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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등산로 입구에 1년째 '변 테러'...길고양이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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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등산로 입구에 1년째 '변 테러'...길고양이 혐오?

2021년 02월 20일 08시 00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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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등산로 입구에 1년째 '변 테러'...길고양이 혐오?
강원도 춘천 인적 많은 등산로에 최근 작은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경찰까지 찾았습니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입니다.
등산로 입구에 1년 가까이 누군가 테러를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테러냐고요? 바로 '변 테러'입니다.
한적한 곳을 두고, 하필이면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등산로 인근에 왜 보란 듯이 '변 테러'를 벌인 걸까요?

[와이파일]등산로 입구에 1년째 '변 테러'...길고양이 혐오?


범인이 보란 듯이 흔적을 남기고 간 등산로 인근에는 길고양이 급식소가 있었습니다.
취재하는 중에도 산책로에서 내려온 길고양이 한 마리가 배를 채우고 가기도 했습니다. 종종 고양이 급식소에 사료를 두고 가는 김 모 씨는 1년 전 깜짝 놀랐습니다. 등산로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설치한 고양이 급식소 앞에 누군가 '큰일'을 보고 갔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어지간히 급했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장소에 다시 똑같은 흔적이 남았습니다. 김 씨는 볼일은 화장실을 이용하라며, 이곳에서 절대 용변을 보지 말라는 안내문까지 붙여 놨습니다. 하지만, '변 테러'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붙여놓은 안내문은 갈가리 찢겨 있었습니다. 최근까지 발견한 흔적만 20건 이상. 모두 같은 곳이었고, 용변 위에 화장지를 올려놓는 수법도 같았습니다. 필시 상습범 소행이었습니다.


▶인적 뜸한 새벽 4시 상습 범행

참다못한 김 씨가 자치단체에 신고했습니다.
새벽 시간, 인적이 뜸한 틈을 타 등산로 인근, 그것도 고양이 급식소 바로 앞에 상습적으로 볼일을 보고 가는 몰지각한 범인을 반드시 잡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자치단체에서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자 이번엔 경찰에도 신고했습니다. 인근 지구대에서도 현장에 출동했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이었습니다. 결국,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까지 나섰습니다. 범행 시간은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로 특정됐습니다.

경찰은 등산로 입구에 설치된 CCTV에서 범인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를 추적해 검거했습니다.
범인은 60대 남성. '변 테러'를 한 이유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길고양이가 싫어서 한 범행인지, 그저 등산로 인근에 습관적으로(?) 볼일을 본 것인지는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와이파일]등산로 입구에 1년째 '변 테러'...길고양이 혐오?

▲김 씨가 과거에 붙여 놓은 경고문




▶길고양이 혐오가 불러온 테러?

길고양이 혐오에서 시작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양이가 먹지 못하게 급식소 사료를 버리거나 심지어 약을 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길고양이를 내쫓기 위해 덫을 설치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길고양이 혐오는 캣맘(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도 이어졌습니다. 캣맘에게 욕을 하거나 심하면 폭행으로 이어지는 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강원도 춘천에서는 전국 최초로 캣맘이 밥을 주러 나설 때 사회복무요원이 동행하는 서비스가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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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인근 '변 테러'가 발생한 장소




▶'변 테러' 처벌 가능할까?

과거 회원 간 분쟁으로 아파트 테니스 동호회를 탈퇴한 뒤 앙심을 품고 테니스 코트에 인분을 뿌린 40대 남성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습니다. 법원은 인분 테러를 재물 손괴로 판단했습니다. 인분 테러로 인해 테니스코트 보수비와 청소비로 수천만 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등산로 인근 변 테러의 범인에게 재물손괴죄를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경범죄로는 처벌할 수 있습니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경범죄의 종류)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으로 처벌한다.
(노상방뇨 등) 길, 공원, 그 밖에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에서 함부로 침을 뱉거나 대소변을 보거나 그렇게 하게 시키거나 개 등 짐승을 끌고 와서 대변을 보게 하고 이를 수거하지 아니한 사람


범인이 변 테러를 벌인 장소는 산입니다. 산림보호법을 적용한다면 조금 더 강한 처벌을 내릴 수 있겠지만, 고의성이 있는지 등 세밀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산림보호법 제16조(산림오염 방지 등을 위한 금지행위)
누구든지 산림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오물이나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상습적인 '변 테러'를 벌인 60대 남성은, 자신의 범행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변 테러를 신고한 김 씨는 남성에게 다만 몇만 원의 범칙금이라도 부과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 급식소를 겨냥했든 아니든 간에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더는 멈춰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홍성욱[hsw0504@ytn.co.kr]
도움:이병권 장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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