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줄어드는 일자리…공공 주도가 해법일까?

[와이파일] 줄어드는 일자리…공공 주도가 해법일까?

2021.03.06.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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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경정예산안 통해 긴급 고용대책 추진"
지난 1월 취업자 98만 명↓…"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 감소"
장기 저성장에 코로나까지 덮친 고용 시장
"공공 일자리론 한계 명확…민간 고용 유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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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습니다. 2021년의 문이 열린 지 석 달 만에 추경에 나선 건데요, 이를 두고 선거를 앞둔 매표 행위라는 야당의 비판부터, 코로나19라는 상수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예산안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너무나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번 추경 재원 가운데 9조 9천억 원은 국채를 통해 마련되는데요, 국가 재정에 관한 내용은 예전에 썼던 기사를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와이파일] 연일 신경전 벌이는 당정…국가재정이 뭐기에, https://www.ytn.co.kr/_ln/0134_202102130900018959)

이번 추경에서 눈에 띄는 점 가운데 하나는 긴급 고용대책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고용 충격이 극심해졌기 때문이죠. 문재인 대통령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힘을 모아 1분기 안에 일자리 9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추경에는 이를 위한 예산 2조 8천억 원이 편성됐고요. 고용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기에 이런 대책이 나온 걸까요?

[와이파일] 줄어드는 일자리…공공 주도가 해법일까?



◆ 최악 치닫는 고용 상황…'코로나19'만 원인일까?

일단 고용 상황부터 살펴볼까요. 지난 1월 취업자 수는 2,581만 8천 명이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98만 2천 명이나 줄었죠.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1998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였습니다.

취업자가 줄었으니 당연히 실업자가 늘었겠죠. 지난 1월 실업률은 5.7%였습니다. 1년 전보다 무려 1.6%포인트나 올랐는데요, 1월 기준으로 21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죠. 그런데 여기에서 짚어볼 점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상황을 봐야 한다는 점인데요, 일단 1년 전 같은 달과 취업자 수 증감을 표현한 아래 그래프를 보시죠.

2018년 초부터 증가 폭이 둔화하더니, 2018년 7월쯤에는 아예 0에 가까워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실제로 2018년 7월에는 5천 명, 2018년 8월에는 3천 명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고용 참사'라는 표현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특정 시점과 비교했을 때 그 지표가 좋거나 나빠 보이는 기저효과(이 경우엔 1년 전에 부진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는) 등으로 개선되다가 코로나19로 다시 악화하기 시작했죠.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고용은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뜻입니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죠.

◆ 경제적 선순환의 핵심, 일자리

일자리는 왜 중요할까요. 기본적으로 현대 사회에서 일자리가 없다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게 어려워집니다. 복지가 모든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기적인 수입이 사라지는 셈이니까요.

일자리는 곧 소비로 연결됩니다. 돈을 벌면 어쨌든 쓰니까요. 이렇게 사용한 돈은 기업엔 매출이 되겠죠. 기업의 매출이 늘어나는 건 기업의 규모가 커진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투자도 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더 많은 직원이 필요해집니다. 고용 규모가 더욱 확대되는 거죠. 따라서 일자리는 경제 선순환의 핵심이 됩니다.


그렇다면 일자리 상황이 나빠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가 컸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고용 참사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렸었죠. 많은 사람은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고용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2018년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인 16.4%나 올랐기 때문이죠.

기억을 더듬어보면 가계에서 무인 계산대, 그러니까 키오스크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건,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2018년 이후부터였습니다. 인건비가 오르니 이를 줄이기 위해 단순 업무를 기계가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죠. 농촌에서 농번기 때 최저임금으로 고용하던 인력도 줄였다고 하더군요. 취업자 수 증감과 최저임금 추이 그래프를 비교해봐도 급격한 최저임금 변화가 고용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는 점은 자명해 보입니다.

◆ 고용난의 근본적 원인은?…"결국 저성장이 문제"

하지만 최저임금만이 고용난의 원인이라고 하면 최저임금은 무척 억울할 겁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거죠.

일단 국내 경제가 고용 유발 효과가 적은 반도체 등 전자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고용 효과가 큰 음식업과 숙박업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기업의 해외 이전 등 수많은 원인이 있습니다만, 가장 큰 배경은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경제 성장은 고용을 유발하고, 그 고용은 소비로 연결되며, 확대된 소비는 다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핵심은 경제 성장이라는 거죠. 국내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고용 악화의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그냥 일자리 아닌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다만 일자리가 경제적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대는 선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 일자리가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여야 한다는 점이죠. 양질의 일자리는 대단히 상대적인 개념이라 명확하게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일단 고용이 어느 정도 안정돼야 하고(비정규직보단 정규직), 수입도 경제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겠죠.(저수입보단 고수입)

여기서 하나 짚어볼 것이 있습니다. 통계청에서 말하는 '취업자'란 뭘까요. 통계청은 조사 대상 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자와 더불어,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이나 사업체에서 주당 18시간 이상 일한 '무급' 종사자, 직업이 있지만, 병이나 사고 등으로 잠시 일하지 않고 있는 일시휴직자 등을 모두 취업자로 간주합니다.

일주일에 한 시간만 일하는 일자리를 통해 생계를 꾸려나가긴 어렵겠죠. 이 취업자 수 통계는 일자리의 질을 반영하진 못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지금 안 그래도 부진한 취업자 수치에는 정부에서 만든 단기 일자리처럼 경제적 선순환을 기대하긴 어려운 일자리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뜻입니다.


◆ 코로나19 상황에서 불가피한 공공 일자리

정부가 만든 일자리는 어떤 게 있을까요? 고령층 위주에 단기 일자리에 그쳐, 세금으로 수치상 보이는 고용 동향만 개선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공공 일자리 역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긴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고용이 극도로 악화한 상황에서 민간의 일자리 확대를 단기간에 기대하기 어렵다면 당연히 정부가 나서야겠죠. 그리고 이런 일자리라도 없는 것보단 당연히 있는 게 낫습니다. 또, 민주주의 사회에서 고용 상황이 악화했는데,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상황을 바라보기만 한다면, 그 세력은 다음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되겠죠. 특히 코로나19 같은 돌발 상황까지 있는 마당에,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만드는 건 숫자놀음에 불과하더라도 어찌 보면 당연하고, 또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지금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양질의 일자리는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강조했듯 민간 기업에서 나옵니다. 현재 상황에서 공공 일자리가 불가피하다면 이는 마중물로 삼고, 코로나19 국면이 끝난 뒤 민간의 고용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 한계 명확한 공공 일자리…민간 일자리 유도하려면?

그렇다면 민간 일자리는 어떻게 늘려야 할까요. 전문가들의 설명을 차례로 인용해 보겠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국내 기업의 외국 이전을 줄이고 외국 기업을 유치하려는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여기에 더해 신산업 육성도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를 위해선 규제 완화 등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채용에 나서는 건 쉽지만, 해당 직원을 필요와 관계없이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용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고용 시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또 "공공 일자리 정책 역시 단순히 일자리가 없는 사람에게 적절한 보수를 준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며 "이후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의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공공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스타트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외국 사례를 보면 창업이 반드시 고용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며 "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을 외국에서 사들여 육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신기술이 유발하는 고용 효과가 큰 만큼, 규모가 큰 기업을 추가로 육성해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을 지키거나, 아예 외국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도 강조했습니다.

조태현[chot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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