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바닷속 보물단지? 애물단지? "미사일 1발에 2만 원"

[와이파일] 바닷속 보물단지? 애물단지? "미사일 1발에 2만 원"

2021.04.07. 오전 04: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군 사격장 인근 해상에서 군 훈련 낙하물 신고하면 보상
불발탄 등 위험 요인 존재
군 당국, 해상 낙하물 보상 기준 높여줄 경우 보상 노린 낙하물 사냥 우려
[와이파일] 바닷속 보물단지? 애물단지? "미사일 1발에 2만 원"
태안 앞바다에서 나온 불발탄
AD
올해 2월 6일 YTN은 <"그물에 물고기 대신 불발탄·표적기가..." 어민들 피해 호소>라는 제목으로 군 사격장 인근 어민들의 피해 상황을 보도해 드렸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52&aid=0001548018

오늘은 해상 낙하물 관련 뉴스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태안 지역엔 ADD (국방과학연구소) 산하의 대공 사격장이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표적 비행기('표적기'라고 부릅니다)를 격추하는 대공 화기들을 테스트하는 곳인데 당연히 어민들은 군 사격장구역에서는 조업을 하지 않습니다.

그랬다간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없어 군 사격장 이외의 지역에서 훈련 외의 시간에 조업을 하게 되는데 지난번 제가 보도해드린 것처럼 인근 바닷가에서 조업을 하는 어민들은 불발탄, 표적기, 낙하산 등 각종 낙하물을 접하고 있습니다.

[와이파일] 바닷속 보물단지? 애물단지? "미사일 1발에 2만 원"

해상 낙하물 가운데 불발탄이 가장 위험합니다.

실제로 2001년 3월 충남 태안 지역 해상에서는 어선에서 불발탄이 터져 선원들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습니다.

낙하산은 선이 워낙 질겨서 어선 스크류에 엉키면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 있어서 요주의 대상이라고 합니다.

그 다음이 바로 표적기인데 어망을 크게 손상시키는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국가에서는 이런 해상 낙하물에 대한 보상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취재 목적으로 공식 입수한 내용을 소개드리겠습니다.

지금 보시는 수첩은 '조석표'인데 해상 낙하물에 대한 보상 안내를 담은 수첩 형태의 소책자입니다.

군 당국에서 공개 가능한 내용을 전달받았습니다.

핵심만 먼저 말씀드리자면 탄두나 로켓은 70% 이상 외형이 보존돼 있으면 개당 2만 원을 보상해줍니다.

얘기인 즉슨 폭발력을 갖추고 있을 수도 있는 불발탄이 비교적 온전하게 외형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 이정도 보상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공병 수거보다는 단가가 높습니다만 조업철에 가뜩이나 바쁜 어민들이 과연 위험을 무릅쓰고 개당 2만 원 보상을 받으려고 불발탄을 수거해서 군 당국에 갖다줄까요?

조명탄과 낙하산 등은 개당 만 원씩 보상을 해줍니다.

문제는 어민들이 이런 무기를 수거하게 되면 해경이나 군 연구소에 신고를 하고 몇시간씩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표적기가 그물에 걸려 피해를 입은 어민은 5시간 정도 조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위험은 큰데 보상은 적고, 시간도 오래 걸리니 어민들의 협조가 잘 이뤄질리가 없습니다.

결국 어촌 한 구석엔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불발탄 등 해상 낙하물들이 쌓여 있습니다.

보다 효율적인 신고와 보상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어 보이는 이유입니다.

돈을 좀 받을 수 있어도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고충 때문에 제대로 된 수거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ADD의 상위 기관인 방위사업청도 이런 내용을 알고 있습니다.

군 관계자는 보상 기준을 높여주자니 물고기 대신 미사일 수거를 하는 어민들이 생겨날까봐 우려되는 탓에 아직 보상 기준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ADD는 이런 해상 낙하물이 어민들에게 미칠 수 있는 악영향 때문에 잠수부를 고용해 정기적으로 수거를 하고 있다는데 수거되는 양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조업을 원하는 어민들과 군 R&D 발전을 위해 실험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 군 당국 입장을 잘 절충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군 당국도 해상 낙하물의 위험성에 대해선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일단 어민들의 손에 닿기 전에 군 당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해상 낙하물 수거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또 5시간씩 걸리는 조사 절차를 바쁜 조업기엔 어촌계, 수협 등을 통해 신원 확인이 확실한 어부에 한해 일단 1차 조사는 현실적으로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편의에 따라 대충 진행하자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지금 보상 체계는 해상 낙하물을 '바다의 로또'라기보단 '바다의 애물단지'로 전락시키고 있는데 지역 어민들이 수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역시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비호복합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대공 화기는 국제적 경쟁력을 인정 받고 있습니다.

당연히 성능 검증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겠고, 활발한 검증 작업의 배경에는 지역 어민들과의 조화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어민들은 일단 ADD의 실험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지역 주민과의 화합이 중요한 만큼 신속하게 보상을 해주는 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국방부에서 ADD 사격장을 빌려 시험 발사를 하는 경우에 피해가 발생하면 좀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육군본부 등에 일단 1차 피해 진정을 해야 배상이 이뤄지는데 금액은 차치하더라도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어민들의 불만이 큰 편입니다.

군이 지키고자 하는 '안전'에 지역 주민이 소외되지 않게 하는 세심함을 군 당국에 기대해보면서 앞으로도 취재 현장에서 이런 부분까지 꼼꼼하게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PS. 여러분의 댓글을 꼼꼼하게 읽는 편입니다. 댓글에 질문이나 의문점을 언급해주시면 꼭 모아서 답변드리거나 댓글로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승윤[risungyoon@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