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이거실화냐] 간단한 수술이라더니 6세 아이 떠난 지 8개월 만에 또?

[제보이거실화냐] 간단한 수술이라더니 6세 아이 떠난 지 8개월 만에 또?

2021.03.20.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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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마시는 것조차 힘겨운 38살 문주윤 씨. 고통이 시작된 건 지난해 6월, 편도 수술을 받은 이후부터다.

편도수술은 이비인후과에서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이자,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알려져 있다.

평소 편도염으로 잦은 고열에 시달려야 했던 문 씨는 의사 권유로 수술을 받게 됐다.

수술 후 2주가 지나도록 물도 제대로 삼키지 못 하자, 문 씨는 경남 한 대학병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삼킴 장애’ 진단을 받았다. 진단서에는 연하작용에 관여하는 신경의 하나인 설인신경이 손상됐을 수 있다고 적혀있었다.

9개월이 지난 현재, 문 씨는 체중이 15kg이나 빠졌고, 다니던 직장도 관뒀다. 일반적인 식사도 여전히 어렵다고 호소했다.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먹어보는 게 소원이 됐어요. 가족, 친구들과 평범하게 식사할 수 있는 날이 언제 올 수 있을까요?"
-문주윤 씨 / 편도 수술 추가 피해자

수술 후유 장애로 일상이 무너진 문 씨는 최근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됐다. 수술 받기 약 8개월 전, 같은 의사에게 같은 수술을 받은 6세 남자아이가 숨졌다는 것이었다.

바로 故 김동희 군 이야기다. 동희 군의 가족들이 국민청원에 올린 사연은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청와대 답변까지 나왔다.

지난 2019년 10월 4일. 당시 5살이었던 김동희 군은 수술 소요 시간부터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1시간 정도 걸릴 거라던 의료진 안내와는 달리, 동희 군이 수술실에서 나온 건 2시간을 훌쩍 넘겨서다.

“늦어진 이유를 묻자 집도의는 수술 마무리 단계에서 마취를 깨우던 중 출혈이 보여서 지혈 작업을 하다 보니 늦어졌다면서 1년에 한두 건 발생하는 케이스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고 설명했어요.”
-김소희 씨 / 故 동희 군 어머니

동희 군은 수술 후 경구약과 물조차 넘기지 못 했다. 어머니는 병원 측에 입원 연장을 요청했지만, 일반적인 증상이라며 거절당했다.

결국, 다른 종합병원에 입원하게 된 동희 군은 수술한 지 닷새 째 새벽, 기침과 함께 엄청난 양의 피를 토해내며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동희 군은 심정지 상태에서 의사 A씨가 있는 대학병원으로 실려 갔다. 그러나 이송 도중, 병원 측은 ‘CPR 환자가 있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결국 119 신고 후 31분이 지나서야 다른 병원에 도착한 동희 군은 뇌사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5개월 뒤 끝내 6살의 나이로 가족 곁을 떠났다.

동희 군 어머니 김 씨는 “추가 피해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또 한 번 가슴이 미어졌다”며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의사와 병원 모두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고 싶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고 20여 일 뒤 받은 의무기록지가 수정돼 있었다"며 "수술 당시 마취를 깨우는 과정에서 발견한 과도한 출혈을 멎게 하려고, 재마취를 한 뒤 지혈을 했다는 걸 뒤늦게 기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법상 허위가 아닌 사실을 추가 기재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라고 하더라”며 “수술실 CCTV도 없이 언제든지 추가, 수정이 가능한 의무기록지만으로 진실을 알아내야 한다는 게 절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정민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는 “환자들이 소송을 준비할 때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과실이 있고, 그 때문에 어떤 피해를 입게 됐다는 정도를 특정해야 하는데, 의료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의료소송 특성상 전문가 의견을 물어보는 절차가 필수적인데, 진료기록 감정을 해주는 사람도 의사이기 때문에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의견을 피력하지 못 하고, 의사 편을 드는 경우가 종종 있어 환자들이 불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희 군 유족들이 의료 소송을 제기할 동안 의사 A씨는 근무지를 옮겼다. A씨는 그곳에서 문주윤 씨 편도 수술을 하게 됐고, 주윤 씨는 심각한 후유 장애를 입었다.

최근 세 번째 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긴 A씨는 제작진의 취재 요청에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 해당 병원에서도 진료를 중단한 채 피해자들과 연락을 모두 차단한 상황이다. A씨가 근무했던 병원들은 하나같이 소송 중인 사안이라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검찰은 故 김동희 군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의사 A씨와 대학병원 등을 수사하고 있다.

‘제보이거실화냐’ 이번 편에서는 같은 의사에게 같은 수술로 피해를 입은 두 사람의 안타까운 사연을 다룬다.


촬영, 제작: 강재연 PD(jaeyeon91@ytnplus.co.kr), 안용준 PD(dragonjun@ytnplus.co.kr)
취재: 강승민 기자(happyjournalist@ytnplus.co.kr), 권민석 기자(jebo24@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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