는 알트코인 가운데 대다수는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죠. 현재 암호화폐, 특히 알트코인 가운데 상당수는 단순히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 보입니다. 어찌됐든 돈이 되니까요. 개중에는 아예 악의적으로 돈만 뜯어낸 뒤 상장폐지 하는 경우도 적지 않죠. 거래소들이 무슨 기준과 분석으로 이런 암호화폐를 상장하고 있는지도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시장 자체가 사라지진 않더라도 대대적인 재편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 여전히 방치하는 정부…거품 붕괴 대비하고 있나

여기서 한 마디 덧붙일 말이 있습니다.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죠. 블록체인 기술을 중심으로 육성하는 건 물론 아니고, 중국 정부처럼 확실하게 규제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검증 책임은 시중 은행에 떠넘겼고, 다음 달까지 진행한다고 했던 특별 단속은 진행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그냥 방치하고 있는 거죠. 심지어 같은 지적은 2017년 이후 꾸준히 제기돼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금을 부과한다는 계획을 확정한 걸 제외하곤 뭐가 달라진 것인지를 모르겠습니다. 올해 들어 정치권의 입법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긴 하지만, 이 역시 2017년 광풍 때 경험했던 일입니다. 법안 발의가 이어지긴 했지만, 거품 종료와 함께 흐지부지됐었죠.
앞서 암호화폐가 화폐의 기능을 하진 못하지만, 자산의 기능은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자산으로서 주목하는 계층은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한층 더 심각해진 자산 양극화 속에서 약자가 된 계층이라고 합니다. 암호화폐 거품이 한순간에 꺼졌을 때 불어닥칠 부작용에 정부는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취재 중에 만난 한 블록체인 전문가는 이런 말씀을 하더군요. "이럴 거면 차라리 화끈하게 규제를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현 정부 내에선 블록체인 기술의 육성은 물론이고, 관리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다"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라는 것이죠. 정부가 암호화폐와 관련해선 육성과 규제, 보호라는 모든 측면에서 실패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시점입니다.

조태현[chot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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