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이거실화냐] "폭행 당한 뒤 모텔에 버려져 홀로 죽어간 동생이 너무 불쌍해요"

[제보이거실화냐] "폭행 당한 뒤 모텔에 버려져 홀로 죽어간 동생이 너무 불쌍해요"

2021.02.27.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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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조금 늦어, 누구 만나, 몇 시에 만나‘ 항상 가족 단체 대화방에 올라오거든요. 근데 그날, 10월 14일 그 하루만 안 왔어요. 할 수가 없었겠죠.”
-피해자 이 씨 누나

한 가족의 사랑둥이 막내 아들이자, 누군가의 다정한 남자친구였던 23살 이모 씨.

지난 해 10월 15일 오전 11시 40분, 이 씨는 부산광역시 부전동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를 처음 발견한 건 여자친구 최 씨였다.

사건 전날인 지난 해 10월 14일, 최 씨는 여느 때처럼 데이트를 마치고, 남자친구를 아르바이트 동료들과의 술자리로 보냈다. 술자리에 간 남자친구는 그날 밤 11시 무렵,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남자친구에게 100통 가까이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에서야 일행 M씨와 연락이 닿은 최 씨는 그가 알려준 장소로 찾아갔다. 그곳에서 최 씨가 마주하게 된 건 남자친구의 싸늘한 주검이었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기척이 없길래 마스터키로 열고 들어갔는데 침대 아래 바닥쪽에 남자친구 발이 보이더라고요. 뭔가 이상했어요. 불러도 대답이 없고, 팔을 흔드는데 차갑고, 딱딱하고…”
-피해자 이 씨 여자친구

현장 검안을 마치고 빈소를 마련한 당일, 술자리를 함께 했던 일행 5명이 찾아와 지난 밤 일을 유족들에게 털어놨다. 이 씨가 술에 잔뜩 취했고, 바닥에 눕고 싶어해 모텔에 재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경찰 수사로 전혀 다른 진실이 드러났다. 일행 T씨가 피해자를 밀쳐 넘어뜨리는 장면이 현장 CCTV에 고스란히 담겼던 것이다.

그날 밤 11시 40분쯤 피해자와 초면이었던 T씨 간 다툼이 벌어졌고, 가해자 T씨가 피해자의 멱살을 잡아 넘어뜨렸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피해자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그런데, T씨 일행은 피해자를 길바닥에 그대로 20여분 간 방치한 뒤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이 씨를 병원이 아닌 인근 모텔로 옮기기 시작한다. 무려 15분에 걸쳐 모텔방에 피해자를 옮기고, 일행은 약 25분 뒤 퇴실한다.

구호 조치를 받지 못 하고 2시간 넘게 방치된 이 씨는 고작 23살의 나이로 차디찬 모텔 바닥에서 홀로 남겨져 결국 세상을 떠났다.

부검 결과, 이 씨 사망추정시각은 새벽 2시, 사인은 머리 손상이었다.

“일행이 모텔방에 있을 시간에 남자친구 휴대전화로도 전화하고, 일행 SNS로 메시지도 보냈는데, 정말 못 본 건지, 못 본 척 한 건지, 이해 안 가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피해자 여자친구

“어떻게 밀쳐져서 의식 잃은 사람을 병원이 아닌 모텔로 데려갈 생각을 했을까요? 손 한 번 써보지도 못 하고 간 게 너무 억울해요.”
“그 날, 장례식장에 찾아와 거짓말했던 가해자들의 뻔뻔한 모습을 잊을 수 없어요. 그 거짓말에 아빠는 애들이 얼마나 놀랐겠냐며 돌려보내기까지 했는데…그 때 가해자 일행에게 아무 말 못 하고 보낸 게 너무 한스러워요. ”
-피해자 누나

사건 4개월이 흐른 현재, 이 씨를 직접 폭행한 T씨는 ‘상해 치사’ 혐의로 재판중이고, 다음 달 5일, 2차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나머지 일행 4명은 ‘과실 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여자친구 최 씨는 “피해자는 물론 주변인들까지 삶이 무너진 건데, 가해자들은 벌을 받느니 마느니 하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피해자 누나 이 씨는 “주가해자는 물론 동생을 모텔로 옮기고, 그 날 일을 숨기려 한 일행 모두 공범”이라며 “본인들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깨닫고 죄를 뉘우칠 수 있도록 엄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YTN 유튜브 '제보이거실화냐'에서는 지난 해 10월에 일어난 ‘대학생 모텔 방치 사망 사건’을 취재했다.


촬영, 제작: 강재연 PD(jaeyeon91@ytnplus.co.kr), 안용준 PD(dragonjun@ytnplus.co.kr)
취재: 강승민 기자(happyjournalist@ytnplus.co.kr), 권민석 기자(jebo24@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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